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유죄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경상북도 예천군 D, 제1종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및 ‘경상북도 예천군 AL, 제1종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에 대한 각 철근콘크리트계약(이하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이라 한다)의 당사자는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와 R 주식회사(대표이사 H, 이하 ‘R’이라 한다)이고, R은 건설사업자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하수급인인 주식회사 R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C이 H과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위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른 임금 지급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예천군 B에 있는 C의 대표이사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한 건설업자이다.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피고인은 2021. 5. 20.경 예천군 D 상가 신축공사를 주식회사 E로부터, 2021. 6. 5. 예천군 F 상가 신축공사를 주식회사 G으로부터 각각 도급받아 그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등록된 건설업자가 아닌 H에게 하도급을 주어 위 H이 사용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음에도, 위 공사현장에서 2021. 9. 2.부터 2021. 9. 15.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I의 2021. 9. 임금 2,310,000원을 비롯하여 원심 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번 내지 18번 기재와 같이 근로자 18명의 임금도합 28,53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관련 규정 및 법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은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1호에 따른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09조 제항은 제44조의2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에서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고,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6도189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검사는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직상 수급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 소정의 직상 수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2021. 6.경 H과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에 관한 계약서(이하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서의 ‘수급인’란에는 “상호: R(주), 주소: 안동시 S, 1층, 성명: H”이라는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고, 위 성명 옆에는 H의 개인도장이 날인되어 있다.
H은 R이 소송 등을 당하여 개인업자로서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그러하다면, 굳이 계약서에 R의 명의를 기재하였을 필요가 없고, 계약서상 부동문자 부분을 삭제하고,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쉽게 계약명의 자를 변경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그러하지 않았는바, H의 위와 같은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피고인은, H이 법인도장을 미처 챙기지 못하여 개인도장을 날인한 것일 뿐 계약의 당사자는 R이라고 주장하는데, H은 R의 대표이사이고, 계약 명의자는 R로 기재되어있는바, 계약 당사자로서는 H이 R의 대표이사로서 자신의 도장을 날인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점, 피고인의 아버지이자 C의 이사로서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 당시 동석하였던 Q은 이미 오랫동안 건설업에 종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의 계약금액이 5억 4,300만 원에 이르는바, 오히려 이에 비추어 보면, 건설사업자인 R이 아닌 H 개인과 이 사건 각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이 훨씬 더 납득할만하다.
피고인은 R과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R로부터 R의 신용, 실적과 관련된 서류, 사업자 등록, 건설업 등록 서류를 제출받았다.
경상북도는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 중 ‘경상북도 예천군 D, 제1종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계약과 관련하여, 대구지방고용노동청안동지청에 대하여 “하수급인 ‘H’은 전문건설업 등록업체인 ‘R’ 대표자로서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회신한다”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AM(대표 AH)는 경상북도 예천군 D, 제1종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R에 건축자재 대금을 청구하였고, AN(대표 AI)는 경상북도 예천군 AL, 제1종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R에 건축자재 대금을 청구하였는바, 위 각 건재회사들 역시 H이 아닌 R과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증인 AI는 당심 법정에서 “위 D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H 개인이 아닌 R이 하도급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법인으로 된 명함도 제가 받았다”, “H 대표가 저희 가게 방문했을 때 R 대표로 있는 명함을 저희한테 주면서 자기가 R회사 H 대표이고 C의 철근콘크리트, 목수일 담당한다고 저희에게 전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증인 AI는 또한 당심 법정에서, “H이 법인으로 계약을 해놓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법인으로 계약했다고 이야기하고, 자기가 떠맡을 건 떠맡고, 그 다음에 자기가 떠맡기 싫은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으로 계약했다면서, C에다가 그 부채를 떠넘기는 형태를 하고 있는 걸로 소문을 많이 들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H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개인으로서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H이 위임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임금을 대리 수령한다는 내용의 임금 대리수령 위임장에는, 제출처 및 임금지불업체명 ‘C’, 수임자 ‘H’, 위임자와의 관계 ‘소속업체 대표’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H은 위 위임장을 통하여서도 C 측에 R의 대표라는 사실을 표시한 바 있다.
피고인은 H 또는 T로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수령에 관한 위임장을 교부받고 그들에게 임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거나 직접 H이 사용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였고, 이 사건 각 하도급계약과 관련된 자재비 역시 H으로부터 거래명세표를 받아 해당 업체들에게 직접 자재비를 지급하였으며, R로부터 아무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은 사정이 있다고는 하나, 위 위임장에는 H이 ‘소속업체 대표’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증인 AI는 당심 법정에서 “이 지역(예천)에서 원청 공사에 바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서 결제를 받는 게 관행이기도 하고, H의 부탁으로 C로 발행을 했다. 저희 입장에서도 원청에서 직불 처리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R이 신용이 안 좋다는 소문이 있어서 저희도 그게 낫다고 판단해서 C로 발행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 실제 R은 신용이 좋지 아니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지역 관행 내지는 AO 또는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직접 임금이나 자재비를 지급하고, 그로 인하여 R로부터 세금계산서도 발급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H과 이 사건 각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