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전자파 노출이 백혈병 발병과 진행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 ( 2001.03.09, 대법 2000두8806 )
[요지] 망인이 근무하던 TV송출 기술부에 많은 방송장비와 모니터 등이 설치돼 있어 여타 작업장이나 일상생활 환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전자파가 방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전자파 노출이 백혈병 발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의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백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다거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다면 백혈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인정할 근거도 없으므로 망인의 병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복지공단 사건
(대법원 2001.3.9 선고, 2000두8806)
*사건 / 2001.3.9 선고, 대법원 제3부 2000두8806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박정재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극윤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00.9.22 선고 99누1489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 김영남은 1973.3.1 한국방송공사(이하 `소외 공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기술총국 조정국 텔레비전조정부·방송센터건설국 기술부·제작기술국 텔레비전조정부·춘천방송국 기술부·보도본부 보도기술부·대전방송총국 기술국·라디오기술국 등에서 근무하다가 1994.8.5 TV기술국 TV송출기술부 총감독을 거쳐 최종적으로 1996.1.30부터 소외 공사 TV기술국 TV송출기술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6.5.10 상복부 동통 등의 이상증세가 나타나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하여 검사를 받은 결과 백혈병으로 진단받았음에도 항암치료를 거부한 채 같은 달 22일부터 월 1∼2회 정도 통원하며 수혈 등의 보존적 요법만을 받아오다가 1997.3.19 07:00경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응급 이송되었으나 그 다음 날 06:35경 백혈병의 합병증으로 발병한 폐부종으로 사망하였다.
망인은 소외 공사에서 줄곧 방송기술분야의 업무에 종사하여 왔는데 업무의 특성상 상시 긴장상태를 유지하여야 했던 관계로 평소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게 되었으며, 망인은 TV송출기술부 부장으로 근무하게 된 1996.1.30 이후에는 KBS 1, 2 TV의 송출업무 이외에도 각종 방송장비의 보수·관리, 방송장비 현대화계획 수립 및 장비 도입, TV방송 송출과 관련된 각종 시설공사 등을 총괄하게 됨으로써 1일 평균 13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등 비교적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망인이 1994.8.5 이후 근무하던 TV송출기술부는 KBS 신관건물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중 실제 송출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바닥면적이 각각 61평 가량인 1TV 주조정실과 2TV 주조정실로서 그 내부에는 비디오 믹서(Video Mixer) 등 17,000여점의 방송장비와 총 187대의 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전기에 진동이 일어날 때 그 주위에는 전기력과 자기력이 동시에 발생하는데 이것이 주기적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파동을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라 하는데, 전기가 흐르는 곳에는 언제나 전자파가 발생하는 속성을 가지며, 전자파는 주파수가 0Hz인 직류에서 10²²Hz인 감마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파수 영역을 가지고 있는데, 통상 주파수에 따라 극저주파(ELF:0∼1kHz), 초저주파(VLF:1∼500kHz), 라디오파(RF:500kHz∼300MHz), 마이크로파(MW:300MHz∼500GHz) 등으로 구분하고, 그 양은 극저주파와 초저주파는 전계(V/m)와 자계(mG)로, 라디오파와 마이크로파는 단위면적당 전력(mW/cm²)으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TV방송 송출용 기기에서는 주로 라디오파와 마이크로파가 사용되고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소외공사의 TV송출기술부 작업 공간 내에 어떤 주파수의 전자파가 어느 만큼 방출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조사와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 내의 조혈 모세포 중 골수구계 세포에서 악성변환이 일어나 암세포가 증가함에 따라 정상 조혈기능이 저하되어 감염이나 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으로써, 성인의 경우 중앙생존기간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3∼6개월 정도,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경우에는 약 2년(이 중 20∼30%는 장기생존이 가능하다) 정도이지만 항암화학요법에 이어 골수이식까지 받는 경우에는 약 50∼60%에서 장기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혈병은 현대의학상 그 발병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으로서 방사선 조사, 벤젠 등의 화학물질에의 노출, 바이러스 감염 및 유전적 요인이 그 유발인자가 될 수 있다고 추측되고 있을 뿐이고, 전자파에의 노출이 백혈병 발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의학적 연구보고가 있기는 하지만(이러한 영향을 미치는 전자파가 극저주파라는 견해도 있고 마이크로파라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영향이 거의 없거나 매우 미약하다는 견해와 이를 부인하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데다가 그 의학적 기전에 관하여도 아직 명확히 규명된 바가 없어서 전자파와 백혈병 발병과의 상관관계는 의학적으로 상당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아직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고, 한편 과로와 스트레스가 백혈병을 유발하거나 급속히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의학적인 보고는 없는 상태이다.
나아가서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위 망인이 근무하던 TV송출 기술부에는 많은 방송장비와 모니터 등이 설치되어 있어 여타 작업장이나 일상생활 환경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전자파가 방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망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의 전자파에 어느 정도 노출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자파에의 노출이 백혈병 발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의학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으므로 망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전자파에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또한 망인이 업무의 특성상 그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판단되나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백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다거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었더라면 백혈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였을 것이라고 인정할 근거도 없으므로 백혈병의 발병 내지 악화와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유족보상지급청구를 거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였거나 공무상 질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없다.
그 밖에 단순한 사실오인의 점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원심의 적법한 사실확정을 비난하는 것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윤재식 이규홍(주심), 손지열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