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22. 6. 9. 선고 2021누12969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원고는 육군 대령으로, 2016. 12. 16.부터 육군 교육사령부 B훈련단 C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피고는 2018. 12. 20.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징계대상사실이 품위유지의무위반(성폭력 등)으로서 군인사법 제56조의 규정에 따라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정직 1월에 처하는 징계를 하였다(이하에서는 피고의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하고, 각 징계사유를 그 순번에 따라 ‘제1 징계사유’, ‘제2 징계사유’, ‘제3 징계사유’라 한다).

다.

징계처분에 대한 항고

원고는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항고를 하였으나, 징계항고심사위원회는 2020. 3. 24. 원고의 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을 제3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2)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제1 징계사유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당시 F 중령에게 큰 고구마를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것으로서 F 중령 및 주변 사람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2)

판단

가)

원고가 2017. 11. 21. 오전 8:30경 C 사무실에서 E 소령이 가져온 고구마를 보고 F 중령에게 “야 F중령, 니 거시기보다 크네?”라고 말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3호증, 을 제5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나)

원고는 피해자 F 중령과 여성 주무관 등 다수인이 있는 자리에서 고구마를 피해자의 성기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였고, 위와 같은 발언의 내용과 발언 당시의 상황, 발언 당시 주변 사람들의 존재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남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언어적 또는 시각적 행위인 ‘성적 언동’으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피해자 및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다)

특히 을 제3호증에 따르면 F 중령은 징계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애들도 아니고 처장님하고 별로 나이도 차이 안 나는데 남자들끼리만 있는 자리에서 넘어갈 수 있으나 그 여자분도 당황스러웠을 것 아닙니까. 좀 창피하고 그랬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을 제7호증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와 함께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을 들었던 주무관 D은 징계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했습니다.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었던 상황이고, F 중령님도 수치심을 느꼈던 것 같고, 저도 수치감을 느껴서 체조를 나가지 못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진술내용에 의하면 D 및 F은 실제로도 당시 원고의 발언으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제2 징계사유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C 구성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구성원들이 업무에 관하여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주간회의 시간에 의미 있는 동영상을 상영하여 왔다. 이 사건 당시에도 같은 맥락에서 주간회의 시간에 구성원들에게 천지를 창조하듯이 새롭게 아이디어를 만들라는 뜻으로 ‘천지창조’ 그림을 보여 주었을 뿐 구성원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2)

판단

가)

을 제3 내지 7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는 2018. 3. 15. 주간회의시간에 여군인 G 대위, 여 주무관인 D, F 중령 등이 있는 회의실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대형화면 스크린에 띄워놓고 “이 그림이 좀 야하지?”라고 말하였다.

②

F 중령은 이 사건 징계사건에 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의 행동 중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메모로 적어 두었는데 그 중에는 이 부분 징계사유에 관한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G 대위는 이 사건 징계사건에 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가 회의 시간에 미켈란젤로 작품인 천지창조를 보여주면서 ‘좀 야하지’라고 말한 사실이 있고, 그 말을 들은 처원들이 모두 인상을 찌푸렸으며 ‘저런 이야기를 또 왜 하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성적으로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D은 이 사건 징계사건에 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가 보여 준 그림과 원고의 발언에 대하여 “처원들이 놀라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니까 얼른 말을 돌리시더라구요. ‘이게 야한 건 아니야. 생각하기 나름이야.’이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셨습니다. 이 그림이 사실 종교적인 부분이 초점이 되어야 하는데 그 분의 주된 말은 남성의 나체에 대한 그런 점이 초점이 되어서 불쾌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주간회의 시간에 같은 직장 내에 근무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빔 프로젝터를 통하여 대형 화면에 남성의 나체가 드러난 그림인 ‘천지창조’를 보여주었고, 그림 속 남성의 나체 부분을 지적하면서 그에 대하여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분석을 내용으로 하는 발언이 아니라 성적인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를 부각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원고의 행동은 남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언어적, 시각적 행위인 ‘성적 언동’으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피해자 및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원고가 보여 준 그림이 널리 알려진 예술작품에 해당한다거나 원고가 내심으로는 창조적인 생각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보기는 어렵다.

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제3 징계사유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당시 G 대위가 개량된 근무복을 처음으로 착용한 것을 보고, 개량된 근무복의 명찰 부분 및 색상이 궁금하다고 생각하였던 적은 있으나, G에게 근무복 위에 착용하고 있었던 가디건을 벗어보라는 말을 한 사실은 없다.

2)

판단

가)

을 제6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3 징계사유와 같이 피해자 G 대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디건을 벗어보라고 말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도 없다.

①

피해자 G 대위는 징계절차에서 “제가 매일 아침 처장님실에 신문을 가져다 드립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신문을 가져다 드렸는데 저희가 처음으로 근무복을 입은 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근무복 입으니까 너 되게 달라보인다.’라고 얘기했고, 제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제가 신문을 드리고 나오려는데 저에게 ‘거기 잠깐서봐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제가 옆으로 비켜서서 나가려다가 정면으로 서니까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까딱하시면서 ‘너 그것 벗어봐라.’라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그 당 시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하여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표정도 굳고 행동도 굳은 상태였습니다. 마치 방송에서 여성이 노래방 같은 곳에서 여성을 초이스하는 그런 상황이 연상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위와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별다른 자료도 없다.

②

원고 스스로도 제1심에서 ‘당시 피해자에게 근무복을 입고 있어서 달라 보인다고 말했고, 근무복이 변경된 것을 보고 명찰 부분과 근무복 색깔이 궁금하였다.’라거나, ‘원고도 그 때 근무복을 준비해야 하니 달라진 복장을 확인하고 싶었다.’라고 진술하였고, 당심에 이르러서는 “복장이 조금 변경되어 확인하려고, ‘동근무복을 처음으로 착용하니 달라보인다. 명찰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확인해봐도 되겠니? 가디건 입었네. 벗어봐라 달라진게 보이게.’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진술내용은 피해자의 진술 및 제3 징계사유와 부합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해자의 상의를 주시하면서 손가락으로 이를 가리키고, 탈의를 지시하였으므로, 피해자로서는 남성이자 상관인 원고가 자신의 신체 중 일부분을 주시하고 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인식을 할 여지가 충분하고, 그로 인하여 상당한 불편함 또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판단된다.

다)

탈의로 신체를 노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직접적으로 신체를 노출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탈의는 그 자체만으로 수치심과 불편함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탈의를 해야 하거나 탈의를 요구받는 경우에는 탈의 여부나 탈의로 인한 신체의 노출 여부와 관계없이 그러한 수치심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여성인 피해자와 단 둘이 사무실 내에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돌연히 상의의 일부인 가디건을 탈의하라고 지시하였다. 피해자로서는 가디건 내에 근무복을 착용하였으므로 가디건의 탈의로 인하여 신체가 드러나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아니하고 탈의를 할 만한 자연스러운 사회적 맥락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설령 그러한 사회적 맥락이 존재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의 당시 언동만으로는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거나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심지어 이성인 상관으로부터 탈의를 지시받은 상황이었으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1>

라)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 또한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2>

가.

원고는 C의 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원고의 지시를 받는 지위에 있는 부서 내 다수의 사람들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반복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으므로,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

나.

원고는 2014. 6. 초순경 사무실에서 간부들과 병사 등 다수인이 있는 가운데 반팔 티를 입고 있는 피해자 I 대위를 향해 자신의 양 손으로 여성의 가슴을 표현하며 “왜 옷을 벗고 있냐, 그러면 젖꼭지가 보이지 않냐”라고 말하여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는 등의 비위행위로 견책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원고는 재차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하였으므로, 반복된 비위행위에 대한 책임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지를 위험성도 상당하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중한 처분이 필요하다.

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징계양정규정인 육군규정 180 제9조 및 [별표 6] 성폭력 등 처리기준에 의하면 성희롱에 해당하는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본적인 징계양정기준으로 정직처분이, 가중된 기준으로는 파면에서 강등이, 감경된 기준으로는 감봉이 각각 예정되어 있고, 가중사유로는 “동종 처벌전력”,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경우”, “피해자가 여군·여군무원인 경우” 등이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비위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로서 가중사유를 충족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하여 가중된 징계양정기준인 파면 내지 강등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본적인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에 비추어 가볍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과중하다고 볼 수도 없다.

고가 스스로 원하는 바를 충분히 진술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관련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라.

원고는 오히려 G 대위에 대하여 징계절차에서 ‘모성보호시간을 흔쾌히 허락해 주지 않은 문제로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진술하거나, 준비서면에는 “성적 의도로 부각시켜 자신의 불만사항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장교라는 사람이 이런 것을 가지고 성희롱으로 이용하다니, 군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기재한 것을 비롯하여 징계처분 당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에게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아니함은 물론이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으므로, 비위행위 이후의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동헌(재판장) 송진호 백승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