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22. 12. 1. 원고들에 대하여 한 각 출국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등
원고들은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들이다. 원고 A는 2017. 6. 14.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원고 B는 2017. 6. 28.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각 대한민국에 최초 입국하여 같은 체류자격을 연장하며 체류하여 왔다.
2021. 2.경 원고들의 모국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였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2021. 3.경 미얀마 군경의 시위대 폭력 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무력사용 즉각 중단 및 E 국가고문 등 구금자 석방을 촉구하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미얀마 국적의 국내 체류외국인을 대상으로 체류기간 연장이 어려워 기한 내 출국하여야 하는 사람이 자국 정세 등을 고려하여 국내 체류를 희망할 경우 임시 체류자격으로 변경하여 국내 체류를 허용하고, 체류기간이 도과된 사람은 불안정한 국가상황 등을 고려하여 강제출국을 지양하며, 국가 정세가 안정화된 후 자진 출국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체류 미얀마인 대상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를 시행하였다.
위 조치에 따라 원고 A는 2022. 9. 8. 기타(G-1-99)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체류기간 만료일 2023. 3. 8.)를, 원고 B는 2022. 4. 27. 기타(G-1-99)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체류기간 만료일 2023. 4. 27.)를 각 받았다.
원고들은 2022. 5. 26.경부터 2022. 11. 30.경까지 파견업체인 아산시 F건물, G동 소재 H 운영자 I에게 고용된 상태에서 실제로는 아산시 C에 위치한 D 주식회사(이하 ’D‘라고만 한다)로 파견되어 월 2,500,000원의 급여를 받고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22. 11. 30.경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에 적발되었다.
피고는 2022. 12. 1. ’적법한 체류자격 없이 불법 취업하여 출입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을 위반함에 따라,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나 출국이행각서를 제출하며 출국의사를 밝히는 점, 미얀마 현지 정세 등을 고려할 때 강제퇴거집행이 어려워 장기보호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여 출국명령을 한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3, 4호, 제46조 제1항 제3, 8호, 제68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2022. 12. 31.까지 각 출국할 것을 명하는 출국명령(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후 원고들은 2023. 5. 17.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다.
한편, I은 2023. 8. 30.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3고약3317호로 원고들과 각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2, 22, 23, 26호증, 을 제1, 2, 3,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배
원고들은 미얀마 소수민족으로서 한국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혁명단체‘들을 응원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원고 A의 경우 그 활동 모습이 방송에 방영되기도 했으며,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1>)에서도 원고들의 경우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체포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표명해온 바, 원고들은 미얀마로 송환될 경우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근거와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서 ’난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에게 출국을 명한 이 사건 각 처분은 난민법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 협약‘이라 한다) 등에서 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재량권 일탈·남용
피고는 법무부의 ’국내 체류 미얀마인 대상 인도적 특별체류조치‘ 관련 지시에 따라 원고들에게 기타(G-1-99)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하였고, 위 지시는 ’강제출국을 지양하고 국가 정세가 완화된 후 자진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인데, 아직 미얀마의 정세가 완화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들이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거나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한 점, 원고들은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등을 받기 위하여 고용주 측에 근로계약서 작성을 지속적으로 요청하였으나 고용주 측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금을 체불하는 등 원고들에 비해 고용주 측의 위법이 큰 점, D에서 근무한 다른 외국인들은 범칙금 통고처분만 받고 체류자격을 유지한 점, 범칙금과 같은 경미한 처분으로도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인해 얻는 공익에 비해 원고들이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배 주장에 대한 판단
난민법 제3조는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 및 난민신청자는 난민협약<2> 제33조 및「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제3조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 제6항은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그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한 조약으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난민협약 제33조 제1항은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난민법 제2조는 “난민<3>으로 인정된 사람”(이하 “난민인정자”라 한다)은 ’이 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외국인‘(제2호)을, “인도적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이하 “인도적체류자”라 한다)은 ’제1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난민신청자가 난민불인정결정을 받거나, 이에 관한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받은 경우)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제3호)을, “난민인정을 신청한 사람”(이하“난민신청자”라 한다)은 ’대한민국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으로서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 또는 난민불인정결정이나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기각결정을 받고 이의신청의 제기기간이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또는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람‘(제4호)을 각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들을 종합하면, 난민법 제3조의 적용대상인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 및 난민신청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난민인정을 신청한 사람일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항고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1184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처분 이후인 2023. 5. 17.에 이르러서야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난민법 제2조의 난민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각 처분이 난민법 제3조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비록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처분 이후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더라도, 이는 처분 후 사실상태의 변동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난민법 위반 여부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원고들에게 난민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유 없다.
또한, 강제송환금지원칙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인데,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 제1호의 출국명령 대상은 ‘제46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나 자기 비용으로 자진하여 출국하려는 사람’으로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 임의로 송환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하여 출국명령을 내렸다 하더라도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려울뿐더러, 이 사건 각 처분과 같은 출국명령은 그 자체로 원고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거나 난민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 확정시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는 국내 체류 미얀마인들에 대하여는 출국명령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현지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출국기한을 유예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므로(을 제3, 4호증 참조), 이 점에서 보더라도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처분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로 송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까지 종합해보면, 이 사건 각 처분이 난민협약 등에서 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
출입국관리행정은 내·외국인의 출입국과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행정작용이고, 일정한 경우에 외국인에게 출국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8조에 따른 출국명령은 이러한 출입국관리행정의 일환으로서 그 성질상으로나 위 규정문언상으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행정청 재량행위라고 하더라도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그 취소를 면치 못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두27500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처분의 경위에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1, 2, 3, 21, 22, 23, 26, 27, 29 내지 32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처분은 피고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원고들이 받은 기타(G-1-99) 체류자격의 경우 사전에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으면 취업활동이 가능한데, 원고들은 D에서 근무하면서 사전에 이에 대한 활동허가를 받은 바 없다. 그런데, 원고들은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기 위하여 고용주에게 수차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고용주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지 아니하여 취업활동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을 고용한 주체는 D가 아니라 파견업체인 H 운영자 I이었던 점, I은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주지 않은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받은 점, 원고들은 I에게 고용되었음에도 실제로는 D에 파견근무하는 형식으로 일을 하였는바 외국인이라는 원고들의 지위와 파견근무 형태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원고들의 경우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는 경우 얼마든지 취업활동이 가능하므로 굳이 위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취업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오히려 I 또는 D 측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지 않았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에 의하면, 원고들이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원고에게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처분은 원고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처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특별체류조치 관련 지시 등(을 제3, 4호증 참조)에 따라 미얀마 현지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출국기한의 유예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조치 내지 지시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처분이 원고들의 출국을 강제하는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출국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출국기한의 유예만을 받는 경우, 원고들은 체류자격이 없어 사전 허가유무를 불문하고 취업활동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므로(체류자격을 위반하여 취업 등을 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강제퇴거의 대상이 된다), 대한민국에 머무르는 동안의 생계비 등을 마련할 마땅할 수단이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원고들에게 출국할 것을 명령하고 단지 출국기한만을 유예하는 것은 원고들에게 또 다시 불법적으로 취업하여 생계비를 조달할 것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취업활동을 하여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게 된 데에는 국내 고용주의 비협조 내치 불법행위로 인한 부분이 작지 않아 원고들 행위의 불법성이 비교적 크지 아니한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원고들의 체류자격을 유지하면서 사전에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 취업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적인 외국인 근로를 방지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은 외국인의 출입국과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조정하여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이고, 출입국관리행정의 특성상 공익 목적 달성을 위하여 행정청이 가지는 재량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들이 비록 이 사건 각 처분 이후 난민 신청을 하였지만, 이 사건 각 처분 이전부터 대한민국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 등의 활동을 하여 온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들이 미얀마로 돌아가는 경우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이 아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원고들에 대한 난민 심사가 현재 진행 중이므로, 원고들이 실제 난민에 해당하는지는 위 난민 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사건 각 처분을 통하여 원고들의 체류자격을 박탈하고, 미얀마로 출국할 것을 명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공익에 비하여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원고들의 사익이 과중한 측면이 있다.
결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모두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각 처분을 모두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명(재판장) 김덕완 윤지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