주문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한다.
사건정보
대구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2고합434
판결선고
2023. 2. 7.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코나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2. 5. 27. 14:21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대구 달서구 월배로 175에 있는 우리은행네거리 앞 교차로를 월배역 방면에서 상인네거리 방면으로 직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신호등이 설치된 사거리 교차로이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차량 신호에 따라 안전하게 운전하고 전방을 잘 살피며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적색 신호에 그대로 직진하다가 마침 피고인 진행 방향의 맞은편에서 상인네거리 방면에서 대동시장 네거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진행하는 피해자 B(여, 25세)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아반떼 승용차를 뒤늦게 발견한 과실로 피해자 승용차의 좌측 앞 범퍼 부분을 피고인 승용차의 왼쪽 차체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음에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B, C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순번 28, 30) 중 각 일부 진술기재
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간이교통)
각 수사상황[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성부 검토, 도주 해당성 검토], 교통사고 발생상황보고, 실황조사서, 112신고사건처리표, 입건전조사보고서(피혐의자 특정경위에 대해), 각 수사보고서(블랙박스 영상분석 및 CD첨부에 대해, 피의자 교통법규위반에 대해)
진료기록부(B), 진료기록부(A)
각 판결문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 후방 영상, 피고인 정차 지점 부근 도로 사진, 사고 지점 현장 사진, 사고현장 사진, 피해차량 사진, 가해차량 사진(차량번호 1 생략), 각 블랙박스 영상사진, 무인단속 자료관리 조회화면(차량번호 1 생략)
수리견적서(차량번호 2 생략)
CD(증거순번 35)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22. 12. 27. 법률 제191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3 제1항 제2호, 형법 제268조, 징역형 선택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본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수강명령
형법 제62조의2 제1항
배심원 평결결과
유·무죄 여부에 대한 평결
유죄 7명(만장일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판시 기재와 같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위 교통사고의 내용과 정도, 피해자의 상해의 정도, 피해자가 사고 이후 차량에서 내려 뛰어서 이동까지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에 대한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없었다.
또한, 피고인은 사고 직후 정차한 다음 차량에서 내려 사고가 발생한 장소의 사거리 횡단보도까지 갔으나 피해자와 그 차량을 발견할 수 없었고, 사고도 경미하였기에 피해자가 그냥 차를 몰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에 피고인도 현장을 이탈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도주한 것도 아니고, 도주의 의사도 없었다.
관련 법리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그 입법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사고를 야기한 자에게 응급적인 수습책임을 부여하고 있음에 비추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조치가 불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였다거나 기타 응급적인 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의 시점에서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고, 단지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되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가벼이 그러한 필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5525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29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개의 경우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직접 대화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통증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피고인이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여야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는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는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었다고 쉽사리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2085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1330 판결 등 참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족하고, 한편 사고가 일어나 사람이 다쳤을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짐짓 그 가능성을 외면하면서 사고현장으로부터 이탈한 경우에는 그러한 미필적 인식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3091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판시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차량 운행상의 업무상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고, 위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된다.
피고인도 판시 기재와 같이 신호위반 과실로 피해자의 차량을 충돌한 점은 인정한다. 위 교통사고 당시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증거기록 2권 114면 CD)을 보면, ➀ 2022. 5. 27. 14:21:37경(이하 같은 날의 경우 날짜는 생략한다) 피고인의 차량과 피해자의 차량이 충돌하고, ➁ 이후 피해자는 잠시 차량을 멈추었다가 그대로 좌회전 경로로 이동한 다음 14:21:59경 차량을 좌회전 직후에 있는 횡단보도 바로 옆에 정차하였다. ➂ 피해자는 14:22:28경 차에서 내리고, 이후 차량을 둘러본 다음 14:22:50경 횡단보도를 건너 피고인의 차량이 진행하였던 방면으로 이동한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서로 반대편에서 진행하여 오던 피해자 차량의 좌측 앞 범퍼 부분과 피고인 차량의 좌측 차체 부분이 “드르륵” 소리와 함께 충돌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누구나 사고발생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위 교통사고로 피해자의 차량은 약 140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손괴되었고(증거기록 2권 44면 참조), 사고 직후 촬영된 각 차량의 충돌 부위 사진만 보더라도 충격의 정도가 결코 약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증거기록 2권 12, 24면 참조).
피해자는 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고 당일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였으나, 그 다음 날부터 목과 발목 부위에서 계속하여 통증을 느꼈고, 목을 뒤로 돌아볼 때도 통증을 느껴 지장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사고 발생 4일 후인 2022. 5. 31. 한의원에 내원하여 양쪽 승모근과 우측 발목의 통증을 이야기하고, ‘고개를 좌우로 돌릴 경우 불편감’과 ‘걸을 때 우측 발목의 불편감’을 이야기한 다음 약물을 처방받았다(증거기록 2권 50, 51면 참조). 이후 피해자는 2022. 6. 1.과 2022. 6. 2. 각 위 한의원에 내원하여 앞서와 같은 부위의 통증을 이야기하고, 침, 부황, 전기치료 등을 받았고(증거기록 2권 48 내지 50면 참조), 2022. 6. 8. 다시 내원하여 같은 취지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약물처방과 함께 침, 부황, 전기치료 등을 받았다(증거기록 2권 48면 참조). 피해자는 2022. 6. 11. 위 한의원에 내원하여서는 일부 증상의 호전을 이야기하였으나, 여전히 양측 승모근의 불편감을 이야기하며 침, 부황, 전기치료 등을 받았다(증거기록 2권 47면 참조). 한편, 피해자는 경찰과 이 법정에서 “사고 발생 다음 날부터 통증을 느꼈으나 2교대 영양사로 근무를 하고 있어 휴가를 내기가 어려운 여건이었다. 통증이 계속되어 퇴근 후에 내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2022. 5. 31. 한의원에 내원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위와 같은 경위진술은 수긍할 만하다. 또한, 피해자가 위 당일에 곧바로 물리치료를 받지는 않았으나, 이는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촬영한 다음 치료를 하자고 말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이 사건 교통사고의 내용과 정도, 사고 이후 피해자가 느낀 통증과 부위, 이후 치료를 받은 내용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위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사고 당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인정된다.
피고인은 그 주장에 따르더라도 교통사고 사실을 곧바로 인식하였다. 또한, 앞서 본 사고의 내용과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충분히 위 사고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적어도 피해자가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구호조치를 하거나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은 2022. 5. 27. 경찰과의 전화에서 “사고 후 우측에 정차를 하자 상대차량(피해자 차량)이 좌회전을 해 가므로 차량 번호도 알지 못하고 하여 볼일을 보러 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권 15면 참조).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도주’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
피고인과 그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고 직후 차량을 정차하고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와 그의 차량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그 현장을 이탈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➀ 피해자는 앞서 본 것과 같이 충돌 직후 차량을 기존 이동방향에 따라 좌회전한 다음 곧바로 사거리에 위치한 횡단보도(이하 ‘위 횡단보도’라고 한다) 옆에 정차하였고, 그 위치도 좌회전을 하자마자 있는 위 횡단보도로부터 불과 몇 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는 가까운 장소였다(증거기록 1권 11 내지 16면 참조). 또한, 피해자는 충돌발생 시각(14:21:37경)으로부터 20초 정도가 지난 14:21:59경 자신의 차량을 위 횡단보도 바로 옆에 정차하였고, 위 차량은 그때부터 적어도 14:23:00경을 지나 한동안 그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해자는 14:22:28경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차량을 살펴본 다음 14:22:50경 도보로 위 횡단보도를 건너 피고인의 차량이 진행하던 방향으로 갔다. ➁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사고 직후 사고발생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까지 갔다”라고 진술하고, “그 횡단보도의 건너편(실제로 블랙박스 영상으로 확인되는 피해자의 차량이 정차하였던 장소이다)도 육안으로 확인하였으나, 피해자와 그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라고 진술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차량이 정차한 위치와 위 횡단보도와의 거리, 당시 도로의 폭과 통행상황, 날씨와 시간대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그 위치에서 피해자와 그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➂ 피해자가 정차한 이후부터 그 차량의 후방 블랙박스는 위 횡단보도와 그 양쪽에 대기하는 사람들을 비추고 있는 상태였고, 피고인도 이 법정에서 일관되게 사고 직후 자신이 위 횡단보도까지 이동하여 피해차량을 찾아보았다고 진술하였으나, 위 후방 블랙박스상으로는 피고인이 위 횡단보도에 있는 모습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6월~15년
양형에 대한 배심원 의견
징역 1년: 1명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 3명
벌금 1,000만 원: 3명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교통범죄 > 03. 교통사고 후 도주 > [제1유형] 치상 후 도주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경미한 상해가 발생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6월∼1년 6월
선고형의 결정: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은 신호를 위반하는 과실로 피해자의 차량을 충돌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였다. 위 범행의 경위와 내용,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면, 그 죄책이 무겁다.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2012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고, 그 외에도 수질환경보전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수차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또한, 피고인은 여러 차례 속도위반 등으로 단속되어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하였다.
다만,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 피고인의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피해회복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고인은 앞서 본 전력 외에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코나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2. 5. 27. 14:21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대구 달서구 월배로 175에 있는 우리은행네거리 앞 교차로를 월배역 방면에서 상인네거리 방면으로 직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신호등이 설치된 사거리 교차로이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차량 신호에 따라 안전하게 운전하고 전방을 잘 살피며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적색 신호에 그대로 직진하다가 마침 피고인 진행 방향의 맞은편에서 상인네거리 방면에서 대동시장 네거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진행하는 피해자 B(여, 25세)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아반떼 승용차를 뒤늦게 발견한 과실로 피해자 승용차의 좌측 앞 범퍼 부분을 피고인 승용차의 왼쪽 차체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의 승용차를 1,457,642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배심원 평결결과
유죄 7명(만장일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교통사고의 규모나 충격의 정도가 크지 않고, 피해자가 입은 신체충격도 크지 않으며, 도로에 사고에 따른 비산물이 발생하지도 않았던 점 등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도로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거나 이를 제거하는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증거의 취사와 사실인정에 그치지 않고 별다른 다툼이 없는 사실을 기초로 한 법리적 판단이 주된 쟁점이 되거나 순수하게 법리적 판단이 주된 쟁점이 되는 경우라면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도6042 판결,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10507 판결,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9882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4452 판결, 대법원 2005. 4. 14. 선고 2005도79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➀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각 차량에 손상이 가기는 하였으나, 충돌부위와 차량들의 속도 등 위 사고의 구체적인 내용, 각 차량들의 파손부위와 외관상 확인되는 파손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위 사고는 그 충격의 정도가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➁ 피해자가 위 사고로 입은 상해의 정도도 비교적 경미하였으며, 피해자도 사고가 발생한 당일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점, ➂ 피해자는 충돌 후 좌회전 신호에 따라 차량을 그대로 진행한 다음 서행하여 갓길에 정차하였고, 피고인도 종전 진행방향을 따라 조금 직진하다가 서행하여 갓길에 정차하였는데, 피해자와 피고인이 각 정차하였던 위치와 당시 도로상황 등에 비추어 후행차량 등의 교통에 별다른 방해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➃ 피해자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어 사고 당시 피고인의 차량과 그 번호판이 모두 녹화되었고, 이로써 용이하게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실제로 피해자는 신고 직후 경찰에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은 그 영상을 통해 피고인을 특정하였다(증거기록 2권 15면 참조)], ➄ 피해자는 차량에서 내려 도보로 피고인의 차량이 진행하였던 방향으로 갔으나 피고인의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자 14:25경 경찰에 신고하였고(충돌시로부터 약 3분이 지난 시점이다), 14:29경 현장에 경찰이 도착한 점(증거기록 2권 13면 참조), ➅ 이 사건 교통사고로 도로에 비산물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사고 이후 피해자가 차량을 운전하여 피고인을 추격하지도 않았던 점, ➆ 나아가 앞서 본 사고의 내용이나 피해 정도, 사고 이후 피해자가 차량을 이동하여 정차한 경로와 그 위치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추격하려 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도로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제거 및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의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판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조정환(재판장) 박가연 김준철
각주1) CD 내에 저장된 4개의 파일 중 “D”는 각 시간대별 피해차량 전면부의 블랙박스 영상이고, “E”은 각 시간대별 피해차량 후면부의 블랙박스 영상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