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의 본소에 대한 부분 중 피고(반소원고)에 대하여 원고(반소피고)에게 408,818,64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11. 24.부터 2016. 10.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반소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반소원고)의 본소에 관한 나머지 항소와 반소에 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틀어 그중 1/5은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본소청구에 관하여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7~10, 12, 26, 27호증, 갑 제29, 30, 34호증, 갑 제36호증의 1, 2, 을 제1, 3,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00.경 전화번호부 발행사업, 생활정보지 광고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피고는 2007. 9. 27.경부터 2012. 9. 말경까지 원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원고의 자금, 인력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피고는 2009. 12. 4.경부터 2012. 9. 10.경까지 원고의 관리과장 F으로 하여금 원고의 청주지점 수익금 일부를 원고의 대주주인 C(원고 내에서의 직함은 회장)을 위하여 사용한다거나 가공의 직원 D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피고의 시어머니 G 명의의 계좌로 총 68회에 걸쳐 합계 511,023,300원을 송금하도록 하였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2013. 12. 18. 2013고합173호로 위 3)항과 같은 사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를 인정하여 피고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법원은 2014. 8. 13. 2014노26호로 피고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한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도 2014. 11. 13. 2014도11262호로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 511,023,300원을 횡령함으로써 법령을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하였으므로, 민법 제750조 또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책임의 범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민법 제763조, 제396조).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어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도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나 감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나 감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나 감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5다5147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가해행위가 횡령 등의 영득행위인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과실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14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횡령과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므로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횡령 등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이 가능하다(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본다.
앞서 든 증거에 을 제8, 13호증의 기재, 갑 제28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의 1~4의 각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당초 C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그가 원고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1인 주주에 해당하는 사실, ② 피고는 2002.경부터 2012. 9.경까지 C과 내연관계에 있었던 사실, ③ C도 2008. 1.경부터 2012. 9.경까지 자신의 부모나 가공의 직원에 대한 급여 등 명목으로 피고를 통하여 F에게 C의 부 K 등의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하는 방법으로 수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러한 방법의 횡령행위는 피고의 퇴사 후인 2014. 1.경까지 계속되었다), ④ 피고가 횡령한 돈의 일부를 대표이사 판공비 명목으로 사용하거나 원고의 직원을 위하여 사용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의 위와 같은 법령위반(횡령)행위는 원고의 실질적 1인 주주인 C의 허락 또는 묵인 아래에 이루어졌고, 이러한 사정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으며, 피고가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한 이익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이를 최종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원고의 업무집행을 위하여 지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 횡령행위로 발생한 손해 중 피고의 최종적 이익으로 귀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살핀 C의 관여 등 위 횡령행위의 경위에 관한 사정을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과 앞서 살피거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추단할 수 있는 피고의 위 횡령행위로 인한 최종적인 이익 규모, 그밖에 피고와 원고의 실질적 1인 주주인 C 사이의 관계, 원고의 허술한 자금관리 체계 등을 두루 참작하면, 원고의 손해에 대한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함이 적정하다.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위 횡령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금 408,818,640원(511,023,300 × 80%) 및 이에 대하여 위 횡령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지급명령 송달일 다음날인 2012. 11. 2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한 항소심판결 선고일인 2016. 10.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위 511,023,300원이 급여로 지급받은 것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C과의 내연관계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위 돈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횡령한 돈이고(달리 이러한 사실관계를 뒤집어 급여로 지급받은 돈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내연관계에 있던 C으로부터 출연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반소청구에 관하여
해임무효확인 및 잔여임기까지의 보수상당액 청구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2010. 5. 26. 원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그 임기가 정관상 3년인데도, 원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피고를 해임하였으므로, 그 해임은 무효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해임일로부터 잔여임기 만료일까지의 보수 상당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판단
피고가 2010. 5. 26. 원고의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된 사실, 원고의 정관은 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2012. 10. 1.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형식적으로 피고의 사임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피고를 대표이사 및 이사의 직에서 해임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2호증, 갑 제13호증의 11, 13, 갑 제35, 3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상법 제434조)로 해임될 수 있으나 이사의 임기가 정해진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된 때에는 그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참조), 그리고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해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그 증명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957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와 위 가)항 및 1.의 가.항에서 살핀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의 대표이사로서 2년이 넘는 기간 5억 원이 넘는 원고의 자금을 횡령하는 법령위반행위를 하였으므로, 원고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이사로서의 잔여 임기와 상관없이 피고를 해임한 것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피고는 원고의 해임이 위 법령위반행위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었고,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해진 것이었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2호증의 기재만으로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퇴직금 청구
피고는 2007. 10.경 변경된 원고의 정관에 따라 원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에 을 제7호증의 기재를 더하여 보면, 원고의 당초 정관에는 "퇴직한 임원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제35조)한 사실, 그런데 피고와 C, 원고의 감사 H의 인장이 날인된 원고의 변경정관이 2007. 10.경 작성되었고, 이 변경정관에는 "임원의 퇴직금 산정은 [평균임금(기본금 + 성과급) × 재임연수 × 지급률]로 한다."는 규정(제24조 제1항)이 포함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상법 제433조 제1항, 제434조는, 주식회사의 정관변경이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결의는 특별결의로서 출석한 주주의 2/3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의 수로써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이러한 특별결의를 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피고는, 위 변경정관에 대하여 원고의 실질적 1인 주주인 C의 날인이 있었으므로, 이로써 실질적인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4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제1심증인 I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변경정관이 작성될 무렵 C과 H의 인감 및 인감증명서를 소지하고 있던 사람은 피고이었던 사실, 당시에 원고의 경영지원본부 팀장으로 근무한 I가 피고로부터 위 인감 등을 전달받아 위 변경정관에 대한 사서증서 인증을 촉탁한 사실, 그러나 I는 위 변경정관 작성에 관하여 C에게 보고한 바 없었던 사실, 위 변경정관 작성 이후 피고를 제외한 나머지 퇴직자들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정퇴직금 정도가 지급되었고 위 변경정관 제24조에 따른 퇴직금 지급률은 적용되지 않았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위 변경정관에 C의 날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의 승인에 따라 위 변경정관에 대한 원고의 실질적인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원고가 2011.까지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의 당초 정관상으로도 퇴직한 임원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지급될 수 있고, 원고가 피고의 해임 전후로 2012.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결의를 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당초 정관에 기한 퇴직금 지급의무도 인정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본소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며, 피고의 반소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의 본소에 대한 부분 중 위에서 인정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은 위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본소에 관한 나머지 항소와 반소에 관한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근(재판장) 최우진 김도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