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6. 1. 13. 선고 2024노511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죄책을 지운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인 징역 8개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여부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 측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 또는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해자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굴착기에 관한 임대료를 전혀 받은 바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2권 28~30쪽, 원심 증인 C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3쪽).

2)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임대료 청구내역 자료(순번 9)'나 피고인이 제출한 '임대료 납부내역 자료(순번 2, 이는 그 내용에 비추어 피해자가 제출한 위 '임대료 청구내역 자료' 중 일부로 보인다)'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굴착기에 관한 차임(2022. 4.부터 2023. 10.까지 금액이 각 1,870,000원으로 기재된 부분)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2022. 2.경~7.경 양평에서 작업을 했으나 4,000만 원 정도 적자를 보았고, 2023. 2.경~7.경 익산에서 공사를 했으나 2억 원 정도 적자를 보았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65~66쪽). 또한 피고인은 2006년경부터 2020년경까지 사기 및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는데(증거기록 1권 13~16쪽),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줄곧 자금난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등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2권 67쪽).

4)

피고인에 대한 신용평가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6. 4.경부터 2021. 6.경까지 국세 등을 체납하였고, 2021. 6.경에는 민사채무불이행 액수가 1억 2,900만 원에 이르렀으며, 피고인에 대한 2022. 12. 31. 기준 신용점수가 최하 등급에 해당하는 350점에 불과한 사실이 확인된다(증거기록 2권 95, 99쪽).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굴착기를 임차한 2022. 4.경부터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5)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건설기계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바람에 이를 매도하여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변소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딸 명의로 된 건설기계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시점은 2023. 4. 3.경으로서(증거기록 2권 101~109쪽), 이 사건 굴착기에 관한 차임이 발생한 2022. 4.경부터 약 1년이 경과한 이후인바, 피고인의 위 변소는 납득하기 어렵다.

6)

피고인은 이 사건 굴착기 임대료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제출한 '임대료 청구내역 자료(순번 9)' 등에이 사건 굴착기 관련 차임이 납부되지 않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아가 피해자가 피고인과 그 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인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가단115575호 사건에서 같은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이 E와 연대하여 이 사건 굴착기 관련 차임 전체를 포함한 40,623,10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바도 있다(증거기록 2권 113~118쪽).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변소 또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3,23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피고인 측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형사항소심 심리 구조 관련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 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사기죄 관련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2006도6795 판결 등 참조).

(2)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데,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 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7도8781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121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경영하던 기업이 과다한 금융채무 부담 등으로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지 않는 한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는데 피고인이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을 수 없음에도 위 상황을 숨기고 대금지급 또는 차용금반환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납품받았거나 금원을 차용하였다면 편취의 미필적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1983. 5. 10. 선고 83도34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3)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263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판단의 수긍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사실인정을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면밀히 대조하여 보니,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넉넉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 측이 들고 있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피고인 측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양형부당 여부

가.

관련 법리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①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②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살피건대, 범행의 동기와 경위, 기망수법 및 피해의 정도,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전과관계, 환경 등에 비추어 보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 당심에서 새로이 현출된 양형조건에다가 위 법리를 더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이제 무겁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인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양형부당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