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제1, 2항과 같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철도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1998년경 차장 등용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일반열차 차장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2005. 1. 1. 철도구조개혁으로 철도청이 폐지되고 공기업인 피고가 설립되자 피고의 직원으로 임용되어 D승무사업소에서 일반 열차 차장으로 계속 근무해 오던 사람들이다.
피고의 구 직제규정 시행세칙(2010. 9. 13.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별표 5에 의하면 승무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직명 중 ‘일반열차 차장’이 규정되어 있었는데, 구 인사규정 시행세칙(2010. 12. 29.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별표 9에 의하면, 일반열차 차장은 등용자격직명(시험 또는 다면평가 및 심사에 의하여 임용하도록 지정한 직명)이었다.
한편, 구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48조 제2항에는 “등용자격직명에 임용된 자가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담당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용자격을 정지시키고 그 직명보다 책임도가 낮은 하위직명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2010. 9. 13. 직제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일반열차 차장의 직명을 삭제하였고, 2010. 12. 29.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등용자격직을 등용직과 자격직으로 구분하였는데, 일반열차 차장은 직명 자체가 폐지됨으로써 개정된 규정하에서는 등용직과 자격직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 구 인사규정 시행세칙상의 등용자격 정지에 관한 규정은 “등용직에 임용된 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철도사고 및 기타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등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담당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용직을 정지시키고 그 직위보다 책임도가 낮은 하위직명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되었다(인사규정 시행세칙 제57조 제2항).
위와 같이 일반열차 차장의 직명이 삭제됨에 따라 여객전무(열차승무원 중 일반열차 차장의 상위직명이다)만 열차 승무를 할 수 있게 되자 피고는 원고들에게 임시로 여객전무 직무대리라는 직위를 부여하여 승무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하였다가, 2011. 3. 31. 원고들을 일반직명인 관리역(소규모역의 효율적 관리․운영을 위하여 정한 주요거점역)의 역무원으로 근무하게 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원고 A은 E역, 원고 B은 F역, 원고 C은 G역의 각 수송담당 역무원으로 발령하였다. 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 5, 7호증, 을 14, 1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2010. 9. 13.자 직제규정 시행세칙 개정과 2010. 12. 29.자 인사규정 시행세칙 개정(이하 양자를 합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이라고 한다)은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구 직제규정 시행세칙과 구 인사규정 시행세칙이 적용되는데, 이 사건 인사명령은 등용자격직명인 일반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던 원고들을 하위직명인 역무원으로 발령한 것으로서, 등용자격직명을 하위직명으로 임용할 경우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구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48조 제2항에 위배되고, 인사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므로 신의칙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판단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의 순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으로 원고들과 같은 일반열차 차장은 승무 분야에서 그 직명 자체가 폐지되어 더 이상 승무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역무원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으며, 등용직 또는 자격직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는바, 이러한 점들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부분의 쟁점이다.
원고들은 역무원 근무를 불이익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주된 근거로 역무원이 일반열차 차장에 비하여 하위직명임을 들고 있으므로 우선 이 점에 관하여 살펴보고, 그 밖에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경위 등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역무원이 일반열차 차장보다 하위직명인지 여부에 관하여
직명의 개념 및 상․하위 구분에 관한 기준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3조 제2호에는 “직명이라 함은 직무의 성질이 유사하고 그 책임과 곤란성의 정도가 동일한 각 개인에게 부여된 직위의 명칭으로 직제세칙 별표 5에 의한 직명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구 직제규정 시행세칙 별표 6 직무계통에는 역무원과 일반열차 차장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표시되어 있었다.
[관리역 역무원] [일반열차 차장]
피고의 인사 관련 규정에 직무계통이 다른 역무원과 일반열차 차장 중 어느 것이 상위직명인지를 명시하고 있는 조항은 없었고, 다만 역무분야에서 역무원의 직상위직명인 역무과장과 승무분야에서 일반열차 차장의 직상위직명인 여객전무는 대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역무원 직명과 일반열차 차장 직명의 상․하위 여부에 대하여는 관련 규정, 직무의 내용 및 책임의 정도, 각 사업분야 내에서 양 직명의 위치, 임용 및 전보경로, 하위직명 임용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한 취지, 종전의 인사명령 사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인정사실
일반열차 차장과 같은 등용자격직명에는 담당과장(여객전무를 포함한다), 사업소장, 각 직의 선임장, KTX기장, 기관사, 부기관사, 장비운전원, 시설관리원, 차량관리원 등이 있었다(구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33조).
피고는 승진임용을 위하여 직급 및 직렬별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데, 총평정점이 동일한 경우에는 등용자격자, 평정내역 중 근무성적이 높은 자, 기타 가점이 많은 자 순으로 선순위자를 결정한다. 다만, 차장과 역무원은 승진후보자 명부를 따로 작성하였다(구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19조 제2항, 제4항).
일반열차 차장은 ‘사무영업 직렬 근무경력 3년 이상인 자 또는 총 근무경력 5년 이상인 자’ 중에서 시험을 통하여 선발되었던 반면, 역무원은 피고의 신입사원이 최초로 부여받을 수 있는 직명 중의 하나이다.
구 철도청 인사관리규정 제15조 제3항 제3호 가.목에서는 차장을 순환전보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 규정은 피고의 설립시 삭제되었고, 코레일 서비스지침(고객과 직접 대면하여 근무하거나 고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영업 관련분야 직원에 대한 보직관리 등의 기준을 정한 것이다) 제23조 제2항 제2호에서는 일반열차 차장, 전동열차 차장, 승무운용원 상호간에 순환전보를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일반열차 차장은 대부분 단독으로 근무하며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경우가 드문 반면, 역무원은 각 역에서 역장 등의 지휘․감독을 받고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 많아 피고의 직원들은 일반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는 것을 더 선호하였다.
구 철도청 인사관리규정 제14조는 “소속직원을 전보함에 있어 단계별 전보경로에 따라 전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차장이나 역무원이 속한 운수분야의 경우 단계별 전보경로상 역무원은 초임 보직으로 정한 반면, 차장은 그 상위 보직으로 정하고 있었다(별표 2-3). 그러나 피고의 설립시 위와 같은 단계별 전보경로에 관한 규정은 삭제되었다.
일반열차 차장의 업무는 ‘열차 내에서 여객의 취급, 화물의 수송, 객차 내의 정리 및 기타 제반 업무’, ‘선임여객전무가 승무하지 아니한 경우 선임여객전무 또는 여객전무의 담당업무’, 특히 지시를 받았을 경우에는 열차의 운전취급 업무, 필요한 경우역에서 시행하는 열차의 조성 또는 철도차량의 입환업무‘ 등이고, 역무원의 업무는 ‘승차권 수불, 매표 및 개․집표와 여객의 안내, 영업촉진 활동, 여객 및 화물의 취급과 기타 사무에 관한 사항, 열차의 조성, 철도차량의 입환을 위한 계획의 수립과 입환의 시행, 도착 또는 출발열차에 편성된 차량번호의 조사․확인, 입환에 따른 전호와 전호의 중계, 연결기의 취급과 공기호스의 연결 및 분리, 신호기․전철기 및 폐색기의 취급, 전차대의 운용 기타 열차운전 및 구내작업에 부대되는 업무’ 등이다(구 직제규정 시행세칙 별표 5).
일반열차 차장과 역무원은 모두 사무영업 직렬에 속하는데 사무영업 직렬의 담당과장(여객전무 포함)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실제로 발령을 받기 위해서는 차장․열차운용원 2년 이상 또는 수송업무 1년 이상의 경력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구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6장 별표 9).
일반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 역무원으로 발령받더라도 종전의 등용자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담당과장 승진에 필요한 경력 요건이나 시험 응시의 기회도 그대로 보유하였다.
피고의 설립 전 철도청 시절인 2001년~2004년에 분당선 일반열차의 차장승무 생략, 일반열차 차장의 수요 감소 등의 사유로 일시에 수십 명의 차장을 역무원으로 발령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다만, 위 사례에서도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는 않았고, 그 외에도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반열차 차장을 역무원으로 임명한 경우는 없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5~7, 28호증, 을 2, 19~23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먼저, 일반열차 차장이 등용자격직명이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건대, 등용자격직명을 둔 취지, 등용자격직명 중 부기관사 등 일부 직명은 초임으로 발령받을 수 있는 점, 등용자격직명의 범위는 피고의 인사방침에 따라 계속 변경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등용자격직명이라는 사실만으로 일반직인 역무원보다 상위직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등용자격직명은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시 총평정점이 동일한 경우 일반직명보다 선순위자가 되는 유리한 점이 있기는 하나, 일반열차 차장과 역무원의 관계에서는 승진후보자 명부가 별도로 작성되므로 위와 같은 잇점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일반열차 차장은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건대, 어떤 직명에 일정 경력을 요하게 하는 것은 해당 업무의 특성 또는 원활한 업무수행의 필요성 때문이므로 사용자의 인사방침에 따라 대등한 직급이나 직명 안에서도 정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승무운용원은 차장 1년 이상의 경력을 요하지만(갑 31호증 접객서비스 시행세칙 제5조 제5호) 차장보다 상위직명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였다는 사실도 일반열차 차장이 역무원보다 상위직명이라고 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종래 일반열차 차장과 역무원 상호간에 순환전보를 하지 않았던 것은 업무에 특화되어 숙련된 사람들로 하여금 업무를 담당하게 할 필요성 때문으로 보이고 반드시 직명의 상․하위 구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업무상 필요성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서 상호간 순환전보를 금지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근로자들의 선호도를 직명의 상․하위를 구분짓는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고, 구 철도청 시절의 단계별 전보경로는 피고의 설립시 이미 폐지되었으므로 이러한 사정들도 이 부분 쟁점의 판단에 고려할 요소로 삼을 수 없다.
반면, 일반열차 차장과 역무원의 업무 자체를 비교하였을 때 양자는 모두 열차의 운행과 안전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일 뿐 그 중 어느 업무가 더 단순하다든지 책임도가 더 높다고 하기는 어렵고, 담당과장 선발에 있어 차장 외에 열차운용원이나 수송업무(역무원이 담당하는 업무이다) 경력도 인정되므로 역무원이 담당과장으로 선발되기 위하여 반드시 차장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역무원과 일반열차 차장은 각각 역무분야와 승무분야에서 담당과장(여객전무)의 지휘․감독을 받는 직명으로서 담당과장 승진 직전의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는 공통되고, 일반열차 차장이 역무원으로 발령받는다고 해도 등용자격은 그대로 보유하였으므로 승진에 있어 특별한 불이익을 받았던 것도 아니라고 보인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역무원이 일반열차 차장보다 하위직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경위 등 기타 사정들
인정사실
여객전무는 사무영업 직렬의 담당과장급으로서 여객전무로 선발되기 위하여는 담당과장 승진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종래 일반열차 운영시스템은, 새마을호, 무궁화호, 장거리 통일호에는 여객전무와 일반열차 차장이 함께 승무하고, 단거리 통일호와 비둘기호는 일반열차 차장만 승무하는 형태로 운영되어 왔는데, 비둘기호가 없어지고 통일호도 점차 줄어들게 되자 피고는 2006년부터 여객전무와 일반열차 차장의 승무근무표를 통합하는 통합승무사업을 시행하였다.
2005. 1. 1.부터 열차출발 지시권한이 역장에서 열차승무원에게 이전되었고, 2007. 8.경부터 열차운행 중 공중사상사고 처리 주체도 기관사에서 열차승무원으로 변경되는 등 열차승무원의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게 되었다.
위와 같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피고는 2006년경부터 노조와 사이에 열차승무원 직명통합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여 왔는데, 2010. 7.경 운수분과 협의에서는 노조도 여객전무로의 직명통합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으나 기존 일반열차 차장에 대한 구제책 등 세부적인 사항에 관하여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전국의 각 지역본부에는 담당과장 시험에 합격하여 여객전무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도 열차 승무 기회를 얻지 못하여 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피고는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열차승무원의 업무와 책임은 경력과 역량이 높은 여객전무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을 하였다.
피고는 일반열차 차장 직명을 폐지할 무렵 기존 일반열차 차장들에게 임시로 여객전무 직무대리의 직위를 부여하여 계속 열차 승무를 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담당과장 승진시험을 실시하여 일반열차 차장들이 여객전무로 흡수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그러나 원고 B, C은 결국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5, 7, 13, 14호증, 을 1~5, 27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은 일반열차 차장을 승무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열차운용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고객서비스 향상 및 안전운행의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열차승무원의 지위를 격상시킨 후 일반열차 차장도 포함하여 사무영업 직렬 직원 전체에게 열차 승무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며, 노조와의 협의과정 등을 통하여 일반열차 차장들도 그 직명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나름대로 기존 일반열차 차장들에 대한 배려 또는 대상조치를 취하였다고 보인다.
소결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일반열차 차장들이 역무원으로 근무한다고 해서 불이익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초급간부인 등용직이나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하는 자격직의 범위는 경영자가 인사정책에 따라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이므로 거기에서 제외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 근로자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은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인사명령이 절차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에게는 개정된 각 규정이 적용된다. 그런데 개정된 규정에 의하면 일반열차 차장은 등용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일반열차 차장을 역무원으로 임용하는 데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57조 제2항에서 정한 인사위원회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인사명령이 신의칙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역무원은 일반열차 차장의 하위직명이 아니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강등이 아니라 대등한 직명 사이의 전보처분의 일종이라고 할 것인바, 전보처분으로서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18172 판결 등 참조).
업무상의 필요성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은, ① 고객서비스 저하의 방지, ② 타성적 업무관행과 근무기강 해이의 방지, ③ 차장 직명을 특정인들이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인사적체 및 인사형평성 해결, ④ 열차승무원의 직명통합 등이다.
종래 일반열차 차장들은 일단 임용되고 나면 20~30년씩 계속 차장으로 근무하였던 사실, 현재 피고의 직원들 중 담당과장 승진시험에 합격하고도 차장․열차운용원 등의 경력을 충족하지 못하여 발령 대기중인 사람이 153명에 이르는 사실, 피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일반열차 차장으로 장기간 근무한 순서대로 전보대상자를 선정하였고, 이 사건 인사명령 외에도 전국의 각 지역본부별로 기존 일반열차 차장을 역무원으로 전보발령하는 조치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실 등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26호증의3, 28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조치를 함에 있어 업무상 필요성 유무는 사용자의 경영판단의 문제로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있다고 할 것인데,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종래의 인사운용 체제의 문제점과 경영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일반열차 차장을 역무원으로 전보발령할 필요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보인다. 즉 고객서비스 저하라든지 타성적 업무관행이 반드시 통계수치로 증명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근로자가 한 곳에서 장기간 근무함으로써 그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된다고 할 것이고, 일반열차 차장 직명이 폐지된 후 기존의 일반열차 차장을 여객전무 직무대리로 발령하여 승무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은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어서 이를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을 것이며, 역무원으로의 전보발령은 원고들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하여 인사적체 및 인사형평성 해소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명령에는 업무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생활상의 불이익
먼저 경제적 불이익에 관하여 보건대, 동일한 직급과 호봉일 경우 일반열차 차장과 역무원의 기본급 및 장기근속수당, 기술수당 등 대부분의 수당은 동일한 사실, 다만 일반열차 차장에게는 월 5만 원의 위험수당(역무원은 월 2만 원), 월 3만 원의 승무수당, 기본급의 11.2%인 조정수당(역무원은 기본급의 8%)이 지급되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0~12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원고들은 일반열차 차장에게 지급되는 월 18만 원의 승무여비도 비교대상에 포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실비변상적 성격을 가진 것이어서 이를 지급받지 못한다고 하여 수입의 감소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수당 자체만 비교할 경우 역무원의 급여가 일반열차 차장보다 월 10~20만 원 정도 감소하는 결과가 되지만, 교대근무(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비번 및 휴일 2일의 체제로 운영되는 근무형태)를 하는 역무원은 고정적으로 초과근로를 하게 되어 있고 이에 대하여 야간수당, 휴일수당을 지급받음으로써 위 수당의 차이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들은 그 밖의 생활상 불이익으로 수십년간 담당해 오던 열차 차장업무에서 배제되고 초임보직인 역무원으로 발령받은 데 따른 정신적, 사회적 불이익을 들고 있으나, 역무원과 일반열차 차장은 동일한 사무영업 직렬인 데다가 원고들은 과거에 역무원 업무를 수행하였던 경험이 있는 점, 초임자들만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아니고 근무년수가 오래 된 직원들도 상당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협의절차
피고가 여객전무와 일반열차 차장의 직명통합에 관하여 어느 정도 노조와 협의절차를 거쳤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여객전무 직무대리로 근무하고 있던 원고들을 역무원으로 발령한 이 사건 인사명령 자체에 관하여는 그 직전에 원고들 개개인에게 전화로 희망 근무지를 조사하는 것 정도에 그치고 원고들 본인이나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사전 협의절차가 미흡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18172 판결 등 참조).
소결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다소간의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피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문제는 있으나, 업무상의 필요성과 비교하면 위와 같은 생활상 불이익과 절차상 문제가 근로자들이 통상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보처분으로서의 이 사건 인사명령은 법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어 유효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민유숙(재판장) 성기권 이현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