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5. 12. 18. 선고 2025나301805 판결

임금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7,956,439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5. 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4.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지그 제작 개발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2018년경 베트남국하노이 박린에 D 유한책임회사(이하 'D'라고만 한다)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나.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서 2020. 9. 10.부터 2022. 4. 20.까지 D의 법인장으로 근무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에게 D를 1억 5,000만 원에 인수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금액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의 퇴직에 불구하고 원고의 2021. 3.부터 2022. 4.까지의 임금 30,492,907원 및 위 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 7,463,532원 합계 37,956,439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마.

피고의 대표자인 사내이사 C은 2022. 5. 24. '원고가 2020. 9.부터 2022. 3.까지 D의 자금 64,569,240원을 업무상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원고를 고소하였다(을 제2호증의 1, 경기부천원미경찰서 2022-009933 사건; 이하 '이 사건 횡령고소'라 한다).

바.

원고와 C은 2022. 7. 11. 베트남에서 별지 합의서(을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사.

C은 2022. 8.경 한국에 복귀한 다음 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하지 아니한 채2022. 11. 7. '원고가 2022. 8. 13.경 D 소유의 엠시티 머신 센터기계 등을 임의로 타에 매각하여 2억 830만 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원고를 추가 고소하였다 (을 제3호증의 1, 경기부천원미경찰서 2022-021318 사건; 이하 '이 사건 추가횡령고소'라 한다).

아.

대구수성경찰서는 부천원미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한 다음 2023. 6.12. 이 사건 횡령고소에 대하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하였다(갑 제4호증). 이에 대하여 C이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대구지방검찰청은 2024. 2. 23.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하였다(갑 제3호증).

자.

C은 위 혐의없음 결정에 다시 항고하였다가 2024. 8. 19. 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하였다.

차.

대구지방검찰청은 2024. 3. 11. 이 사건 추가횡령고소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합계 37,956,43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항변 등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을 포기하였거나 그 채무를 면제하였다고 항변한다.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르면, ① 원고는 2022. 11.부터 C에게 기술지원 대가로 20,000,000원을 지급하고, ②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 및 기타 급여의 지급을 요청하지 아니하며, ③ C은 이 사건 횡령고소를 한국에서 취하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을 포기하거나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위 항변은 일응 이유 있다.

나.

원고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채권의 포기 내지 피고 채무의 면제(이하 '이 사건 채권의 포기'라고만 한다)는 이 사건 합의서에 C의 의무사항으로 포함된 이 사건 횡령고소의 취하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인데, C이 비록 2024. 8.경 위 고소를 취하하였다 하더라도 신의칙상 그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채권 포기의 의사표시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서의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한국 법인인 피고로부터 퇴직한 이후에도 베트남 법인인 D에서 법인장으로 한동안 계속 근무하고 있었는데 C의 이 사건 횡령고소로 인하여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등 법인 운영상 차질을 겪고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합의서의 형상 및 내용을 보면, 이 사건 합의서는 원래 기술지원 대가 금액을 합의하기 위해 미리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인데, 문서 말미에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 포기와 C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횡령고소 취하가 수기로 덧대어 기재되어있는바, 원고와 C이 위 기술지원 대가 금액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쌍방의 대가적 의무를 부가하는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위 각 내용이 합의서에 덧대어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당시 원고로서는 C이 자신에 대한 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경우에 아무런 대가도 없이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을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고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합의서의 최하단에는 C의 이 사건 횡령고소 취하에 덧붙여 "실업급여 건은 고용보험에서 신청하기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원고가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을 포기하는 대신 C이 원고로 하여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내용이므로 이러한 점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C의 위 각 의무 내용은 서로 조건적 대가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의 포기는 C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횡령고소의 취하를 정지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위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는지에 대하여 보건대, C이 2024. 8. 19. 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는바(민법 제150조 제2항), 앞서의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합의서에 이 사건 횡령고소의 취하 시한이따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원고와 C이 위와 같은 합의에 이르게 된 동기와 목적, 그 경위, 위 합의서에 C이 이 사건 횡령고소를 한국에서 취하하기로 되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합의 당시 당사자의 의사는 C이 한국에 복귀하면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하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그러나 C은 한국에 복귀한 다음 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추가횡령고소를 한 점, ③ 이로 인해 원고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횡령고소 범죄사실에 관하여 약 2년 가량 계속 수사를 받아야 했던 점, ④ C이 이 사건 횡령고소를 취하한 시점은 고소취하를 약속한 때로부터 이미 2년이 경과한 이후이고, 아울러 수성경찰서의 불송치(혐의없음) 결정 및 대구지방검찰청의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이 난 이후인 점, ⑤ C은 위 각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 및 항고를 하였는바, 이는 고소취하를 약속한 선행행위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위인 점 등을 종합하면, C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횡령고소 취하라는 정지조건은 C이 한국에 복귀한 다음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추가횡령고소를 한 시점에 그 불성취가 이미 확정되었거나 또는 C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위 정지조건을 성취시킨 때에 해당하여 원고가 위 정지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위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 포기의 의사표시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원고의 재항변을 받아들이는 이상 원고가 예비적으로 주장한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합계 37,956,439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 날인 2022. 5. 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일(재판장) 손윤경 박형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