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2111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고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파산채무자 주식회사 이론 테크놀로지(이하 '이론테크놀로지'라고 한다)와 대부분의 피고들 사이에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하기로 하는 내용의 연봉계약서가 작성된 점, ② 이론테크놀로지의 급여대장 및 급여명세서에 피고들에게 급여 등과 별도로 '퇴직선급금' 또는 '퇴직가지급금' 명목의 금전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액수는 급여총계 내지 지급합계액의 1/13과거의 일치하는 점, ③ 피고들 중 일부는 연봉계약서가 작성되기 전에도 이론 테크놀로지가 제시한 연봉협상안에 따라 연봉총액의 1/12씩을 매월 지급받으면서 이의를 제기한 바 없었던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이론테크놀로지와 피고들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선급금' 명목의 금전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이론테크놀로지가 위와 같이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이론테크놀로지는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피고들은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피고들은 위 '퇴직선급금 명목의 금액 및 위 '퇴직 선급금'이 평균임금에 포함되어 퇴직금이 산정됨으로 말미암아 피고들에게 초과 산정되어 지급된 퇴직금 증가분을 각 부당이득으로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먼저 ① 피고 1 내지 11(이하 피고들을 그 번호로 특정한다)의 경우를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론테크놀로지는 2000년 6월경 코스닥에 상장된 후 2000년 7월경부터 당시 재직 중이던 피고 1 내지 11을 포함한 직원들과 사이에 연봉제 도입 및 급여 인상 논의를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하지 아니하는 평균 27.97% 상당의 급여 인상안을 제시하였다가 나중에 위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하는 내용으로 협의를 요청한 사실, 그러자 직원들은 위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하려면 연봉을 12% 정도 추가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이론 테크놀로지가 다시 위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하되 2% 또는 3% 정도만 연봉을 추가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사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론테크놀로지의 위 제안을 거

부하고 연봉계약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여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고, 다만 그 후 이론테크놀로지는 최종적으로 제시한 위 안에 따라 산정한 연봉을 위 피고들에게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위 피고들이 위와 같이 이론테크놀로지가 제시한 연봉 안에 따른 연봉을 지급받았다고 하여 이론테크놀로지와 위 피고들 사이에 곧바로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시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② 피고 12 내지 29의 경우를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들은 이론 테크놀로지가 2001. 9.경 큐엠텔 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할 당시 큐엠텔 주식회사의 직원들이었던 사실, 이론테크놀로지는 위 피고들과 사이에 합병 후인 2001년 9월부터 지급될 임금에 관하여는 이를 새로 정하기로 하면서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사실, 그러나 위 피고들이 그러한 제안을 거부하고 이에 따른 연봉계약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여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고, 다만 그 후 이론 테크놀로지가 제시하였던 안에 따라 산정한 연봉이 위 피고들에게 지급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이론테크놀로지와 위 피고들 사이에도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시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③ 그 뒤 이론테크놀로지와 피고 1 내지 11 중 일부 사이에 2002. 7. 5.부터 2002. 7. 10.까지, 이론테크놀로지와 피고 12 내지 29 사이에 2002. 7. 5.부터 2002. 7.19.까지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연봉계약서가 작성되었으나, 위 연봉계약서는 모두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액이 전혀 특정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연봉계약 체결 당시 분할 지급되는 퇴직금의 액수 등에 관하여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연봉계약서에 의한 임금의 인상폭이 매우 경미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연봉계약의 내용이 종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근로자인 위피고들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④ 피고 30 내지 34의 경우를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2002년 이후 신규로 입사한 사람들로서 이론테크놀로지는 2002년 9월과 10월에 그 중 일부와 사이에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위 연봉계약서 역시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액이 전혀 특정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연봉계약 체결 당시 분할 지급되는 퇴직금의 액수 등에 관하여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⑤ 원심이 퇴직금 분할 약정의 인정 근거로 들고 있는 이론테크놀로지의 급여대장과 급여명세서에 '퇴직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책정된 금액은 이론테크놀로지가 각 근로자별로 연봉액 및 월 급여액을 정한 다음 역산하여 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분하여 작성·관리하여 온 것으로 보이므로, 그것을 가지고 곧바로 퇴직금 분할 약정의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론테크놀로지와 피고들 사이에서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이론테크놀로지가 퇴직금의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론테크놀로지와 피고들 사이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하여 이론테크놀로지가 피고들에게 임금과 실질적으로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전을 추가로 지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

금 분할 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권순일(주심) 민일영 김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