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5. 28. 선고 2023노234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2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①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2, 3번과 관련하여, 2019. 12.경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하고, 개별 회사를 지칭할 때 ‘주식회사’ 표시는 생략한다)과 사이에 ‘H 생산라인 설비공사’에 관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에게 이와 관련한 부품 제작을 의뢰하여 피해자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았으나 예상과 달리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여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이고, ②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4번과 관련하여, 2020. 5.경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마스크 기계 부품을 제작, 납품하면 피고인이 마스크 기계 제작을 완성하여 판매한 후 그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합의를 한 후 피해자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았으나, 피해자가 납품한 부품의 하자로 기계가 반품되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일 뿐,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으며, 편취의 범의도 없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의 형(징역 1년 2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피고인 운영의 C는 G과 사이에 ‘H 생산라인 설비공사’에 관하여 대금 225,000,000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에게 이와 관련한 부품 제작을 의뢰하여 2019. 12. 23.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2번 기재와 같이 합계 118,252,400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받았던 사실, ② 피고인은 G으로부터 2019. 12. 10. 74,250,000원을 지급받았고, 중도금 선지급을 요청하여 2019. 12. 23.경 99,000,000원을 지급받아 위와 같이 납품받았을 무렵까지 총 대금 중 70%를 지급받았는데, 피해자에게는 위 납품에 따른 대금으로 1,500만 원만 지급하였던 사실, ③ 피고인이 G으로부터 중도금을 선지급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위와 같이 부품을 납품하여 계약을 이행한 사정도 있을 것인데, 피해자에게는 1,500만 원만 지급한 채 다른 자재 구입, 회사 경비, 직원들 급여로 사용하였던 점, ④ 피고인은 위와 같이 선지급을 받았음에도 피해자에게는 G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였고, G과의 계약 이행을 위해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번 기재와 같이 추가 납품까지 받았던 점, 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납품받을 무렵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고 거래처에 지급할 미수금 채무도 7,000만 원 상당으로, 피해자에게 약정한 내용과 같이 대금을 지급하여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점, ⑥ 피고인은 마스크 기계 부품 제작(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4번)과 관련하여 기계를 판매하여야 대금을 줄 수 있고 이에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그와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없고 피고인이 마스크 기계를 살 사람이 있다며 부품을 납품하여 달라고 하여 납품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1억 원 이상의 미수금이 있었던 피해자로서는 피고인 주장과 같이 대금지급이 불확실한 거래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구매자가 있다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거래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⑦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납품받은 부품 등으로 제작한 마스크 기계를 ‘K’에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120,000,000원을 받았는데, 피해자에게는 전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점, ⑧ 피고인은 마스크 기계 제작과 관련한 형사고소 사건에서 피고인이 납품한 마스크 기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부품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에서는 부품에 하자가 있어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그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편취 범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0도14257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특히 물품거래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계약의 내용, 그 체결 경위 및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6도1634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판시한 사실 및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그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부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이러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2, 3번 관련

①

피고인 운영의 C는 G과 사이에 ‘H 생산라인 설비공사’에 관하여 대금 225,000,000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에게 이와 관련한 부품 제작을 의뢰하여 그 대금을 2020. 3. 15.까지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2019. 12. 23.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2번 기재와 같이 합계 118,252,400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받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이를 G에 공급하고 G으로부터 2019. 12. 10. 계약금 74,250,000원, 2019. 12. 23.경 중도금 99,000,000원을 각 지급받았으나 피고인은 이를 다른 자재 구입, 회사 경비, 직원들 급여로 사용하였으며 피해자에게는 2019. 12. 24. 계약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던 1,500만 원만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②

피고인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사업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G 측으로부터 (나머지) 대금을 받아서 고소인에게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사정변경이 많이 발생하면서 결국 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라고 진술하였고, 당심에서도 항소이유에서 위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G으로부터 지급받아 소비해버린 대금은 합계 173,25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총 대금 225,000,000원(부가가치세 제외)의 70%에 달하여 나머지 대금을 지급받아 이를 피해자에게 모두 지급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나머지 부품 대금을 모두 변제하기에 부족하였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부품 대금 채무의 변제기(2020. 3. 15.) 이전인 2020. 1. 30. 이미 G에 대한 나머지 대금 채권을 씨에스하이텍에게 양도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을 믿기 어렵다.

③

위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H 생산라인 설비공사’에 관한 부품 제작을 의뢰할 무렵 피고인은 신용보증기금에 4,000만 원 상당의 대출채무를 지고 있었고,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다른 거래처에 지급할 미수금 채무도 적지 않았던 점[피고인이 직접 작성하여 경찰 수사단계에서 제출한 ‘2019년 이 사건 계약 당시의 부채 현황’(증거기록 170쪽)에 따르면, 피고인은 위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대출채무 외에도 직원 급여, 미수금 채무 등으로 합계 113,335,000원의 채무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자금을 조달할 별도의 방편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나아가 피고인은 2019. 12. 23.경 G으로부터 중도금 명목으로 99,000,000원을 지급받은 이후, 피해자로부터 G과의 계약 이행을 위해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3번 기재와 같이 추가 납품을 받았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경찰 대질 조사 당시 ‘피고인이 G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고, 그 이후에 C 직원에게 G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라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105쪽)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제가 얼핏 피해자에게 (중도금) 선지급을 받은 사실은 이야기했던 것 같고’라고 확신 없이 진술한바(증거기록 217쪽),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G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숨겨왔던 것으로 보인다.

(2)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4번 관련

①

피고인은 마스크 기계 부품 제작(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4번)과 관련하여 마스크 기계를 판매하여야 대금을 줄 수 있고 이에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피해자는 피고인이 마스크 기계를 살 사람이 있다며 부품을 납품하여 달라고 하여 납품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이미 1억이 넘는 미수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및 거래 관행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신빙하기 어렵다. 아울러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마스크 기계를 판매하여 대금을 수령한다면 그 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납품받은 부품 등으로 제작한 마스크 기계를 ‘K’에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총 대금 1억 4,000만 원의 80%에 상당하는 1억 1,200만 원을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고 회사 운영비나 미수금 결제, 직원들 급여 등에 모두 사용하였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하자 있는 부품을 납품하지 않았으면 마스크 기계 제작을 마칠 수 있어 마스크 기계 판매 대금을 모두 받아 피해자의 납품 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해자가 납품한 부품에 하자가 있었음을 뒷받침한다며 피고인이 제출한 견적서에 의하더라도 부품 재가공 비용으로 합계 76만 원이 소요되었다는 것으로, 전체 납품 규모에 비추어 보면 그 하자가 극히 경미하여 이를 하자로 인정하더라도 피고인과 K 사이의 계약 이행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마스크 기계 제작과 관련한 형사고소 사건의 경찰 조사과정에서 ‘K에서 최초 제시하였던 마스크 부자재의 크기 등이 달라지면서 생산설비의 세팅값이 변해야 했고, 세팅을 다시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생산을 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한바, 위와 같이 지출된 재가공 비용이 피해자가 납품한 부품의 하자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피고인이 K로부터 나머지 대금을 모두 지급받아 이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대금 채무를 모두 변제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의 당시 부채 상황 등에 비추어 달리 피해자에 대한 대금 채무를 변제할 다른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해자는 피고인의 지급 약속을 믿고 단기간에 1억 3,500만 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하였고,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음에도 재차 마스크 기계 부품까지 납품한 점, 피해금액이 1억 9,000만 원 상당으로 다액인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다만,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을 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당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생활환경, 범행의 경위 및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