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양형부당)
사실오인
피고인이 I병원 지산점 및 월성점 각 2층 내지 4층 내부 인테리어공사를 위하여 개설한 주식회사 D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는 이 사건 공사를 책임지고 있던 J가 전적으로 관리하였다. 피고인은 건축주 K으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을 위 계좌에 송금하거나 J에게 따로 지급하는 등 이 사건 공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 피고인이 위 계좌에서 인출하여 다른 공사 등에 사용한 금액은 133,592,100원이고, 위 계좌에 다시 입금한 돈은 122,500,000원이므로, 피고인이 다른 공사 등에 사용하고 입금하지 못한 금액은 11,092,10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B건물, C호에 있는 인테리어업체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이며, 피해자 주식회사 E(사내이사 F, 이하 ‘피해 회사’라고 한다)은 경산시 G에 있는 철구조물 공사업체이다.
피고인은 2020. 11.경 피해 회사와 ‘I병원 지산점의 경량천장 및 칸막이공사를 공사금액 1억 1,220만 원, 공사기간 2020. 12. 1.부터 2021. 2. 28.까지’, ‘I병원 월성점의 경량천장 및 칸막이공사를 공사금액 7,400만 원, 공사기간 2020. 12. 26.부터 2021. 2. 28.까지’ 각각 내용으로 하는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하도급공사‘라고 함) 표준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피해 회사 사내이사인 F에게 “약정된 공사기간내에 공사를 완료하면 공사대금을 틀림없이 지급하겠다”라는 취지의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당시 피고인은 별다른 재산 및 수입이 없고, 채무만 약 1,400만 원에 이르고, 주식회사D 역시 건강보험공단에 약 4,000만 원 상당의 채무가 있으며, 직원들의 임금 등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등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형편이고,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더라도 그 일부를 다른 현장 공사비로 사용할 생각이어서 피해 회사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를 완료 하더라도 공사대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 회사로 하여금 위 계약과 같이 이 사건 하도급공사를 하도록 한 후 공사대금 합계 1억 8,620만 원 중 3,8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억 4,82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특히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가 주식회사 M(이하 ’M‘라 한다) 및 주식회사 L(이하 ’L‘라 한다)로부터 도급받은 I병원 지산점 및 월성점 각 2층 내지 4층 내부 인테리어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공사대금 6억 원 중 5억 4,500만 원만이 D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에 입금된 점, ② 피고인이 위 입금된 공사대금 중 다른 공사에 사용하거나 D의 계좌로 송금한 금액의 합계가 1억 4,600만 원을 넘는 점, ③ 이후 D가 이 사건 계좌에 입금한 돈의 합계는 약 8,300만 원에 불과한 점, ④ 이 사건 하도급공사 대금은 1억 8,620만 원(= 지산점 1억 1,220만 원 + 월성점 7,400만 원)이었는데, 피해 회사가 D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은 위 대금 중 3,800만 원에 불과한 점 등을 기초로, 피고인은 다른 공사대금의 사용 등으로 적어도 이 사건 공사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더라도 피해 회사에게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하여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J를 통하여 공사대금 지급을 확약하고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D는 2020. 11.경 내지 12.경 사이에 K이 대표이사인 M와 L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공사대금 합계 6억 1,000만 원, 공사기간 계약일로부터 2021. 2.말까지로 하여 도급받았다.
J는 경찰 조사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사의 공사비 안에서 얼마를 남기든, 부족하면 나의 돈을 보태서라도 책임지고 공사를 해주기로 하였다. 사실상 피고인으로부터 공사도급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도 자신이 이 사건 공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하도급업체를 소개하여 그 계약 체결에 관여하거나, 통장을 관리하면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는 등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통상 현장소장의 권한보다 높은 권한을 행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2020. 12. 4.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여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인 J에게 위 계좌의 체크카드 및 OTP와 D의 사용인감 등을 교부하였다.
피고인과 K, 그리고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인 J는 이 사건 공사의 공사대금을 합계 6억 8,000만 원으로 증액할 것을 구두로 약정하였다. 그 후 피고인과 K은 이 사건 공사가 종료된 후 위 공사대금을 최종적으로 6억 원으로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2020. 10. 30.부터 2020. 11. 25.까지 D의 국민은행 계좌에서 J 명의의 산업은행 예금계좌로 아래와 같이 5,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계좌개설 당일인 2020. 12. 4. D의 위 국민은행 계좌에서 이 사건 계좌로 5,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도급인으로부터 이 사건 계좌로 지급된 금액은 아래와 같이 4억 9,500만 원이다. 즉, 이 사건 공사대금 중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5억 4,500만 원이다.
피고인이 2020. 12. 17.부터 이 사건 계좌에 공사대금으로 입금된 돈을 J에게 요청하여 피고인이 진행하는 다른 공사에 사용하거나, 혹은 다시 D의 계좌로 송금한 금원의 내역으로 확인되는 금액은 아래와 같이 133,592,100원이다(원심은 2021. 1. 15. ’대리석P‘이라는 메모내역이 기재된 13,200,000원 역시 피고인의 요청에 의해 인출되어 다른 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2021. 1. 15. 13,200,000원은 W에게 송금되었는데, W은 철거업자로서 실제로 이 사건 공사 중 철거 업무를 담당하며 그 대금을 지급받은 바 있고, W이 이 사건 공사 외에 다른 공사의 대리석 납품 등을 담당하였다거나, 달리 다른 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검사의 증명이 없으므로, 위 금액 부분이 이 사건 공사가 아닌 다른 공사에 사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D 내지 D의 요청에 의해 제3자가 이 사건 계좌에 입금한 돈의 합계는 아래와 같이 122,300,000원이다.
D는 J의 소개로 2021. 2. 10. 피해 회사와 이 사건 하도급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피해 회사에 2020. 12. 8. 1,100만 원, 2021. 1. 9. 2,200만 원, 2021. 3. 10. 500만 원을 지급하였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건축주로부터 지급 받은 공사대금을 지급받더라도 피해 회사에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위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의 도급인으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 6억 500만 원 중 5억 4,500만 원을 이 사건 계좌에 입금하였고,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 이미 J에게 이 사건 공사를 위하여 5,000만 원 가량을 지급하였다<1>. 나아가 이 사건 공사대금 중 피고인이 납부하여야 할 부가가치세가 약 5,500만 원에 이르나, 이 사건 계좌에서 이 사건 공사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지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건축주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대부분은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되거나, J의 개인계좌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다른 공사 등을 위하여 이 사건 계좌에서 인출한 돈 중 자료에 의하여 확인되는 금액은 133,592,100원이고, 피고인이 다시 이 사건 계좌에 입금한 금액은 122,300,000원이다. 위 금액 인출과 따라서 피고인이 다른 용도로 인출하였다가 이 사건 계좌에 다시 입금하지 못한 금액은 11,292,100원(= 133,592,100원 - 122,300,000원)에 불과하다.
J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은 건축주로부터 1억 원을 계약금으로 받았으나 이 사건 공사를 위해 사용하지 아니한 채 다른 곳에 소비하였고, 피고인의 요청으로 이 사건 계좌에서 1억 원을 빌려주었으므로, 자신이 이 사건 공사를 위해 사용한 돈은 건축주로부터 6억 원 중 4억 원에 불과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계좌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한 돈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133,592,100원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계좌에 다시 122,300,000원을 입금하여, 피고인이 건축주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중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되지 않은 돈은 사실상 1,000만 원 가량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J는 피고인으로부터 다시 입금된 금액은 전혀 언급하지 아니한 채 마치 2억 원 모두가 최종적으로 미지급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여기에 피고인과 J 사이에 이 사건 공사의 지출금액과 관련하여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대금 중 2억 원을 전부 다른 용도로 지출하였다는 J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피해 회사로부터 이 사건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미지급 공사 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할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어야 한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인식 여부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공사를 위해 지출될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이로 인한 이익은 얼마인지, 다른 하도급계약의 금액은 얼마인지, 그중 지급이 완료된 금액과 미지급된 금액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건축주가 지급한 공사대금 중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실제로 이 사건 공사에 사용된 금액과 다른 용도로 사용된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등 간접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증거로 제출된 이 사건 계좌의 거래내역과 J가 작성한 공사비내역서 및 이 사건 계좌 내역만으로는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체 공사비나(J가 작성한 공사비내역서에는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특정 시점에 공종별로 지출된 내역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미지급된 공사비를 포함한 전체 공사비의 내역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모든 지출 내역을 특정할 수 없고, 달리 위와 같은 간접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J는 이 사건 공사의 현장감독으로 근무하면서, 통상적인 현장감독의 업무범위를 넘어, 피해 회사 등을 비롯한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 체결과 관리, 하도급대금 지급 등 공사 전반에 관한 상당한 권한을 행하고 있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이 다른 용도로 지출한 금액이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였고, 이 사건 계좌의 나머지 지출 금액 역시 J의 관리 범위 내에 있었다.
이 사건 인테리어공사계약 및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할 당시 D는 직원들의 체불임금 약 3,4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피고인은 그 밖에 별다른 재산 및 수입이 없었으며, D도 건강보험공단에 약 4,0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건축주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으로 앞서 본 133,592,100원 외에 추가적으로 체불임금이나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채무를 지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J는 이 사건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원인 중 하나로, 이 사건 공사대금이 구두로 합의된 6억 8,000만 원에서 6억 원으로 감액된 사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이 사건 공사대금이 감액된 이유는 이 사건 하도급공사 당시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사정이 아니라 건축주와 사이에 이 사건 공사의 준공 과정에서 발생한 다툼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이 사건 하도급공사를 체결할 당시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