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1992. 8. 21. 선고 91가합4546 판결

판결요지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은 제6조 제5호에서 피고회사의 직원은 "회사의 승인없이 정치운동에 참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규칙 제51조 제1호와 제6호에는 "직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와 "사규 기타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를 직원의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 그런데 원고는 토요일 일과시간후인 1991.5.18, 16:00경 소속 부서의 체육대회행사 도중에 위 행사장을 빠져나와 친구를 만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가 같은 날 18:00경 위와 같이 포항시내 죽도시장 부근에서 이른바 "5ㆍ18 광주민주항쟁 11주년 기념 및 노정권퇴진 규탄대회"라는 가두집회가 열리고 있음을 목격하고 이에 참가하여 약 5분 동안 다수의 군중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는 등 위 집회에 호응을 한 사실, 위 집회는 관계당국의 집회개최허가를 받지 아니한 불법집회로서 현정부의 무조건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등의 반정부 색채를 띠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회사에서 위 집회의 참가를 승인한 적이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듯한 증인 김×규, 최×석, 양×운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좌우할 만한 증거없으므로 원고의 위 집회 참가는 일응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제51조 제1호 및 제6호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제6조 제5호가 피고회사의 직원이 회사의 승인없는 '정치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피고회사와 같은 방대한 조직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간산업에 있어서 직원들이 함부로 정치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야기할 지도 모르는 회사 경영질서의 문란과 그로 인한 국가기간산업의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위 취업규칙이 금지하고 있는 '정치운동'도 그러한 경영질서의 문란이나 그로 인한 국가기간산업활동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피고회사와 관련있는 정치성 집회의 참여나 기타 그러한 정치적 의견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따위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할 것인 바(만약 그렇지 않고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모든 정치운동 즉, 일체의 정치성 집회의 참석이나 기타 정치적 의견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라면 이는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하겠다), 앞서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가 참가하여 호응한 위 집회는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불법집회이고 또 위 집회에서 나온 구호가 현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등 정치성을 띤 점은 인정되나, 그렇다고 하여 더 나아가 원고의 위와 같은 위 집회에의 참가가 피고회사의 경영질서나 기업활동에 어떤 구체적인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임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위와 같은 집회의 참가가 곧 피고회사의 위 취업규칙 제6조 제5호 소정의 회사의 승인없는 '정치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원고의 위 집회의 참가가 위 취업규칙 제6조 제5호의 사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피고회사에서 위 집회 개최사실을 직원들에게 고지하고 그 참가를 불허하는 취지의 사전 경고를 한 바도 없었을 뿐더러 원고는 그날이 토요일이라 사전에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이를 위 체육대회에 참석한 동료에게 고지한 다음 위 행사장을 먼저 빠져 나와 그 친구를 만나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가 부근에서 가두집회 및 시위가 있는 것을 목격하고 위와 같이 약 5분 정도 이에 일시 가담하였다가 곧바로 이탈하였으며(피고회사는 원고가 사전에 위 집회의 개최사실을 인지하였을 뿐 아니라 집회장소가 변경된 것까지 알고는 자진하여 변경된 집회장소로 찾아가 이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주장하나, 추측 혹은 전문진술로서 이 법원이 믿지 아니하는 증인 김×규, 최×석, 양×운의 각 일부 증언 이외에는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아무런 증거없다), 체육대회 행사도 토요일 일과시간후인 데다가 이에 참여한 여직원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 점으로 보아 그 참여가 반드시 의무사항은 아니었던 것으로 엿보이는 한편 원고가 입사 이래 피고회사에 아무런 문제를 야기함이 없이 성실히 근무하여 온 사실 등이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우발적으로 일시 정치성 집회에 참가하여 이에 호응하였다 하여 사실상 원고를 고용관계에서 강제로 박탈하는 권고해직처분까지 함은 원고가 저지른 위 비위의 정도에 비추어 너무나 형평을 잃은 것으로서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위 권고해직처분이 정당함을 전제로 하는 위 징계면직처분도 결국 무효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피고회사는, 피고회사가 원고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1990.11 피고회사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은 후 같은해 12월경 당시 원고가 재학중이던 P공과대학의 학내 문제로 원고가 학내시위에 적극 참여한 사실이 발생함으로써 피고회사가 일응 합격취소통지를 하였다가 원고와 그 부모 등이 원고의 잘못을 인정하고는 다시는 위와 같이 불법시위에 참여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탄원서를 제출하므로, 그와 같은 취지의 각서를 원고 등으로부터 다시 징구한 후 위 합격취소처분을 철회하고 원고를 다시 채용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입사후 불과 3개월여만에 피고회사와의 위 약속을 저버리고 다시 피고회사가 승인하지 아니한 위와 같은 불법집회에 참가하였는 바, 그렇다면 이는 노사간의 신뢰관계를 상실시킨 배신행위로서 장차 원고가 피고회사에 계속 근무하면 직장내에서 불법적인 시위를 선동, 주도할 개연성이 높다는 징표가 될 수 있으므로 피고회사가 이를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더 이상 지속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 보고 권고해직처분한 것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회사의 요구에 따라 원고가 위 각서를 제출한 것은 결국 원고가 입사후 장차 위와 같은 불법적인 집회에 참가할 경우에는 사안을 불문하고 피고회사가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당연히 종료시킬 수 있는 해제조건부 근로계약 내지는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이 원고를 권고해직처분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1990.11경 피고회사의 서류전형에 합격하여 피고회사의 직원으로 채용이 확정되었는데, 그후 정식으로 입사하기 전인 1990.12경 원고가 당시 재학중이던 P공과대학의 여학생회장으로서 당시 위 대학 당국에서 신입생들에게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징구하고 학생회장의 피선자격을 평점 평균이 일정점수 이상인 자로 제한하려 한 조치와 관련하여 학내 소요가 발생하고 이에 이어 학생들의 농성과 학기말시험 거부사태가 발생하자 학교 당국의 신입생에 대한 서약서 징구방침에 대한 반대의사를 담은 대자보를 게재하고, 농성에 참가한 후배 학생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하여 이를 이유로 피고회사 인사규정 제9조 제10호의 "사상불온 또는 불량한 소행의 사실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같은해 12.21자로 원고의 채용합격을 취소한 사실, 그러자 원고를 비롯 그 부모와 위 대학 지도교수 등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해명을 하고, 잘못이 있으면 너그러운 용서와 선처를 구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피고회사의 회장과 사장, 부사장 등에게 제출하였고, 이에 피고회사는 위와 같은 원고와 그 부모, 지도교수의 탄원서 등을 참작하고, 원고가 개인적으로는 우수한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원고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하고 1991.2.4 원고로부터 "본인은 1991.2.4 귀사에 입사함에 있어서 본인의 지난 행동을 깊이 반성하며, 회사의 직원으로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며, 과거와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성실한 자세로 근무에 임할 것을 서약합니다"는 내용의 각서를 징구한 후 당일자로 원고를 재채용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입사일로부터 약 3개월여 후인 1991.5.18 위와 같이 피고회사가 승인하지 아니한 위 집회에 참가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하기 전에 위와 같이 피고회사의 인사규정 제9조 제10호(사상불온 또는 불량한 소행의 시설이 있는 자)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한 바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회사가 이를 용인하고 그것을 문제삼지 않기로 하여 재채용결정을 한 이상 입사후에 원고가 다시 위와 같은 유사한 행위를 하였다 하여 입사전의 위 행위를 근로관계 성립후의 별개의 행위인 이 사건 집회참가에 대한 징계양정의 참작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영질서나 기업활동에 어떤 구체적인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한 이상 미래의 그런 개연성이 있다 하여 이를 징계의 사유로 삼을 수도 없는 법리라 할 것이며, 또한 위와 같은 각서는 그 문언 자체와 작성경위에 비추어 다분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것으로서 원고가 앞으로 피고회사에 근무하면서 피고회사의 경영질서나 기업활동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만약 이를 어겼을 때에는 통상의 경우에 비하여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뿐, 위 주장과 같이 이것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에 해제조건부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거나,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는 인정되지 아니하는 바, 그렇다면 원고가 위와 같은 각서를 작성한 후에 불과 3개월여만에 다시 위와 같은 피고회사의 승인이 없는 집회에 참가함으로써 피고회사의 신뢰를 다소 저버린 점이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앞서 본 위 집회의 참가 경위와 그 가담정도, 입사후 근무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행위가 피고회사와의 근로관계를 도저히 지속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거나 근로관계를 당연히 종료시킬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피고회사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없다 하겠다.

그러므로 나아가 임금지급청구 부분에 대하여 보건대, 위 인정과 같이 피고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징계면직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 할 것이고, 원고가 그동안 피고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지 못한 것은 피고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회사는 원고에게 위 징계면직처분일 이후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의 임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 바, 원고가 위 징계면직처분일 당시 피고로부터 매월 평균 금 943,440원씩을 수령한 사실은 피고회사가 이를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여 자백한 것으로 볼 것이니 결국 피고회사는 원고에게 위 징계면직처분일인 1991.6.18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금 943,440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겠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