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현실로 입은 확실한 손해에 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 또는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어떤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에 상대방에게 채무액과 동일한 배상을 구하기 위하여는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하고, 그와 같은 채무의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의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29948 판결,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0다107682(본소), 2010다107699(반소)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며,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32371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손해를 안 날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53 판결 등 참조). 특히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이라 함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되어 피해자가 그 가해행위는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1990. 1. 12. 선고 88다카25168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183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피고 F는 7개 학교법인 및 그 산하에 I대학교, J대학교(이하 'I대', 'J대'라 한다) 등을 설치하고 자신의 친인척, 지인 등을 총장 등 주요 보직에 임명하여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1) 피고 F는 I대 총장인 피고 G과 J대 총장인 피고 H에게 학교에서 대신 상환해 주겠으니 교수들 명의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으로부터 생활안정자금을 대출받아 그 대출금을 자신에게 달라고 지시하였다.
피고 G, H은 원고 A, C에게, 피고 G은 원고 B, E에게, 피고 H은 원고 D에게 각각 피고 F의 위와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원고들 명의의 대출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요구를 받은 원고들은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하여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 못하였고, 피고 G, H 등의 주도 아래 대출 절차를 진행하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으로부터 2007. 6. 11. 원고 A 명의로 3,000만 원을, 2006. 10. 17. 원고 B 명의로 3,700만 원을, 2007. 6. 11. 원고 C 명의로 3,000만 원을, 2006. 11. 3. 원고 D 명의로 2,350만 원을, 2006. 11. 22. 원고 E 명의로 2,800만 원을 각 대출받아 위 각 돈을 피고 F에게 건네주었고, 피고 F는 위 각 돈을 각 대학이 속한 학교법인이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다른 일반 사업체를 위하여 사용하였다.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 F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의무 없는 원고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여 대출원리금 상환채무를 부담하게 하고 그 결과 학교법인이나 피고 F가 대신 상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실제로 지출하여야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위 각 대출에 관여한 피고들 사이에서 공동불법행위(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가 성립한다. 이 사건 불법행위는 근로기준법 제22조 제1항이 금지하는 사용자의 강제저금보다 일탈의 정도가 더 심하여 위법함이 분명하다.
그 후 피고 F의 지시에 따라 2010. 8.경까지는 피고 F가 관리하는 자금에서 위 각 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원리금이 변제되었으나, 2010. 9.경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변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그 무렵부터 원고들이 위 각 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원리금을 변제하여야만 하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 그 손해액은 그 동안 원고들이 위 대출에 대하여 실제로 상환한 원리금과 장래 상환하여야 하는 원금 잔액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2010. 9.경 이후 비로소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화된 것을 알았고, 그로부터 3년 내인 2013. 7. 12.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 G, H의 손해배상책임은 원고들이 입은 위 손해액의 30%로 제한한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1) 피고 F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건설회사 등에서 인사와 자금 등 모든 영역에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피고 G마저 무소불위라고 할 정도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교비 등 자금을 횡령하였고, 그 과정에서 불안정한 신분에 처하여 있는 교직원들을 이용하여 그들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 그 대출금으로 횡령 범행을 은폐하였으며, (2) 원고들은 피고 F의 위와 같은 영향력과 피고들의 앞에서 본 언동에 의하여 아무런 대가나 이익도 받지 아니한 채 어쩔 수 없이 원고들 명의의 대출을 허용하여 그 채무를 지는 한편 그 대출원리금을 각 대학 내지 피고 F가 관리하는 자금으로 상환하기로 함에 따라 원고들의 자금으로는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아니한다는 전제에서 피고 F에 의한 대출금 사용을 승낙하였는데, 2010. 9.경에 이르러서는 위와 다르게 피고 F가 관리하는 자금으로 대출원리금이 상환되지 아니하고 학교법인 역시 종국적인 채무 부담을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자신의 자금으로 이를 상환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그러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이고, 이와 달리 위 시기에 앞서 원고들이 이러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을 인식하였음에 관한 증명은 부족한 사정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앞에서 본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의 요건인 위법성, 대출부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요건 및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가 모순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박정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