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776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식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 또한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고인의 과실 정도, 피고인의 나이, 특히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7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에 정한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위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되,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사고를 야기한 자에게 응급적인 수습책임을 부여하고 있음에 비추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 조치가 불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였다거나 기타 응급적인 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의 시점에서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고, 단지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되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가벼이 그러한 필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1317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도14018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4도21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피고인이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 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도주의 범의로 위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피해자의 연령과 피고인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나타나는 피고인의 차량 속도나 충격 부위 등을 고려하면 사고 당시 피해자가 받은 충격의 정도가 경미한 수준이라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는 도로에 넘어진 후 혼자 일어날 수 없었고 피고인의 도움을 받아 일어난 뒤 인도로 걸어가는 과정에서도 발을 절뚝거리며 걸음이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 신고자 J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들어올 때부터 절뚝거려 직원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피해자가 차가 발을 밟고 지나갔다고 하여 피해자의 양말을 벗겨서 살펴보았더니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어 신고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출동한 경찰관이 사건 당일 10:12경 찍은 피해자의 발 사진에 의하면 피해자의 오른발 발등 전체에 심한 멍이 든 사실이 확인된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E주차장부터 신발 매장까지 걸어갈 때는 정상적으로 걸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신발 매장까지 걸어갈 때도 발이 부어 절뚝거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사고현장과 I매장에서는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피해자가 그 중간에 신발매장 가는 길에서는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울러 피해자를 사건 당일 처음 봤고, 양말을 벗겨 피해자의 발 부위를 확인하지도 않은 피고인이 단순히 외견만 보고 고령인 피해자가 평소와 같이 정상적으로 걷는 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인식할 수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해자의 일부 법정진술, J의 경찰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사고 이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주된 이유는 피해자의 아들에게 사고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이지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이나 불편함이 매우 경미하여 치료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고 이러한 사정은 피해자의 언동 등을 통해 피고인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

④

피해자는 경찰 및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5만 원을 주면서 병원에 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경찰에서 ‘피해자에게 5만 원을 주면서 이거가지고 꼭 병원에 가보셔야 된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위 진술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고 당시 병원 진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개정 전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반영하여 교통사고 후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됨을 명문화했다. 피고인은 사고 직후 피해자를 I매장 앞에 내려줄 때까지 약 20분 동안 피해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피고인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피고인을 특정할 어떠한 정보도 피해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결국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신발매장의 결제내역, 방범용 CCTV 영상 등을 조사한 끝에야 피고인을 사고운전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3)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사고운전자로서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 역시 인정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2000년경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150만 원 처벌받은 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가해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여, 75세)의 오른쪽 발 부위를 가해차량의 운전석 앞 타이어 부분으로 역과하여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엄지발가락의 폐쇄성 골절 등 상해를 입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것으로 그 죄책이 무거운 점,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가 가볍지 아니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위 각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윤직(재판장) 이영화 손대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