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기준법위반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피고인이 근로자들로부터 고소권의 수여를 받지 않고 고소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무고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허위의 사실을 고소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은 일용직 근로자들을 공사현장에 파견하는 자로서 출역일보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이 피무고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확인하고 이를 근로기준법위반죄로 고소한 것일 뿐이므로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 아니다. 설령 이러한 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그러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무고의 고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K, M, O는 수사기관에서, P, N, J은 원심 법정에서 고소장 제출 전에 고소장 제출에 관한 위임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이 선정당사자(선정자 P, N,J)가 되어 2023. 7. 10.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등 청구소송은 2024. 6. 12.<1> 청구기각 되어 2024. 9. 20. 확정된 점(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2가단3170호)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고소한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이 적법한 위임을 받지 못한 사정은 무고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설령 고소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 할 것이고, 고소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3도1300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증거들 및 기록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소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거나 피고인이 이를 허위임을 인식하고 고소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J, N, P은 원심 법정에서, K, M, O(이하 J, N, P, K, M, O를 통틀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이라 한다)는 수사기관에서, 각각 피고인으로 하여금 고소하도록 위임한 사실이 없고, 임금을 모두 지급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무고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허위의 사실'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실이므로, 처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혐의사실 내지 처벌조건에 관한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신고한 범죄사실은 F의 대표자인 D이 J 등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이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적법한 고소가 수사의 개시 조건이나 처벌 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고소인들로부터 아무런 위임을 받지 아니하고 고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의 나머지 진술 부분 역시, '자신들이 인력회사인 C 측을 통하여 F이 H 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수행한 공사에 일용근로자로 참여하여 근로를 수행하였고 자신들은 일용근로자로 근무한 날마다 C로부터 이미 임금을 지급받았으므로 F으로부터 더 이상 지급받을 임금이 없다'는 취지일 뿐, 'F로부터 직접 모든 임금을 지급받아 더 이상 정산할 임금이 남지 않았다'는 취지는 아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고소 내용은 '근로자들이 C를 통해서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F 측의 일용근로자로 일한 각 근로자들이 임금을 지급받을 권리를 피고인 측에 위임한 후 피고인 측이 'F'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것임을알 수 있으므로, 위 근로자들의 진술들만으로 피고인의 고소 사실이 곧바로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근로자별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무일수를 확정한 후, 그 근무일수에 일급액을 곱하여 체불임금을 산출한 다음 이를 토대로 피무고자에 대한 고소를 제기하였다. 위 근무일수의 기초가 된 가장 주된 자료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출역일보'가 있다(증거기록 제765쪽 이하). 이러한 출역일보에 기재된 내용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
출역일보는 업체명과 현장명, 출역일(근무일), 근무자, 근무자의 공수(작업일수), 작업내용, 노임단가가 각각 기재되어 있고, 하단에는 F 측 현장 담당자의 서명란이 있다. 출역일보는 두 장으로 겹쳐져 구성되어 한 장을 작성하면 뒷장도 함께 작성되도록 되어 있다.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들은 모두 뒷장으로서 피고인이나 C측이 추후에 근무자나 작업일수를 임의로 추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 사건 현장에서 F의 현장담당자로 근무한 AH, S, AI은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에 기재된 서명이 각각 자신들의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955쪽 내지 제1957쪽).
F의 총무이사인 R은 검찰에서, 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한 일용노동자에게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 대하여 '해당 공사일의 전날 인력회사에 필요 인력의 수를 알려주면, 당일 인력회사에서 인력을 공급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당일 근무가 완료되면 퇴근 시에 출역일보에 서명을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의하면, 현장소장의 서명이 있는 출역일보는 F과 C 측이 모두 그 작성에 관여한 서류로서 개별 근로자가 이 사건 현장에서 근로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출역일보는 원본 그대로의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그 종이 상태나 재질 등을 보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으므로, 수사개시일로부터 3년 정도 지난 시점에 깨끗하게 보존된 상태의 출역일보가 제출되었다는 점만을 근거로 사후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없다.
R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모두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가 실제일용근무자의 근무 사실과 일부 다르게 기재되어 있어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F 측은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의 원본에 대응할 수 있는 앞장을 보관하였음에도 이를 유실하였다는 이유로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였고, 달리 위 출역일보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도 못하였다.
R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F이 작성한 공사일보를 토대로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공사일보에 기재된 근무일수는 피고인과 같은 인력회사 측도 확인하여 기재한 것이다.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중간에 퇴근한 사람과 차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와 F이 작성한 공사일보의 근무일수 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공사일보에 기재된 근무일수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근무일수로서 정확한 것이다'고 진술하였다. F이 작성한 공사일보에는 특정일의 공사내용과 공종별 소요 인력이 기재되어 있고, 근무자, 근무일수, 작업내용 등이 기재된 출력일보<2>가 첨부되어 있다. 이러한 공사일보는 소득세, 고용보험료, 퇴직공제신고일수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그 신빙성이 반드시 낮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F이 제출한 공사일보와 출력일보 어디에도 피고인 내지 이 사건 각 근로자로부터 근무일수를 확인받았다는 취지의 서명이나 날인은 없다. 위 공사일보의 근무일수를 출역일보와 다르게 확정하는 과정에서 F 측이 피고인이나 C 내지 이 사건 각 근로자로부터 근무일수의 조정 과정을 별도로 확인받았다는 내용의 자료도 현출된 바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는 그 작성 과정에 C 측과F 측 모두가 개입하여 작성된 것이므로, 적어도 F과 피고인 사이의 분쟁에서는 F이 단독으로 작성하는 공사일보나 다른 서류들보다 그 신빙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F이 C 측에 제출한 이체내역서의 메모란에는 각 근로자별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위 금액은 F이 제출한 자료에 따른 각 근로자별 근무일수와 임금액에 부합한다(증거기록 제2408쪽 이하). 이러한 자료들에 비추어 보면, F은 적어도 자신들이 작성한 공사일보에 기초한 근로자별 임금을 대부분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를 종합하면, 위 각 이체내역서와 송금내역의 각 기재 내용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고소사실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F이 송금한 근무자별 임금액은 F이 제출한 자료에 따른 근무일수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F이 작성한 공사일보 내지 그에 첨부된 출력일보가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보다 진실에 더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 측이 작성한 '임금 미지급내역'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근무일수를 바탕으로 전체 임금을 산정하고, F 측이 지급한 돈을 다시 각 근로자별 미지급 임금내역 중 먼저 도래한 날짜에 충당한 다음, 나머지 부분을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작성되었다(증거기록 제2088쪽 이하). 이처럼 피고인 또한 F이 이체한 내역을 배제하지 않고 상당 부분 반영하여 그 미지급 내역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F이 제출한 계좌 이체내역서의 메모란에 각 근로자의 이름이 기재되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메모란은 계좌 소유주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작성해 두는 것일 뿐 송금을 받는 자인 피고인이나 C 측이 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 위 이체내역서가 해당 금원이 해당 날짜에 이체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송금받는 피고인 역시 메모란의 기재 내용처럼 각 근로자에 대한 임금으로서 송금받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P, N, J의 선정당사자로서 F을 상대로미지급임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2022가단3170호), 위 법원은 2023. 6. 13.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구지방법원 2023나313874호).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관련된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인정자료가 된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그 판결의 확정사실에 구속을 받지는 않는다. 위 민사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이 고소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이 되는 출역일보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없어 위 확정판결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기 어렵다. 사) 설령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보다 F 측이 작성한 공사일보의 신빙성을 높게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출역일보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는 이상, 위 출역일보를 신뢰하여 미지급 임금 내역을 구성한 뒤 이를 토대로 고소를 진행한 피고인의 행위가 허위의 사실을 고소한다는 무고의 범의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인력업체를 통해 근로자를 파견하였고, 매번 근로 현장에 상주하며 근로자의 근속 사실을 모두 확인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받은 출역일보에 기재된 내용과 현장의 실제 근무 현황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F이 명확히 확인하여 주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출역일보에 기재된 근무 내역이 허위임을 쉽게 알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채성호(재판장) 권재호 김다혜
12023. 6. 13.의 오기로 보인다.
2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와 다르다. 위 서류의 명칭을 맞춤법상 '출역일보'라고 기재하는 것이 정확할 것으로 보이나, 작성된 서류 자체에 '출력일보'라는 제목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이 제출한 출역일보와 구별하기 위하여, 이하에서는 편의상 F이 제출한 공사일보 뒤에 첨부된 출역일보를 '출력일보'로 기재한다.
증거목록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