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전기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합자회사 E(이하 ‘E’라 한다)와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2013. 5.경부터 F에 고용되어 월 300만 원을 수령하면서 F를 위한 공사 수주 등 영업활동과 현장 업무를 하여 왔다.
피고는 2016. 5. 31.경 전기 자재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을 설립하였는데, 원고와 H이 G의 공동대표이사로 등재되었다.
원고는 F에서의 업무가 종료된 이후 그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 퇴직금 등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2019. 12.경 피고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진정하였고, F로부터 위 금액 상당을 지급받았다.
한편 원고와 피고는 I으로부터 공주시 J 답 421㎡(이하‘J 토지’라 한다)를 공동으로 매수하여 2018. 4. 16. 각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와 피고는 2019. 7. 27.자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이하 다음의 내용을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증인 L, M의 각 증언, 갑 제1 내지 5, 8, 9호증, 을 제1, 2, 8, 10, 1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단지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고, 원고와 피고는 전기시공 사업을 동업하던 관계로, 원고가 영업과 현장 업무를, 피고가 회계 등 회사 내부 운영을 담당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9. 7. 27.자로 이와 같은 동업관계를 청산하기로 하면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 사건 합의서 제1항의 J 토지는 현재 원고와 피고가 공유하고 있는데, 피고가 J 토지 전체를 매도하여 원고 몫에 해당하는 2억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조건성취를 방해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민법 제150조에 따라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2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청구취지 제1항 관련).
또한 피고는 C로부터 D 토지 800평을 매수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 제3항에 따라 위 D 토지 중 400평을 피고가 다시 원고에게 양도하였음을 C에게 통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청구취지 제2항 관련).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회사의 고용된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공사현장을 확인·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피고와 동업관계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원고가 회사 운영과 관련된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하여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즉 피고는 ① 이 사건 합의서를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하므로 효력이 없다. ②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③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은 비진의의사표시 내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④ 나아가 원고 스스로가 이 사건 합의서 작성 직후인 2019. 7. 30.경 공증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합의는 무효라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사후적으로 실효되었다.
설령 이 사건 합의를 유효로 본다 하더라도 피고는 고의로 이 사건 합의서 제1항의 조건 성취를 방해한 사실이 없고, 피고가 D 토지의 소유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하였음을 통지하도록 요청할 수도 없다.
판단
금전지급 청구(청구취지 제1항)에 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현 시점에서 이 사건 각서에 기해 2억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권리발생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각서의 무효, 취소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먼저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원고와 피고가 소위 동업관계로 묶여 있었고 이에 수익과 손실을 일정 비율로 정산할 필요가 있어서 이 사건 각서가 작성된 것이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자신이 피고에게 고용되었던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피고를 노동청에 진정하여 퇴직금 등을 수령한 바 있고, 원고가 피고에게 주장하는 채권들(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경비, 체납세금, 기타 대여금 등)이 근로자의 지위와 양립불가능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이 사건 합의서 제1항은 원고와 피고가 공유하고 있는 J 토지에 대한 공유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재되었고, 이를 위해 원고가 피고에게 원고의 지분까지 포함한 일괄 처분권한을 위임하고, 피고가 J 토지를 제3자에게 전체로서 매각하면 그 매각대금 중 2억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가 J 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2억 원 지급의무 발생의 조건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갑 제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고의로 J 토지의 제3자 매각을 지연하고 있음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따라서 민법 제150조에 기하여 조건 성취가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각서 작성 직후 원고가 피고에게 ‘땅이 팔리든 안 팔리든 2억원을 지급해 달라’고 다시 주장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피고 지분을 원고에게 이전해달라고도 요구했던 점(을 제5, 6호증), 원고가 J 토지 이외에도 피고와 사이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채권채무관계 정산을 함께 요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J 토지 정산의 방법이나 그 정산의 비율과 관련해서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제대로 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양도 통지 청구(청구취지 제2항)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합의서 제3항에 피고가 공주시 D 임야 28,114㎡(이하 ‘D 토지’라 한다, 약 8,504평 상당이다) 내 800평 중 400평을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다는 취지로 작성되어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갑 제3, 5, 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D 토지는 영농조합법인 N(대표이사 C)이 소유한 토지이고, C는 2013. 5. 31. 피고에게 ‘D 토지 중 800평에 대한 매매대금 잔액 2억 원을 영수하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교부해준 사실, 원고는 2013. 2. 19.부터 2013. 3. 22.까지 피고에게 ‘D 땅값’이라는 명목으로 합계 1억 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만으로는 피고가 D 토지에 대하여 영농조합법인 N을 상대로 800평 상당의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였는지를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고가 이를 보유한 것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피고가 취득할(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중 일부를 다시 원고에게 양도함으로써 중간생략등기에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도출된다는 해석으로 귀결되는데, 이 사건 합의서는 피고가 D 토지 중 800평 상당의 지분상 권리를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그 중 400평을 다시 원고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한 것일 뿐 피고가 매도인으로부터 곧바로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 되는데 협조하기로 약정한 바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서만으로는 원고 주장과 같은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도 없다(권리발생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로 이 사건 각서의 무효, 취소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청구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지향(재판장) 고대석 유혜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