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도8764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 지부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인 E노동조합(이하 'E노조'라 한다)의 임원들인 피고인들이 2003. 10. 6.부터 같은 해 10. 9.까지 D이 입주해 있는 F빌딩 1층 로비의 일정 부분을 점유하고 E노조 D 지부 노동조합(이하 'D 노조'라 한다)의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한 항의농성(이하 '이 사건 농성'이라 한다)은 D 노조가 E노조의 지원을 받아 그 사용자인 D을 상대로 하여 사내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성희롱 사건 및 임산부에 대한 음주강요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관철할 목적으로 D이 입주해 있는 F빌딩 1층 로비를 점거하고 현수막을 벽에 부착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방법으로 4일간 진행된 것으로서, 이 사건 농성의 목적이나 이에 이르게 된 동기, 이 사건 농성의 진행 상황, 사용자 대항성 및 업무 저해성의 정도 등에 비추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법령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쟁의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교섭과정에서 노사 대등의 입장에서 근로조건의 향상 등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에서 그와 같은 요구에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묵살하고 반대하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을 경우에 개시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등 그 밖의 헌법상의 요청과 조화되어야 한다(대법원 200. 12. 26. 선고 200두8906 판결 등).

원심은, D 노조의 쟁의행위에 산업별 연합단체인 E노조가 지원 차원에서 관여하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므로, D 노조의 조합원이 아닌 피고인들이 이 사건 농성에 참여한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들은 D 노조의 조합원들과 함께 사용자측에 대항한 쟁의행위를 하면서 D 이외에 수많은 입주자들이 거주 내지는 입점하고 있는 빌딩의 공유부분인 1층 로비 중 일부를 입주자들로부터 공동 위임을 받아 빌딩 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단의 사전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점거한 후, 관리단의 정당한 퇴거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응하며 계속적으로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농성을 하였을 뿐 아니라, 빌딩 입주자들의 공용부분인 1층 일부를 때로는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하는 등으로 마찰을 일으키며 4일간이나 계속 점거하여 농성함으로써 D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인 빌딩 입주자들의 거주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까지도 침해하여 그 농성으로 건물입주자들에 끼친 법익 침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농성의 수단과 방법, 법익침해의 결과 등에 비추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농성이 D에 대하여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농성 과정에서 건물입주자들인 제3자의 법익이 침해되고 그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통상의 한도를 넘어 제3자에게 이를 수인할 것을 요구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이상 제3자에 대하여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농성에 따른 피고인들의 퇴거불응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법령에 의한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도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권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도7393 판결,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퇴거불응의 범죄사실이 사내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성희롱 사건 및 임산부에 대한 음주강요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목적이 피해자들의 주거 또는 관리의 평온이라는 법익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이와 같은 퇴거불응이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는바,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퇴거불응으로 인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옳고, 거기에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또는 퇴거불응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고현철(주심) 박재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