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6. 29. 선고 2022노190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E 주식회사(상호변경 전 C 주식회사, 이하 상호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이 사건 회사’라 한다)를 실제로 경영하면서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회사 소유의 고속·고생산성 수직형머시닝센터 등 기계 총 8대(이하 합하여 ‘이 사건 기계’라 한다)를 처분한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피고인의 배우자인 J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는데,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해자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 사건 기계를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대출약정서, 양도담보약정서 등에 피고인이 직접 서명날인하였고, 이 사건 기계를 매각하면서 작성한 계약서에도 피고인이 직접 서명날인한 점(원심 증인 J은 매매계약 체결 시 J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피고인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이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되어 있어 직접 서명날인한 사실은 인정하였음), ② 원심 증인 I은, 이 사건 기계가 반출된 사실을 확인한 후 피고인과 J을 처음 만났을 때 피고인이 월급 등 밀린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이 사건 기계를 매각하였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어느 회사에 매각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세금계산서를 보여주었고, J은 자신을 영업상무라고 소개하면서 I에게 영업상무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주었을 뿐이며, 피고인과 J을 두 번째 만났을 때까지도 J은 자신을 이 사건 회사의 실제운영자라고 밝힌바 없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회사 관계자들에게 이를 교부하였고, 원심의 인정신문 단계에서 자신이 제조업을 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④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한 근로자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⑤ 피고인은, 기술보증기금에서 이 사건 기계의 처분행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J을 실제경영자라고 표현하고 있는바 이는 대외적으로 J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책임경영이행 약정서상 약정인(J으로 되어 있음)은 보증의뢰인(주채무자)을 위해 직접적인 연대보증을 서지 않는 대신 보증의뢰인과 함께 책임경영을 이행하겠다는 서약을 한 자로서 실질적으로는 보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해 보증인으로서의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J을 이 사건 회사의 실제경영인이라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표현이 J의 단독경영을 인정하는 것도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회사의 실제경영자가 피고인이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J과 공동운영하면서 피고인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대한 책임을 질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원심이 든 사실 및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배우자 J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운영하면서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증인 L는 당심법정에서 ‘J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함께 가서 피해자와 사이에 대출약정서, 양도담보약정서를 작성하고 왔다’는 취지로 진술한바, 피고인은 J과 함께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와 사이에 대출약정 및 양도담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②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가단13970호 사건의 판결문에 J이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고, 이 사건 회사와 관련된 견적서, 기업현황 및 사업계획서, 기술실시계약서 등에 J이 이 사건 회사의 사장 또는 대표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대출약정서, 양도담보약정서, 투명경영 이행약정서 등에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서명날인하였으므로, 피고인이 J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 운영한 것으로 보일 뿐이며, 위와 같은 기재들만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운영과 전혀 관련이 없고 J이 이 사건 회사를 단독으로 운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③

증인 L는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실질 경영자는 J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경영이나 업무에 특별히 개입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증인 L는 당심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이 사건 회사가 여성기업 우대를 받았다고 진술한 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은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증인 L는 이 사건 회사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이 사건 기계 처분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증인 L는 이 사건 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상황이나 이 사건 기계 처분 경위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증인 L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명의상 대표일 뿐이고 J이 이 사건 회사를 단독으로 운영하였다고 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은 ‘J이 단독으로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하였을 뿐 피고인은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J은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피고인과 동석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J은 피고인의 배우자인 점,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서에 날인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는 피고인인 점,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가 체결한 각종 계약에 직접 관여하였고,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기까지 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를 대표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J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운영하면서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하였다는 사실에는 영향이 없다.

2)

그렇다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