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회사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던 사람이 회사를 상대로 사임을 주장하면서 이사직을 사임한 취지의 변경등기를 구하는 소에서 상법 제394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그 소에 관하여 회사를 대표할 사람은 감사가 아니라 대표이사라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러한 소에서 적법하게 이사직 사임이 이루어졌는지는 심리의 대상 그 자체로서 소송 도중에는 이를 알 수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소송관계의 안정을 위하여 일응 외관에 따라 회사의 대표자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위 상법 규정이 이사와 회사의 소에 있어서 감사로 하여금 회사를 대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공정한 소송수행을 확보하기 위한 데 있고, 회사의 이사가 사임으로 이미 이사직을 떠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상법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9086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임은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로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함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므로 그에 따른 등기가 마쳐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로써 이사의 지위를 상실함이 원칙이다. 따라서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서 스스로 사임으로 이사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그 이사와 회사의 관계에서는 외관상 이미 이사직을 떠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또한 대표이사로 하여금 회사를 대표하도록 하더라도 공정한 소송수행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염려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소는 재항고인이 주식회사 피디아이산업개발(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을 상대로, 재항고인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다가 그 직에서 사임하였는데도 피고 회사가 이에 따른 변경등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변경등기의 이행을 구하는 소로서 재항고인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인을 피고 회사의 대표자로 표시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소에 관하여는 상법 제394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소에 관하여 위 상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단정한 나머지 피고 회사의 대표자를 대표이사에서 감사로 정정할 것을 명한 제1심법원 재판장의 보정명령과 재항고인이 그에 따르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소장을 각하한 제1심명령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상법 제394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아가 민사소송법 제254조에 의한 재판장의 소장심사권은 소장이 같은 법 제249조 제1항의 규정에 어긋나거나 소장에 법률의 규정에 따른 인지를 붙이지 아니하였을 경우에 재판장이 원고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흠결의 보정을 명할 수 있고, 원고가 그 기간 내에 이를 보정하지 않을 때에 명령으로써 그 소장을 각하한다는 것일 뿐이므로, 소장에 일응 대표자의 표시가 되어 있는 이상 설령 그 표시에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정 표시하라는 보정명령을 하고 그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소장을 각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오로지 판결로써 소를 각하할 수 있을 뿐이다. 원심결정은 이 점에서도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민일영 박보영 김신(주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