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6. 6. 24. 선고 2025구합2064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6. 1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5. 11. 22. D 주식회사에 입사하였고, 사망 당시에는 주식회사 E(이하 'E'<1>라 한다)의 ETC<2> 사업본부 F지점(경주)에서 G팀 팀원으로서 울산 지역의 전문의약품 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

망인은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2024. 12. 21. 01:15경 울산 남구 화합로 185 소재 교차로를 무단횡단(보행자 적색신호)하던 중 택시 차량들에 치어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5. 3. 5.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5. 6. 18. '망인의 2차 회식은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렵고, 2차 회식 종료 후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까지 약 3시간의 간격이 있어 업무와의 관련성이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부지급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전 참석한 회식은 1차 회식뿐만 아니라 2차 회식까지도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 관리 하에 있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고, 회식에서 과도하게 음주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판단

가.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3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H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를 포함한 망인의 가족의 자택은 대구이나, 망인의 영업 담당지역은 울산이다. 이에 망인은 주말에는 대구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 후 매주 월요일 E 경주 지점으로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그 후 담당 영업지인 울산으로 이동하여 영업을 하고 있으며, 평일에는 울산에서 자취하며 근무하다, 금요일 저녁에 다시 대구의 자택으로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2)

망인은 2024. 12. 20. E회사 I부장인 J이 주재한 거래처 회식에 참석하였는데, 그 회식의 시간, 장소, 참석자 및 금액 · 비용부담의 주체는 아래 표의 내용과 같다. 1차 회식 장소와 2차 회식 장소는 도보로 약 12분 정도 거리이고, 1차 회식 참석자들은 모두 함께 택시를 타고 2차 회식 장소로 이동하였다.

<3> 3) 망인은 동석한 7명과 함께 1차 회식에서는 소주 15병, 맥주 3병을, 2차 회식에서는 양주 2병을 나누어 마셨다. E 직원인 U가 피고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사실확인서(을 제3호증)에는 '망인의 평소 주량이 소주 2~3병이고, 1, 2회 회식 당시 소주1.5~2병, 양주 2~4잔 정도 마셨다'고 기재되어 있다.

4)

망인은 2차 회식 종료 후 망인의 차량을 주차한 1차 회식 장소인 K식당으로 도보로 혼자 이동하다 2024. 12. 21. 01:15경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망인은 위 도보 이동 중 원고에게 2024. 12. 20. 23:29경 38초, 같은 날 23:58경 3분 26초, 2024.12. 21. 00:05경 1분 32초 전화하여 통화하였다.

5)

1, 2차 회식 장소 및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아래 지도 그림과 같다.<4>

6)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에 의하면 망인의 이 사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는 0.219%였다.

나.

관련 법리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 · 질병 · 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대법원 2020. 3.26. 선고 2018두35391 판결 등 참조).

2)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과실을 요하지 아니함은 물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망인이 참석한 1차 회식과 2차 회식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 관리 아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망인은 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피고는, 1차 회식의 경우 망인 등이 병원관계자에게 E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설명하는 자리로서 망인을 포함한 E 직원 4명과 병원관계자 4명이 참석하였고 E의 법인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공식 회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반면, 2차 회식은 J의 권유로 라이브클럽에서 이루어졌고, 병원관계자 4명은 귀가하였으며, 당시 나눈 대화도 업무상 목적으로 볼 만한 사정이 없고, 비용도 J의 개인카드로 결제하였다는 점을 들어, 1차 회식과 달리 2차 회식은 비공식적인 사적 모임에 해당하고, 사적 모임인 2차 회식 종료 후 약 3시간 경과하여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정상적인 퇴근 경로에서 이탈한 것임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먼저 2차 회식의 성격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2차 회식 역시 1차 회식의 연장선상에서 E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공식 회식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망인의 업무는 E의 제품 정보를 의사들에게 전달하여 의사들이 E의 제품을 처방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의사들을 상대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나)

E는 그 직원들의 위와 같은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제품설명회를 위한 1차 회식비용을 지원하고 2차 회식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E의 영업직원들은 거래처 접대, 회사 내 팀워크 등의 이유로 술자리가 상시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일을 했다(갑 제9호증).

다)

2차 회식은 1차 회식 이후 J의 주최 하에 노래를 부르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고, 이 사건 처분의 전제사실과 달리 1차 회식 참석자들은 모두 2차 회식에도 참석하였는데, E의 영업 대상인 병원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2차 회식을 피고 주장과 같이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사적인 관계의 술자리로 보는 것은 1차 회식과의 시간적· 장소적 연속성 측면에서 부자연스럽다.

라)

1, 2차 회식에 참석한 H의 증언에 의하면, 망인이 2차 회식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1차 회식 참석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2차 회식에 다 가는 분위기였고(녹취록 6/18면), 이에 더하여 망인의 지위(망인은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자 중 가장 직급이 낮다) 및 참석자(영업상대방인 병원관계자들도 모두 참석하였다) 등을 고려하면, 설령 망인이 2차 회식을 먼저 제안하였다고 하여, 그 주최자를 망인으로 볼 것은 아니다. 또한 을 제3호증(사실확인서)의 기재에 의하면, E는 피고의 업무상 재해 조사시에 '2차 회식 당시 의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는 허위의 진술을 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증인 H의 증언 중 '망인의 제안에 의하여 2차 회식을 했다'는 부분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마)

2차 회식에서는 1차 회식에서와 달리 J이 개인카드로 결제하기는 하였으나,2차 회식 역시 병원관계자와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 및 유지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E의 영업을 위한 회식인 점, 영업대상자였던 병원관계자들은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E의 법인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2차 회식의 업무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바)

이처럼 앞서 본 회식의 경위와 과정, 즉 ① 1차 회식이 약 2시간 20분 정도 있은 후 2차 회식은 1시간 정도로 시간 공백 없이 연속하여 모두 인근 장소에서 비교적 짧게 이루어진 점, ② 각 회식 장소, 술의 종류, 음주량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회식의 연장 범주를 넘지 않으며 그것이 오로지 개인적 여흥의 만족을 위한 일탈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병원관계자들과 가진 2차 회식은, 피고도 공식 회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1차 회식의 연장선상에서 공식 회식의 순리적 범위 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3)

망인은 1, 2차 회식에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셔 만취 상태였고(망인의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19%이고, 망인이 1, 2차 회식 이후 이 사건 사고 전에 추가 음주를 했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J 등 회식 참석자들이 망인의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망인이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

4)

갑 제8호증의 1 내지 5의 각 영상, 제2회 변론기일에서의 원고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술에 취하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고 직전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대리를 불러 달라'고 했으며(증언 녹취록 17, 18/18면), 증인 H도 망인이 회식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대구로 가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하였는바(16/18면), 이에 의하면, 망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대구로 가기 위해 자신의 차로 이동하던 중에 길을 잃고헤맨 것으로 보이므로, 비록 2차 회식과 시간적으로는 멀어져 있으나, 망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가기 위해 길을 헤맨 행위는 퇴근 중의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망인은 2차 회식 장소에서 자신의 차량이 주차된 1차 회식 장소까지 평소라면 걸어서 약 12분 걸리는 거리를 약 3시간 동안 가지 못했는데, 망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구글 타임라인의 동선, 위 3시간 동안 원고와의 통화내역 및 카드사용 내역<5>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약 3시간 동안 만취하여 길을 찾지 못하고 주위를 배외하였으며, 목적지인 1차 회식 장소에 거의 도착한 왕복 8차선 교차로에서<6> 무단횡단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 으로 보인다.

5)

이처럼 망인이 과음을 한 상태에서 주차된 곳을 약 3시간 동안이나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였고,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에 이르러 무단으로 도로를 건너 간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하여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통상적으로 가지는 주의능력이나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사고의 발생을 미리 인식하여 이를 방지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능력이 현저히 제한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6)

비록 망인에게 무단횡단을 한 잘못이 있긴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직무와 관련된 회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만취상태가 되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채 자신의 차로 가기 위하여 무단횡단을 하다 이 사건 사고에 이른 것 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무단횡단 행위가 고의 또는 자해행위라고 볼 수 없고, 망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7)

따라서 망인은 1, 2차 회식에서 한 과음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석원(재판장) 선승혜 김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