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에서 강판이 낙하하게 된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리모컨의 탈착 스위치를 부착에서 탈락으로 회전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의 작업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에게 작업지휘자 배치의무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A, C는 피해자가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강판 아래에서 작업할 것이라고 쉽게 예견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피고인 A, C 각 벌금 800만 원, 피고인 주식회사 B, 주식회사 D 각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146조 제1항 제4호('사업주는 크레인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미리 근로자의 출입을 통제하여 인양 중인 하물이 작업자의 머리위로 통과하지 않도록 하고, 그 작업에 종사하는 관계근로자가 그 조치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 작업자에는 크레인을 조작하는 작업자도 포함된다. 이 사건과 같이 인양 중인 하물이 일시 정지된 상태에서 작업자가 하물 아래에 몸을 밀어 라벨지를 확인하던 과정에서 불상의 원인으로 하물이 떨어진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A, C는 강판 낙하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안전조치로서 작업지휘자를 배치하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 주식회사 B, 주식회사 D의 중량물 취급작업계획서에는 '낙하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으로서 '권상 중인 중량물의 하부에 접근 금지' 및 '강판 운반작업 시 한 장씩 운반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1권 81쪽).
피해자가 속한 출하팀은 작업 지시된 물량 리스트를 확인한 뒤, 전처리된 강판에 부착된 라벨지(약 10mm 크기)를 통해 해당 강판이 출고 대상인지 육안으로 확인하였고, 출고 대상인 경우에는 라벨지 3장 중 1장을 떼어 출고 확인서에 부착하고, 마커펜으로 강판의 나머지 라벨지 옆 공간에 수기 표기를 하였다(증거기록 2권 126쪽,146쪽, 185쪽, 186쪽).
또한 출하팀은 통상 크레인의 마그넷에 붙어있는 서너 장의 강판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얇은 강판의 경우 자력의 영향으로 마그넷에 여러 장이 함께 흡착되고, 이를 일일이 분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장씩 옮기는 것보다 여러 장을 동시에 옮기는 방식이 작업 효율 면에서도 유리하였고, 트레일러 기사들이 신속한 상차를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마그넷에 여러 장의 강판이 함께 부착된 상태 그대로 강판을 확인한 후 이를 운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해 왔다(증거기록 1권 262쪽).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양되는 강판마다 폭과 길이가 일정하지 않아, 아래에 있는 강판이 위에 있는 강판보다 폭이나 길이가 짧을 경우에는 라벨지 확인 등을 위하여 작업자가 인양물 아래로 상체를 집어넣는 일이 종종 발생했었다(증거기록 2권 40쪽).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선생산품(납품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녹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처리를 미리 수행한 강판)을 선별하여, 출고동에서 야드작업장으로 반출하기 위해 트레일러 상차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리모컨 조작에 따라 강판 4개가 마그넷에 함께 들러붙었고[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강판 ①, ②, ③, ④라고 각 칭한다. 각 강판의 규격(가로×세로×두께)은 강판 ①은 2,389×8,880×13mm, 강판 ②는 3,326×8,871×11mm, 강판 ③은 1,842×7,802×11mm, 강판 ④는 1,614×9,194×12mm이었다.], 강판③은 강판 ②로부터 안쪽으로 약 70cm 떨어진 위치에 있었던바, 피해자는 강판 ③에 부착된 라벨지를 확인하거나 마커펜으로 수기 표기를 위해서 상체를 들이밀고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때 원인 불명의 사유로 강판이 낙하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두개골이 골절되어 사망하였다(증거기록 2권 125쪽 내지 134쪽).
피고인 A, C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이전에도 크레인으로 권상한 여러 장의 강판 중 일부가 낙하한 사실이 있었음을 각 인정하였다(증거기록 2권 183쪽, 228쪽).
L 포항지부는 2022. 12. 20.경 피고인 주식회사 D, 주식회사 B에 대하여, 강판 상차 작업 중 위험작업 반경 내 임의 출입으로 인한 재해 발생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크레인을 이용한 강판 운반 작업 개시 전 작업계획의 사전 숙지 및 방호 장치의 작동상태 점검을 철저히 하고, 중량물 운반 시에는 중량물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중량물 하부에 임의 접근한 후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지도하였다(증거기록 2권 192쪽, 193쪽, 212쪽, 213쪽).
피고인들은 일부 다른 작업과 피해자의 작업을 통합하여 관리·감독하는 작업지휘자가 지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평소 현장에서 작업을 총괄하는 현장소장 K은 주간에만 근무를 하고, 이 사건 당시 야간조와 교대를 할 시간이어서 야간조에게 당일 작업할 물량을 인수인계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야간 근무시간에는 작업을 지휘할 수 없었다(증거기록 2권 12쪽, 51쪽). 이 사건 당시 총괄 지휘를 하는 사람은 없었고(증거기록 2권 51쪽), 생산팀 조장인 N이 야간에 중앙운전실에서 업무를 보면서 간간이 현장을 나가서 안전점검을 하는데, 생산팀 소속으로 피해자가 속한 출하팀과는 소속이 달랐고(증거기록 1권 118쪽),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중앙운전실이 아니라 생산라인을 돌리기 위해 밖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고, 안전 점검 시 생산팀 조원에 대해서만 지적을 하였으며, 피해자가 속한 출하팀의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46 내지 49쪽).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작업지휘자 배치만으로는 이 사건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안전보건규칙 제146조 제1항 제4호가 이 사건과 같이 크레인에 인양 중인하물이 일시 정지된 상태에서 작업자가 하물 아래에 몸을 밀어 넣어 라벨지를 확인하던 중 불상의 원인으로 하물이 낙하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위 규정은 작업자의 머리 위를 지나는 하물 낙하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하물의 높이는 약 1.5m에 불과하였고, 피해자가 직접 상체를 집어넣지 않는 한 하물이 피해자의 머리 위를 통과하거나 그 하부에 위치하게 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인바(공판기록 68쪽), 위 규정이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이 사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을 비롯하여 피고인 A, C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하였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새롭게 양형에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
결론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최운성(재판장) 박치봉 강경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