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다2045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의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본문에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5세로 하고, 정년퇴직일자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해당 월의 말일로 하며, 본인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1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위 같은 항 단서에는 정년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고 이 경우 임금은 퇴직전 1년간의 평균임금의 90%를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 원고(1937.4.20생)는 1980.12.9 피고의 직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1992.4.30 정년에 달하였으나,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정년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규정은 피고의 의무규정이므로 원고가 촉탁근무를 신청한 이상 원·피고 사이에는 위 규정에 의한 촉탁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피고 조합원의 정년연장 또는 퇴직후 촉탁근무와 관련하여 1988.11.4자로 체결된 단체협약 제34조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5세로 하되 본인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1년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그 후 위 조항은 1991.2.20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일부 개정되어 1992.8.8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1994년에 체결된 단체협약에서는 정년을 57세로 정하고, 정년의 연장 또는 촉탁근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된 사실, 위 1992.2.20자 단체협약이나 1992.8.8자 단체협약에서는 촉탁근무의 정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나,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하며 [촉탁직원]은 [당사가 필요로 하는 소정의 기술 또는 기능을 소지한 자 중 회사가 요구하는 일정기간 동안만 그 업무에 보함이 적당하다고 인정된 자로서 계약체결에 동의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1982.1.1부터 1994.1.31까지 사이에 32명의 정년퇴직자 중 4명의 근로자에게만 촉탁근무를 허용하고, 나머지 직원에 대하여는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아예 그 신청 자체가 없었던 사실, 피고의 위와 같은 촉탁근무 신청의 처리관행에 대하여 원고를 제외하고는 노동조합이나 해당 근로자측으로부터 정식으로 이의가 제기된 적이 없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그 문면 자체와 피고의 인사규정 등 관련규정이나, 그 동안의 운영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근로자의 촉탁근무 요청이 있는 경우 사용자인 피고가 회사의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능력과 근무태도 등을 감안하여 그 채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능력과 근무태도 등을 감안하여 그 채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재량조항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는 달리 사용자인 피고에게 반드시 이를 승낙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는 의무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조항이 의무조항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단체협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또한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분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87.4.14, 선고 86다카306 판결 참조).

살피건대, 우선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그 문면만으로는 위 단서에 규정된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본인이 촉탁근무를 요청하면 피고는 회사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도 있는 것으로서 회사에게 그 재량권이 부여된 재량조항인지, 아니면 근로자가 촉탁근무를 요청하면 피고로서는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반드시 이를 승인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의무조항인지의 여부가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위 단체협약서의 제3조는 [본 협약에 정한 기준은 노동관계법상의 기준과 회사가 정한 제규칙, 규정 및 조합원과 맺은 개별근로계약보다 우선하며, 이 협약기준과 다른 경우에는 상위의 근로조건을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제126조에는 [본 협약의 해석은 일방이 임의로 해석할 수 없으며, 노사 쌍방의 견해가 다를 경우에는 교섭 당시 노사실무위의 해석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위 단서 조항의 문면만으로 그 뜻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원·피고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서 제126조의 규정에 따라 먼저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의 해석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현재 위 단서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 위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여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통일된 해석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위 단서조항이 단체 협약서의 내용에 포함되게 된 경위와 당시의 노사실무의 합의과정 등을 참작하여 법원이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위 단서규정은 1988.11.4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는 그 내용이 규정된 바가 없었다가 1991.2.20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서에서 비로소 그 내용이 포함되어 1992.8.8자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었고, 갑 제8호증의 7 내지 10(각 90 단체협약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1990.12.3 열린 1990년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측이 처음으로 정년퇴직 후 촉탁근무 형식으로 2년간 근무기간을 연장하여 58세까지 근무하게 하여 줄 것을 요구하자, 1991.1.9 회사측은 촉탁근무를 받아들이되 그 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수정 제의하여, 결국 같은 달 30일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와 같은 내용에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위 1991.1.30자 단체교섭시 피고는 별도의 정년 연장없이 정년 자체를 56세로 재조정하고 1년간은 촉탁근무토록 하고자 주장하는 노동조합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박×규는 "형식은 55세로 놔두고 실질적으로는 57세까지 근무한다는 뜻만 받아들이면 된다"는 취지로 노동조합측을 설득한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다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와 노동조합 간에 위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이어져 오다가 1994년 단체협약 체결시에는 아예 정년 자체가 57세로 변경된 사실 등 단서 조항이 제정되기까지의 경위나 그 변천과정, 특히 교섭당시 노사실무위에서 오고간 노사 쌍방간의 대화내용이나 그 합의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퇴직 후 본인의 요청에 의하여 1년간 촉탁으로 근무할 수 있으며, 임금은 퇴직전 1년간의 평균임금의 90%를 지급한다]는 이사건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정년퇴직한 근로자가 회사에 대하여 촉탁근무를 요청하여 오면, 회사는 재량의 여지없이 그 근로자를 촉탁근무의 형식으로 1년간 더 근무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에 대한 의무규정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제31조 제1항 단서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발생한 이 사건 분쟁에 있어서 위 단체협약서 제126조에 따라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견해가 최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섭 당시의 노사실무위의 교섭과정과 그 내용을 도외시한 채, 피고의 인사규정상의 "촉탁직원"의 정의나 그 동안 피고의 일방적인 해석에 근거한 위 단서 규정의 운영상황 등 만으로 위 단서의 규정을 원고에게 불리하게 해석하여, 이를 피고의 재량규정으로 판단한 원심은 필경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나,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31조 제1항 단서 규정의 해석을 그르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