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반소원고)의 원고(반소피고)에 대한 2023. 12. 4.자 대구지방법원 2023가소279793 이행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이 법원이 2024카정10045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2024. 2. 28.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인가한다.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틀어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본소, 반소를 함께 본다.
기초사실
피고는 2013. 11.경 원고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2023가소279793호로 원고에게 고용되어 2022. 8. 14.부터 2023. 5. 21.까지 근무하다 퇴직하였음에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3. 12. 4. ‘원고는 피고에게 6,199,068원 및 그 중 5,850,000원에 대하여 2023. 6. 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행권고결정(이하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이라 한다)을 하였고,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되어 2022. 8. 14.부터 2023. 5. 21.까지 근무하다 퇴직하였음에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면서 원고의 대표자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청 검사는 2023. 12. 26. 피고가 원고에게 고용된 근로자라고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 결정을 하였다.
한편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미지급임금에 대한 대지급금으로 4,650,00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이행권고결정은 확정되어도 기판력이 생기지 않아서 그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에는 기판력의 시간적 한계에 따른 제한이 적용되지 않으므로(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8 제3항), 그 청구이의의 소송 심리에서는 그 이행권고결정에 기재된 모든 청구원인 주장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고, 이 경우 청구권의 존재나 성립에 관한 입증책임은 채권자, 즉 청구이의의 소에 있어서 피고에게 있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고용된 근로자로서 2022. 8. 14.부터 2023. 5. 21.까지 근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근로계약서(을 제2호증) 등은 피고가 원고의 대표자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수사과정에 이미 제출된 것으로 보이고, 근로계약서 등이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 피고를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반소청구의 요지
설령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C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으로부터 총회 기획 및 홍보대행 업무를 수급한 다음 2022. 8.경 피고에게 이를 하도급하여 피고로 하여금 총회 홍보 내지 서면 결의서 징구 업무를 수행케 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위 업무를 완수한 피고에게 대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대금 10,5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거나 근로의 금전적 가치 상당 이득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도급금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을 제2, 3, 5, 6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기는 하였으나, 원고가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총회 기록 및 홍보대행 업무를 수급하였다는 사실은 인정되었고, 이에 기하여 원고는 피고와 같은 홍보요원을 모집·관리한 점, ② 앞서 본 것처럼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인정되지는 않지만, 원고는 직접 홍보요원과 사이에 홍보요원의 거주지, 총회의 횟수 등을 고려하여 일당을 정하였고, 피고는 원고와의 위 일당 지급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조합에 관한 홍보 내지 서면 결의서 징구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그에 따라 산정된 미지급 일당은 10,500,000원인 점, ③ 피고 명의의 2022. 8. 15.자 근로계약서(갑 제1호증) 고용인 대표란에 이 사건 조합이 기재되어 있고 그 인장이 날인되어 있으며, 2023. 1. 17.자 근로계약서(을 제2호증의1) 고용인 대표란에 이 사건 조합장 D이 기재되어 있고 D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원고가 D, E의 허락 없이 고용인 대표란을 위와 같이 기재한 것으로 일응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이 사건에서와 달리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에는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도급금을 지급받아 피고와 같은 홍보요원들에게 비용 등을 지급할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피고와 같은 홍보요원들과의 근로관계도 인정한 바 있으나(다만, 이 부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 등을 이유로 검사가 근로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후 이 사건 조합을 상대로 도급금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그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조합의 임시총회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상담, 홍보 및 서면결의서 징구 등의 업무를 맡기는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대금은 10,500,000원이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그 중 4,650,000원을 대지급금으로 지급받았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피고에게 미지급 대금 5,850,000원(= 10,500,000원 – 4,65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를 초과하여 구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
이 사건 용역계약상 업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10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에 해당하므로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을 등록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용역계약은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판단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 제1호는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을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한 자문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서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9호는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을 위반하여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정비사업을 위탁받은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5호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다른 용역업체 및 그 직원에게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는 조합설립 또는 정비사업의 시행 여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정비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법적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동의 또는 총회 의결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도1486 판결).
이러한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의 취지는,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다수의 당사자가 연관되어 있으며 분쟁이 잦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있어서 자문사 내지 업무대행사의 전문적 업무수행 능력을 보장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서,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위반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자가 같은 법 제102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정비사업업무를 위탁받거나 다른 용역업체 및 그 직원에게 제102조 제1항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행위는 사법상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 피고가 서면결의서 징구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간의 위 용역계약은 강행규정인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용역계약은 강행규정인 도시정비법 제102조 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그런데 이렇듯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인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용역대금 상당의 부당이득금반환을 허용할 경우 이는 그 계약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어서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5호에서 같은 법 제102조 제1항을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기까지 하는 규범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를 상대로 용역대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