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24. 11. 21. 선고 2024누11134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천안시 동남구 B, C호에서 ‘D 공인중개사사무소’라는 상호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이하 ‘이 사건 사무소’라 한다)를 개설·등록하여 운영하고 있는 개업공인중개사이다.

나.

피고는 2023. 1. 20.경 ‘원고가 소속공인중개사를 채용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받고, 2023. 2. 7. 원고에게 ‘소속공인중개사 고용 미신고를 이유로 업무정지 1개월의 처분을 할 예정이니, 2023. 3. 2.까지 의견을 제출하여 달라’는 내용의 처분사전통지를 하였다.

다.

원고는 의견제출기한 내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피고는 2023. 3. 3. “원고가 소속공인중개사 E을 고용하고도 업무개시 전 등록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 제39조 제1항 제14호에 의하여 업무정지 15일(정지기간 2023. 3. 15.부터 2023. 3. 29.까지)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는 2023. 7. 25.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1>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처분사유 부존재

원고는 2022. 12. 15.경 이 사건 사무소에 면접을 보러 온 E과 사이에, E이 7일 동안 이 사건 사무소에 출근하는 것을 본 후 E의 업무적응도 등을 고려하여 소속공인중개사로 고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였고, E은 위 합의에 따라 2022. 12. 20.부터 2022. 12. 23.까지 4일 동안 이 사건 사무소에 출근하였다. 하지만 E은 소속공인 중개사로서 부동산 중개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없고, 2022. 12. 24.부터는 출근도 하지 아니하였다.

이처럼 원고가 E을 소속공인중개사로 고용한 사실이 없어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재량권 일탈, 남용

설령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부동산 거래시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2023. 3. 15.부터 2023. 3. 29.까지 15일간 업무가 정지됨으로써 이미 영업에 큰 피해를 입었고, 한편 이 사건 처분의 집행기간 중 원고의 중개보조원이 인터넷상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바람에 중개보조원이 업무정지기간 중 광고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처분사유로 원고의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취소하는 처분이 예정되어 있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피해가 막대하다. 반면 E의 출근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E의 고용신고를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침해된 공익은 없거나 미미하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는 소속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을 고용하거나 고용관계가 종료된 때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록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는 소속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경우에는 법 제34조 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교육을 받도록 한 후 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 전까지 등록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비추어 보면, 공인중개사는 소속공인중개사를 고용한 경우, 해당 소속공인중개사가 법률로 정한 직무교육을 받은 후 업무 개시 전까지 등록관청에 소속공인중개사 고용 사실을 신고할 의무가 있고, 소속공인중개사의 고용사실 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그로 하여금 중개업무를 수행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제공하는 근로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명시적 약정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 약정으로 성립할 수도 있다.

시용(試用)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사용자의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만 다를 뿐 그 기간 중에 확정적 근로관계는 존재한다.

업무적격성 평가와 해약권 유보라는 시용의 목적에 따라 시용기간 중 제공된 근로 내용이 정규 근로자의 근로 내용과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가 제공된 이상 시용 근로계약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제공된 근로내용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훈련의 성격을 겸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용기간 중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가 제공된 이상, 시용기간 중의 임금 등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시용 근로계약의 성립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되고, 단순히 근로계약 체결 과정 중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두5585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F의 일부 증언, 항소심 증인 E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E을 소속공인중개사로 고용하였음에도 업무개시 전까지 등록관청에 이를 신고하지 않아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므로, 원고의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원고는 E이 구직 사이트에 올린 게시글을 보고 2022. 12. 5. E에게 “D부동산인데요. 부동산에 관심 있으시면 면접보러 오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E은 2022. 12. 15. 오전 이 사건 사무소를 방문하여 면접을 보았다. 원고와 E 사이에 2022. 12. 5.부터 2022. 12. 26.까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이 중 원고의 2022. 12. 15. 자 문자메시지는 고용의 의사 표시를 하였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원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E에 대한 연락처의 명칭이 “E실장 12.15”로 표시되어 있다(을 제1호증에 첨부된 문자메시지 캡처사진). 이는 원고가 2022. 12. 15.경 E을 이 사건 사무소의 소속공인중개사로 고용하고 실장의 직책을 부여하려는 의사였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다.

③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는 소속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경우에는 법 제34조 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교육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시행규칙 제8조 제5항 및 별지 제11호 서식은 소속공인중개사의 고용·고용관계종료 신고 시 신고서에 소속공인중개사의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중개사 자격증 번호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2022. 12. 15. E에게 실무교육수료증, 공인중개사자격증의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E이 아직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았다고 하자 일단 주민등록등본만 제출하라고 하였다. E은 2022. 12. 7.부터 같은 달 16.까지 실무교육을 수료하고 실무교육수료증을 받았고, 원고에게 2022. 12. 21. 실무교육수료증을, 다음 날인 2022. 12. 22. 공인중개사자격증을 교부하였다.

④

E은 2022. 12. 20.부터 2022. 12. 23.까지 이 사건 사무소에 출근하여 블로그 포스팅 방법을 익히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 사건 사무소에 관한 포스팅을 하였으며, 2022. 12. 23. 중개보조원 F와 함께 천안시 동남구 G에 있는 부동산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E은 원고의 지휘감독 하에 이 사건 사무소의 중개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거나, 적어도 원고의 중개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이 2023. 2. 13. “E이 사용·종속적 계약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E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사건을 종결하였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법상 소속공인중개사의 고용계약은 사용·종속적 계약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과는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위와 같이 진정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E을 소속공인중개사로 고용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E과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이 E이 1주일 동안 이 사건 사무소에 출근하는 것을 본 후 소속공인중개사로 고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본 시용(試用)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H 사이에 적어도 해제조건부로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고용관계가 성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라.

재량권 일탈, 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여러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두4840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재량권 일탈, 남용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공인중개사법 제39조 제2항의 위임을 받아 업무정지처분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구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2023. 7. 28. 국토교통부령 제12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 별표4 제2호 개별기준 거항은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을 위반한 경우로서 가목부터 하목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의 처분기준을 업무정지 1개월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오히려 위 처분기준보다 가벼울 따름이다.

②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의 규정은 공인중개사가 고용을 하는 경우에 이를 신고하게 함으로써, 중개업자 등의 직무의 특성상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부조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여 부동산 거래의 전문성·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 거래 당사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법재판소 2008. 9. 25. 2007헌마419 결정의 취지 참조). 소속공인중개사 고용기간의 장단과 관계없이 이 사건 처분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을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③

구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25조, 별표4 제1호 일반기준 다.항은 “1)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 등 과실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2) 위반행위자가 법 위반행위를 시정하거나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3) 그 밖에 위반행위의 동기와 결과, 위반정도 등을 고려하여 업무정지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록관청은 제2호의 개별기준에 따른 업무정지기간의 2분의 1 범위에서 줄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견제출기한 내에 아무런 의견이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피고는 원고가 E을 고용한 기간이 비교적 짧고 그 기간 동안 E이 수행한 업무가 많지 않은 점, 업무정지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영업상의 손실 등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고려하여 개별기준에 따른 처분을 감경한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의 중개보조원이 이 사건 처분의 집행기간 중 광고 게시물을 올려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이 취소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직접적, 구체적인 불이익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발생한 별도의 사유로 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정을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수 없다.

마.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준명(재판장) 유현식 윤지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