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5,055,363원과 이에 대하여 2024. 4. 12.부터 2026. 2. 5.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항소와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원고
피고는 화재 방지를 위한 방수처리 및 비산방지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를 용접 작업을 하는 원고에게 알리지 않았다. 따라서 제1심법원이 용접 작업자로서 화재발생에 초기 대응을 한 원고의 과실을 30%나 인정하고 위자료를 700만 원만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
피고
원고는 샌드위치 판넬 지붕에 물을 뿌리는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만연히 용접 작업을 함으로써 샌드위치 판넬에 불똥이 튀어 불이 붙게 되었고, 원고가 손으로 불을 끄려고 하다가 장갑에 불이 옮겨 붙게 되면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처럼 원고가 입은 피해는 원고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것일 뿐, 피고의 안전의무위반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설령 피고의 안전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이 피고의 과실보다 더 크다고 할 것이므로, 제1심법원이 피고의 과실을 70%로 인정하고, 위자료를 700만 원이나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
인정사실
원고는 일용근로자이고, C는 경북 예천군 D 지상에 위치한 E육묘장(이하 '이 사건 육묘장'이라고 한다)의 사업주이다.
피고는 2024. 4. 12.경 F가 운영하는 인력사무소에서 용접공으로서 원고를 소개받았고, 원고는 피고의 지시를 받으면서 이 사건 육묘장에서 호이스트 브라켓 용접 업무를 하였다.
원고는 용접 업무를 하던 중, 샌드위치 판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원고는 위 화재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좌측 두 번째 및 우측 다섯 번째 손가락에 신전건 열상을 입었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024. 4. 13. G에서 변연절제 및 힘줄 봉합술을 시술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4. 4. 12.부터 2024. 4. 14.까지 3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후 2024. 10. 12.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770,540원, 휴업급여 23,378,250원, 장해급여 10,037,500원을 각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원고가 산재 처리를 통하여 피해 회복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피고를 대신한 C로부터 노임을 지급받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를 위반하여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24. 4. 12. "본인은 C 사장님 현장에서 2024년 4월 12일 - 2024년 4월 12일 근로한 노임 250,000원을 현금으로 지급받았습니다. 노임사고 발생 시 민, 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노무비 지급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같은 증거 및 갑 제13 내지 17호증, 을 제8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금 지급 신청을 하기 위하여 F와 사이에 위 노무비 지급 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 노무비 지급 확인서의 "노무비", "노임사고"라는 문언에 비추어, 이는 원고의 '노임'에 관한 문서로 보일 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문제까지 고려하여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C는 2024. 5. 27. 원고와의 전화통화 당시 '내가 해결해주면 소송으로 가지 말고 좋게 끝내자'는 취지로 이야기 하였고, 이에 원고가 위 노무비 지급 확인서를 언급하면서 C를 안심시키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원고가 C와의 위 전화 통화 당시 이미 이 사건 소 제기를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인정사실및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 ·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권리의무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원고가 피고의 지시를 받으면서 이 사건 육묘장에서 호이스트 브라켓 용접 업무를 하던 중 샌드위치 판넬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의 용접 작업 현장에서 용접 시 발생하는 불꽃, 불티 등을 방지하지 위한 비산방지조치를 하지 않고, 화재감시자나 소화설비 내지 소화기를 배치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작업자들이 안전한 작업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화재 발생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안전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참조), 앞서 보았듯이 피고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된 이상 피고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고,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과실 등은 책임 제한 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일실수입에서 원고가 이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를 공제한 잔액인 19,953,250원과 원고의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10,000,000원의 합계액인 29,953,2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재산상 손해액
구체적 손해배상액을 아래와 같이 계산한다. 다만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과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 현가 계산은 월 5/12%의 비율로 계산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당사자들의 주장 중 아래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부분은 배척한다.
[인정 근거]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다툼 없는 사실, 제1심법원의 국립경찰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기초사실
생년월일 및 성별: H생, 남성
사고 발생일 및 사고 당시 연령: 2024. 4. 12., 61세 9일
가동연한 및 가동종료일: 만 65세, 2028. 4. 2.
노임단가 및 가동일수 : 용접공 및 20일
[갑 제8호증의 기재 및 원고가 수행한 작업의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의 노임단가를 보통인부 내지 특별인부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노동능력상실률
입원 중(2024. 4. 12. ~ 2024. 4. 14.): 100%
요양기간(2024. 4. 15. ~ 2024. 10. 12.): 중복장해율 14.5%(영구 장해)
요양기간 이후(2024. 10. 13. ~): 중복장해율 14.5%(영구 장해)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함에 있어 원고의 기왕증의 기여도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기왕증의 존재나 정도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구체적 계산 : 35,336,161원으로,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적극적 손해: 808,790원(갑 제5호증)<2>
공제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이나 산재보험법에 따라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에 그 급여액을 일실수입의 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그 손해의 성질이 동일하여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수령한 휴업급여금이나 장해급여금이 법원에서 인정된 소극적 손해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초과 부분을 기간과 성질을 달리하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며, 휴업급여는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입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그것이 지급된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액에서만 공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16240 판결 등 참조).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의 공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 2,770,540원 및 휴업급여23,378,250원은 원고의 적극적 손해액 808,790원과 입원 및 요양기간(2024. 4. 12.부터 2024. 10. 12.까지) 중의 소극적 손해액 5,187,934원<3>을 각각 초과하는바, 원고의 이 부분 손해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다.
장해급여
원고가 지급받은 장해급여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부터 원고의 가동연한까지의 기간 중 입원을 포함한 요양기간(입원 및 통원 치료기간)을 제외한 기간(이하 '장해기간'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지급되었는바, 장해기간에 해당하는 일실수입 손해액인 30,148,227원<4>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장해급여 10,037,500원을 공제하면, 원고의 이 부분 손해액은 20,110,727원(= 30,148,227원 - 10,037,500원)으로 계산된다.
책임제한
원고도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한 이상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여 안전하게 작업을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샌드위치 판넬에 실리콘 방수처리 등 비산방지조치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위 샌드위치 판넬에 붙은 불을 손으로 끄려고 했고, 이에 원고가 끼고 있던 장갑에 불이 옮겨 붙게 되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고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및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C가 피고에게 700만 원에 살수시설 설치 업무를 도급주었고, 피고가 원고에게 20만 원에 4시간짜리 용접 업무를 맡긴 점을 비롯한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장소, 작업의 내용, 위험성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의 과실을 50%로 보고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결국 원고의 장해기간에 해당하는 일실수입 손해는 10,055,363원(= 20,110,727원 × 50%, 원 미만 버림)이다.
위자료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침해되는 영구적인 장해를 입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내용, 원고가 입은 피해와 고통의 정도, 원고의 연령, 직업, 장해 정도, 과실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5,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55,363원(= 10,055,363원 +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4. 4. 1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2. 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한다.
판사 손현찬(재판장) 김아영 최여진
1제1심판결 중 공동피고 C(이하 'C'라고만 한다)에 대한 부분은 패소한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2(= 진료비 합계 2,007,500원 - 공단 부담금 1,198,710원)¦
3위 표의 순번 1 내지 4의 기간 일실수입 합계액
4위 표의 순번 5 내지 7의 기간 일실수입 합계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