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A,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C의 상고 및 피고의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C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상고 및 부대상고 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 A, B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 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해서는 안된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1264 판결 참조).
원심은, 원고 A이 1997. 10. 12. 피고 산하의 춘양국유림관리소가 시행하는 국유양묘용 임목종자 채취사업에 일용인부로 고용되어 일당을 받고 일하던 중, 1997. 10. 16. 11:00경 잣종자 채취작업에 투입되어 수고(樹高) 10m의 잣나무에 7m 높이까지 올라가 장대로 잣종자를 채취하던 중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지면으로 추락하여 제 4, 5, 6 경추체 골절, 전위 및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피고 산하 춘양국유림관리소 D 팀장으로서 위 종자채취작업의 실행담당공무원인 E은 원고 A 등 일용인부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의 위험한 작업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만 하였을 뿐, 나아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띠나 안전모, 안전화 등의 안전장비와 추락사고에 대비한 안전망 등의 보호시설 및 구급약이나 들것 등의 구급장비를 제공 또는 비치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산하 담당공무원인 E 등에게는, 평소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추락 등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비와 시설을 제공하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즉시 구호할 수 있는 약품이나 도구 등을 제공·비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고, 원고 A에게는,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잣종자 채취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나뭇가지가 튼튼한지 여부를 잘 살피는 등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에 이르지 않고 작업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위 E 등과 원고 A의 과실 비율을 30% : 70%로 인정하여 원고 A 및 B이 입은 손해액 산정에 이를 참작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산하 춘양국유림관리소가 작업인부들로 하여금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종자채취작업을 하도록 하였다면, 그러한 지시를 하는 사용자로서는 그 작업인부들이 추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안전모, 안전화, 안전띠 등 안전장구를 작업인부들에게 지급하여 착용하고 작업하도록 하여 추락을 방지하여야 하고, 나아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하여 두어 사고로 인한 손해 확대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피고 산하 담당공무원인 위 E 등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거의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며 반면, 원고 A은 위와 같이 위험한 작업을 함에 있어 나뭇가지가 튼튼한지 여부를 잘 살피는 등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것인바, 원고 A이 안전장구의 지급을 요구하지 아니한 잘못을 덧붙여 감안하여 보아도, 위와 같은 사정하에서라면 위 E의 과실이 원고 A의 과실보다 더 크거나 비슷하다고는 볼 수 있을지언정, 원고 A의 과실이 위 E의 과실보다 현저히 크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의 과실을 30%, 원고 A의 과실을 70%로 인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원고 C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57 판결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 A의 조모인 원고 C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금 70만 원을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의 부대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 A의 어머니인 원심 공동원고 F(이하 F라고 한다)가 1997. 10. 20. 피고 산하 춘양국유림관리소장과 사이에, '원고 A은 위 사고건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상을 받기로 합의하였으므로 민·형사상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 원고 A이 1997. 12. 4.부터 1999. 12. 13.까지 피고로부터 근로기준법 규정에 의한 요양비 등 합계 80,976,93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F가 원고 A 및 그 가족들로부터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권한을 위임받은 점을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으므로 원고들과 사이에 적법한 부제소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F가 원고들 및 다른 가족들로부터 합의권한을 위임받아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① 원고 F는 위 합의 당시 만 52세로서 손해배상 등의 법률적 분쟁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 합의일인 1997. 10. 20.은 사고일로부터 불과 4일이 경과한 때로서 이 사건 사고로 제 4, 5, 6 경추체 골절, 전위 및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원고 A에게 장차 어떠한 후유장애가 남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때인 점, ③ 원고 A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2001. 2. 13.까지 약 3년 6개월간의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상하지 마비, 배변·배뇨장애 등의 후유장애가 영구적으로 남게 되어 기대여명이 16년으로 감축되고 노동능력을 100% 상실한 점, ④ 원고 A 등이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재산상 손해(요양비로 지급된 치료비를 제외한 손해)는 도합 526,936,702원인데 피고로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업보상비, 일시보상금으로 지급받은 것은 합계 59,678,640원에 불과한 점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합의서는 원고 A이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상을 받기 위하여 작성된 것일 뿐이고, 당시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도 없었던 손해를 포함한 모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뜻으로 작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부제소합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그에 기초하여 F가 원고들로부터 적법한 합의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하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적법한 부제소합의의 존재를 부정한 것 내지 위 합의서의 효력에 관하여 당시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도 없었던 손해를 포함한 모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뜻으로 작성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부제소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A은 1997. 10. 12. 피고 산하의 춘양국유림관리소가 시행하는 국유양묘용 임목종자 채취사업에 일용인부로 고용되어 일당을 받고 일한 것이지, 피고가 G에게 임목종자 채취사업을 도급주고, G이 원고 A을 고용하여 작업을 하게 한 것이 아닌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피고는 도급인에 불과하고 G이 원고 A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사실상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어떠한 법리오해나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산하 담당공무원인 E이 원고 A 등 일용인부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의 위험한 작업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만 하였을 뿐, 나아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띠나 안전모, 안전화 등의 안전장비와 추락사고에 대비한 안전망 등의 보호시설 및 구급약이나 들것 등의 구급장비를 제공 또는 비치하지 아니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위 E에게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 산하 담당공무원의 과실에 기하여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어떠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부대상고이유는 모두 이유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A,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 C의 상고 및 피고의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C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상고 및 부대상고 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윤재식(주심) 변재승 이규홍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