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E 주식회사(상호변경 전 C 주식회사, 이하 상호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이 사건 회사’라 한다)를 실제로 경영하면서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회사 소유의 고속·고생산성 수직형머시닝센터 등 기계 총 8대(이하 합하여 ‘이 사건 기계’라 한다)를 처분한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피고인의 배우자인 J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는데,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해자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 사건 기계를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대출약정서, 양도담보약정서 등에 피고인이 직접 서명날인하였고, 이 사건 기계를 매각하면서 작성한 계약서에도 피고인이 직접 서명날인한 점(원심 증인 J은 매매계약 체결 시 J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피고인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이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되어 있어 직접 서명날인한 사실은 인정하였음), ② 원심 증인 I은, 이 사건 기계가 반출된 사실을 확인한 후 피고인과 J을 처음 만났을 때 피고인이 월급 등 밀린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이 사건 기계를 매각하였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어느 회사에 매각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세금계산서를 보여주었고, J은 자신을 영업상무라고 소개하면서 I에게 영업상무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주었을 뿐이며, 피고인과 J을 두 번째 만났을 때까지도 J은 자신을 이 사건 회사의 실제운영자라고 밝힌바 없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회사 관계자들에게 이를 교부하였고, 원심의 인정신문 단계에서 자신이 제조업을 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④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한 근로자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⑤ 피고인은, 기술보증기금에서 이 사건 기계의 처분행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J을 실제경영자라고 표현하고 있는바 이는 대외적으로 J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책임경영이행 약정서상 약정인(J으로 되어 있음)은 보증의뢰인(주채무자)을 위해 직접적인 연대보증을 서지 않는 대신 보증의뢰인과 함께 책임경영을 이행하겠다는 서약을 한 자로서 실질적으로는 보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해 보증인으로서의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J을 이 사건 회사의 실제경영인이라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표현이 J의 단독경영을 인정하는 것도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회사의 실제경영자가 피고인이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J과 공동운영하면서 피고인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대한 책임을 질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든 사실 및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배우자 J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운영하면서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증인 L는 당심법정에서 ‘J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함께 가서 피해자와 사이에 대출약정서, 양도담보약정서를 작성하고 왔다’는 취지로 진술한바, 피고인은 J과 함께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와 사이에 대출약정 및 양도담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가단13970호 사건의 판결문에 J이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고, 이 사건 회사와 관련된 견적서, 기업현황 및 사업계획서, 기술실시계약서 등에 J이 이 사건 회사의 사장 또는 대표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대출약정서, 양도담보약정서, 투명경영 이행약정서 등에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서명날인하였으므로, 피고인이 J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 운영한 것으로 보일 뿐이며, 위와 같은 기재들만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운영과 전혀 관련이 없고 J이 이 사건 회사를 단독으로 운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
증인 L는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실질 경영자는 J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경영이나 업무에 특별히 개입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증인 L는 당심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이 사건 회사가 여성기업 우대를 받았다고 진술한 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은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증인 L는 이 사건 회사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이 사건 기계 처분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증인 L는 이 사건 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상황이나 이 사건 기계 처분 경위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증인 L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명의상 대표일 뿐이고 J이 이 사건 회사를 단독으로 운영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J이 단독으로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하였을 뿐 피고인은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J은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피고인과 동석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J은 피고인의 배우자인 점, 이 사건 기계 매매계약서에 날인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는 피고인인 점,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가 체결한 각종 계약에 직접 관여하였고,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받기까지 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를 대표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J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운영하면서 이 사건 기계를 처분하였다는 사실에는 영향이 없다.
그렇다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