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6. 20. 선고 2022나315392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제1, 2항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A은 2009. 12. 4.부터 2018. 12. 11.까지, 원고 B은 2013. 11. 18.부터 2019. 5. 31.까지, 원고 C은 2007. 3. 12.부터 2019. 2. 28.까지, 원고 D는 2014. 12. 1.부터 2019. 1. 31.까지, 원고 E는 2007. 10. 18.부터 2018. 10. 23.까지 피고에서 택시운전근로자(기사)로 근무한 사람들이다.

나.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일정 금액의 고정급을 받는 외에 택시를 운영하여 얻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 금액은 회사에 납입하고(이하 ‘사납금’이라 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은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일명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다.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내용의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이 규정은 2009. 7. 1.부터 대구광역시에서 시행되었다.

라.

피고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2011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는 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였으나, 2013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 및 2015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는 근로시간을 1일 6시간으로 정하였고, 2017년도 임금협정에서는 근로시간을 1일 5시간 20분으로, 2018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는 근로시간을 1일 4시간 50분으로, 2019년도 임금협정에서는 근로시간을 1일 4시간 30분으로 정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7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면서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저임금액을 낮추기 위해 다른 사정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통해 최저임금 지급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임의로 단축하였다. 피고가 2013년부터 단체협약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에서 순차적으로 1일 4시간 30분으로 단축하기로 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이 경우 탈법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합의된 종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1일 6시간 40분)에 관한 조항이 유효하게 개별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규율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는 정당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법상 정당한 임금과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돈의 차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결국 피고는 [별지] 최저임금 미달액 산정표에서 산정한 것과 같이, 원고 A에게 1,741,355원, 원고 B에게 3,753,782원, 원고 C에게 2,548,546원, 원고 D에게 2,472,082원, 원고 E에게 1,207,511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먼저 피고의 이 사건 합의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근로기준법에서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규정하여(제2조 제1항 제8호) 노사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 뿐으로(위 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그와 같은 사유로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의 예외적인 성격에 비추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 및 을 제3 내지 6, 16 내지 22, 24 내지 27, 29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고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2011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근로시간은 6시간 40분인데, 그 이후에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 등에서 정한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에서 4시간 30분까지 단축된 것은 사실이다.

2)

그런데 2011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 정한 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은 당시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던 기준근로시간 1주 40시간과 일치한다.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경우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는 순간부터 차고지를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택시운전근로자가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시간, 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피고는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 여부를 감독할 방법이 없고 실제로 근로 여부를 감독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서 임금협정을 체결할 때 중요하게 논의되는 부분 역시 근로시간이 아니라 사납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 협약에서 정한 1일 근로시간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실제로 근로자는 위 시간만큼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진지하게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인지 여부에 관하여 의심이 든다.

3)

이 사건 특례조항은 대구광역시에서 2009.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전 2005년도 임금협정 체결 당시 1일 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정하였고, 위 1일 근로시간 6시간 40분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인 2009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 2011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한편, 2020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는 1일 근로시간이 2019년도의 1일 4시간 30분보다 1시간 10분 늘어간 5시간 40분으로 정하여졌다. 이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사건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

4)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피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피고로서는 수익구조에 의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비하여 1일 사납금 기준액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사납금 상승으로 인해 초과운송수입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이는 다시 총수입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고, 이처럼 사납금 증액 여부를 둘러싼 노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피고와 노동조합은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또는 1일 4시간 30분으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5)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각 임금협정 등에 관한 합의이고,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특히 2017년 1월부터의 미지급 임금을 산정하여 이를 청구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이후의 협약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때로부터 6년 이상 지난 뒤에 체결된 것이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택시 요금이 순차적으로 인상된 점, 전국적으로 카카오택시 등의 도입으로 운행 대기시간이 단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서울지역의 업무협약 관련 수입증가분 분석결과에 의할 때 2019년에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서 일 평균 영업수익은 올랐지만 일 평균 영업 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와 유사한 효과가 대구 등의 지역에서도 발견된 점, 근본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당사자 사이에 정하는 근로시간으로서 결국 임금을 지급받는 시간을 말하는데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이 비교대상임금에서 제외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을 위한 운행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문제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납금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소정근로시간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2017년 이후의 각 협약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단순히 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합의였다고 보기 어렵다.

6)

이와 관련하여, 카카오택시 등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시간에는 그 운행의 특성상 승객을 태운 후 주행하는 영업시간,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거나 도로를 배회하는 시간, 호출을 받고 이동하는 시간, 그 외에도 택시의 인수인계 또는 배차, 차량점검 등 업무개시를 위한 시간, 가스충전, 차량 청소 등 업무종료를 위한 시간 등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2015년경부터 모바일 택시 앱(카카오 택시 등)의 활성화로 인하여 택시 영업 형태가 기존 ‘순항 배회형’에서 ‘순항 배회형 + 호출형’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이는바,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하여 대기하거나 도로를 배회하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7)

앞서 든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보다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률보다 사납금 인상률을 낮게 정함으로써 그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증가된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질 것인지, 최대한 운행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인상된 고정급으로 만족할 것인지를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대구 소재 택시회사들이 근로자들과 2023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 1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또는 1일 4시간 50분 중 하나로 선택하도록 하였는데,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 50분으로 택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나.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광진(재판장) 정주희 김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