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1317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처벌되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한 것이며, 나아가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B, D가 이 사건 대자보에서 적시하고 있는 주요한 사실들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며 나머지 표현부분은 적시된 사실을 전제로 피고인들의 평가나 의견을 다소 과장하여 표시한데 불과하고, 그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나 그 표현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형법 제310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쟁의행위는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 참조),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한다고 함은 실제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이 저해된 경우뿐만 아니라 정상적 운영을 저해할 위험성이 발생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1) 위생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분위기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하여 규정된 흰색의 위생복을 착용하여야 하는 간호사들이 응급실, 병실 등에서 규정된 복장을 착용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투쟁승리의 문구가 인쇄된 곤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는 행위는 병원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며, (2) 업무시간에 이루어진 시위행위는 병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모두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3) 한편,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집회는 그 규모, 방법, 시간, 장소 등에 비추어 병원의 접수 및 진료 등의 업무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성을 발생케 한 경우라고 볼 수 없어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쟁의행위의 개념이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쟁의행위 중 파업은 그 노무정지의 효율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하여 그 보조수단으로 소위 '피케팅'을 동반하거나, 직장에 체류하여 연좌, 농성하는 직장점거를 동반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이 경우 '피케팅'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하여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폭행, 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적 저지나 물리적 강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며, 직장점거는 사용자측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 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하여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이를 넘어 사용자의 기업시설을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능에 대한 침해로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병원의 출입구이자 외래·입원환자의 접수업무를 하고 있는 병원 1층 로비에서 4개월 이상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쳐 숙식을 하고 노동가 등을 외치면서 계속하여 철야농성을 하여 상당수의 외래진료환자를 돌아가게 하고 입원환자들마저 퇴원하게 하여 병원의 업무를 실제적으로 방해하여 조업마저 중단되도록 한 행위는 사실상 병원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이러한 직장점거를 하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비노조원들을 협박하고 기물을 손괴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위력을 행사하여 파업에 동참할 것을 강요한 행위 또한 '피케팅'의 정당한 범주를 벗어나 병원의 정상적인 조업을 방해하고 사용자의 병원운영을 방해한 행위로서 정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업무방해의 개념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퇴거불응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공모·공동하여 폐업신고를 한 병원장 등 사용자의 퇴거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이에 불응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은 병원을 폐업한 이후의 퇴거요구에 불응한 점에 관한 것이어서 그 이전에 이루어진 직장폐쇄의 적법 여부가 퇴거불응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것이며, 퇴거 요구에 불응한 시간과 피고인들의 행태 등에 비추어 노동조 합의 청산사무를 처리하는 범위 내의 행위로서 퇴거불응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직장폐쇄 및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노사관계의 차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유지담(주심) 배기원 김용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