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3도1000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류 판매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2015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주류도 매업을 영위하는 합자회사 B(이하 ‘B’라고 한다)로부터 주류를 공급받아 본인이 관리하는 15개 정도의 거래처에 750,064,483원 상당의 주류를 판매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조세범 처벌법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은 B로부터 공급받아 거래처에 판매한 주류의 총 매출금액에서 ① 총 매출원가, ② B의 수익으로 정한 ‘총 매출원가의 8~9%’, ③ 피고인에 관한 4대 보험료, ④ B가 결제한 피고인의 차량 유지비 및 영업 관련 각종 비용 등을 공제한 돈을 받았다. 피고인은 영업비용과 거래처에 대한 대출금 중 미상환액을 부담하였고, B에 거래처의 미수금 상당액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나.

피고인과 B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위와 같은 정산 방식에 관하여 별도의 서면을 작성하지 않았다.

다.

피고인이 근무기간 중 B로부터 고정적인 액수의 급여를 지급받지 않았으므로 근무기간에 상응하는 고정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라.

B가 거래처별 장부를 작성하여 거래내역과 미수금채권을 관리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B가 대외적으로는 거래의 당사자 지위에 있기 때문이므로 이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B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조세범 처벌법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를 판매한 자’는 일반적으로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한 자를 가리킨다.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는지는 거래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판촉, 주문, 배달 및 정산 등 주류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ㆍ장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4도13656 판결 등 참조).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5도348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주류 판매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ㆍ장악하였다거나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인은 B의 주류를 B 명의로 거래처에 공급하였다. 거래처에 대한 주류대금 채권은 B에 귀속되었다. 거래처는 B에 주류대금을 지급하였고, 거래처가 B가 아닌 피고인을 거래의 상대방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주류 공급계약의 당사자는 명의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B라고 볼 여지가 크다.

2)

거래처로부터 받은 주류대금의 관리와 정산도 B가 담당하였다. 거래처가 주류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한 주류대금은 B 명의의 계좌에 입금되었고, 피고인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현금도 B에 그대로 전달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B의 다른 영업사원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현금을 B에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또한 B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당일 주류를 주문한 거래처, 주문한 주류의 수량, 결제액과 방법, 수거한 공병과 용기의 수량 등이 기재된 일일판매일보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이를 기초로 거래처별 채권대장 등을 작성하여 판매대금과 수금내역 등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미수금을 관리하였다.

3)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B에 거래처의 미수금 상당액을 선지급한 후 거래처로부터 해당 금액을 받은 적이 1, 2회 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일부 급여명세서에 미수금의 이자 상당액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B에 재직하던 중 거래처로부터 주류대금을 온전히 수금하지 못하여 미수금 액수가 적지 않은데, B는 피고인의 급여 산정 과정에서 미수 원금이 아니라 미수금의 이자 상당액을 일부 반영하였을 뿐이다. 이와 같은 미수금의 선지급과 이자 상당액의 반영 횟수 및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미수금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B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서 취한 조치에 불과할 여지가 있고, 피고인이 미수금에 관한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피고인이 주류 재고, 파손 및 반품으로 인한 책임 등 주류 판매로 인한 각종 위험을 부담하였다거나, 주류 공급가격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는 등 B와 별개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5)

조세범 처벌법 제6조 위반인지 여부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의 판단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과 B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 밖에 피고인과 B의 관계를 통상적인 근로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주류 판매에 이르는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장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조세범 처벌법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조세범처벌법위반죄 구성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이흥구(주심) 오석준 이숙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