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의료법위반 부분에 관하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 · 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 ·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 · 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 또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어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할 수 없다.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더라도 그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가 실질적으로 개설 · 운영하였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 · 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경우라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형식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설립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 · 운영을 주도하였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 · 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 · 운영 목적으로 의료법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으로, 의료법이 의료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개설 · 운영 자격을 인정한 전제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면서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면, 외형상으로 그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 · 운영으로 가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 · 운영 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라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의 운영수익 등 의료법인의 재산이 정당한 지출원인 없이 부당하게 재산출연자인 비의료인에게 유출된 경우는 물론, 급여, 보수 등의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를 거치지 않은 채 합리적인 범위를 지나치게 초과하여 지급된 경우, 의료법인의 재산과 재산출연자인 비의료인의 재산이 구분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어 재산출연자인 비의료인이 개인적 필요에 따라 임의로 의료법인의 재산을 입출금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등과 같이 실질적인 관점에서 의료법인의 재산이 재산출연자인 비의료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된 경우에도,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함으로써 규범적 본질이 부정되는 의료법인이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구 의료법은 의료법인이 정관변경 및 재산처분을 할 때에 시 · 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일정한 경우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법인제도의 적정한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의료법인이 근거법령에 따라 설립되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시 · 도지사의 지속적인 관리 · 감독을 받으면서 상당한 기간 동안 의료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왔다면, 그 설립과정에 다소의 미비점이 있었다거나 운영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의료법인의 재산을 유출하는 횡령 · 배임 등 위법 행위가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을 부정하여 의료법인이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여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 · 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 · 운영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료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이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의 의사결정 과정에 의하는 것처럼 외관이 형성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인 업무집행자 개인이 핵심적이고 주요한 부분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주된 판단기준을 전제한 다음,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의료법인을 내세워 적법하게 이 사건 각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한 것처럼 가장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의 취지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따른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의료법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이 부분과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각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오석준(주심) 안철상 이흥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