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1999. 4. 27. 선고 97다2400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원고들이 1994. 12. 17.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계약보증금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매매대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가 이를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계약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한다는 계약조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계약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조항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목동 택지개발지구 내에 위치한 일반상업용지 등 72필지의 토지를 일반경쟁입찰방식에 의하여 매도하면서 토지를 매수하는 다수의 상대방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하여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것이므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다음부터는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 소정의 약관에 해당하는바, 원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원고들은 계약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외에 따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점에 비추어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약정은 손해배상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한데, 위 계약보증금은 매매대금의 11%를 초과하여 위약벌로서는 과다한 액수이고, 또 원고들은 채무불이행시 위약벌의 제재를 받고 손해배상책임까지 지는 반면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피고의 책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 조항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거나 계약해제시 고객의 원상회복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9조 제3호 등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위 계약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가.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하여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것을 말하므로, 원심이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조항을 약관규제법 소정의 약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조치는 옳고, 거기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지방자치단체이고 상대방이 대기업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약관규제법 제30조 제1항은 "이 법은 약관이 상법 제3편, 근로기준법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일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법시행령은 아직 위 법률의 적용이 배제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비영리사업 분야에 속한 것이라고 하여 거기에 약관규제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4333 판결 참조), 또 약관규제법 제30조 제3항은 "특정한 거래분야의 약관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의 규정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도 준용되는 구 예산회계법(1995. 1. 5. 법률 제4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9조 및 같은법시행령(1995. 7. 6 대통령령 제147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1조, 제122조에 의하면, 관계 공무원은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자로 하여금 계약금액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금액을 계약보증금으로 납부하게 하여야 하고, 상대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그 계약보증금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가와 사인간의 계약관계에서 관계 공무원이 지켜야 할 계약사무의 처리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국가의 내부규정에 불과할 뿐(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11436 판결 참조)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규정을 이유로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 조항에 약관규제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 조항을 손해배상의 예정이 아닌 위약벌의 약정으로 보고 이를 전제로 위 계약조항은 약관규제법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매매계약서 제5조 제3항에 원고들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계약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하고, 계약보증금 이외의 납부금은 원고들에게 반환하며, 원고들은 즉시 그 재산을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하고 피고에 대하여 원상복구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원고들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원고들이 배상할 손해의 범위나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규정과의 관계가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약관의 해석에 관한 일반원칙에 바탕을 두고, 피고에게 계약보증금이 귀속하면 그가 입은 손해는 그 만큼 전보되어 그에 상응하는 손해는 없게 되고 피고도 실제로 그 배상을 구하고 있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종합·참작할 때, 위 규정의 합리적인 의도는 원고들의 귀책사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될 경우 그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 중 계약보증금 범위 내의 손해는 계약보증금의 몰취로서 그 배상에 갈음하고 이를 초과하는 손해가 있으면 그에 대하여 원고들이 배상책임을 진다는 취지이지, 계약보증금은 위약벌로서 몰취하고 그로써 전보되는 손해에 대하여도 원고들이 따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여지므로,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약정은 일종의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봄이 옳다(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다4450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러한 성질을 가진 계약보증금이 매매대금의 11%를 다소 초과하고 있고, 그 계약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있으면 원고들이 이에 대하여 다시 배상책임을 진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조항이 약관규제법에 의하여 무효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계약보증금 귀속 및 손해배상에 관한 위 계약조항의 취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가려보지 않은 채 위 계약보증금 귀속에 관한 계약조항을 위약벌의 약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볍게 인정한 나머지 이를 전제로 그 조항은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위약금의 약정에 관한 해석을 그르치거나 그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9. 4. 27.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서성(주심) 박준서 이임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