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손톱깎이 등 철금속 제품의 제조판매 및 가공업과 각종 물품의 수출입업 및 수출입 대행업을 주요 업무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1986. 1. 5. 원고에 입사하여 1999. 9. 6.부터 원고의 무역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원고의 주요 납품업체인 미국의 배셑사와의 구매 및 수출판매, 하청업체 선정 및 납품요청, 무역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4. 2. 28. 퇴사한 자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2. 9. 30. 작성된 연봉·근로계약서에는 '회사 퇴직 후 2년 이내에는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직·간접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회사 근무시 체득한 경영상황, 기술정보, 거래처 단가 등 경영상 비밀이 될 수 있는 회사업무 일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아니하며 기밀보안유지를 다하기로 한다. 퇴직 후 3년간 기밀보안은 유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피고는 원고를 퇴직한 후 2004. 4. 30.경 'C'라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 운영하면서 중국업체에 도급을 주어 원고가 배셑사에 납품한 바 있는 손톱깎이 세트, 손톱미용 세트 등과 일부 유사한 제품을 배셑사에 납품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와의 근로계약상 경업금지의무 및 기밀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를 설립하여 원고의 영업비밀인 '배셑사의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 원고의 중국 하청업자인 D, E(본명 F)에 대한 자료'를 이용하여 원고가 납품하던 손톱깎이 등의 제품을 원고의 하청업체를 통해 배셑사에 납품하였다. 그로 인하여 원고는 2004년 이후부터 10억 원 상당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고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내지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판단
영업비밀 해당 여부
원고가 주장하는 '배셑사의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 원고의 중국 하청업자인 D, E(본명 F)에 대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함은 그 정보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자 등 이를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뜻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함은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하여 상대방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하여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든 경우를 뜻한다. 따라서 피고용인이 퇴사 후에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용인이 고용되지 않았더라면 그와 같은 정보를 습득할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러한 정보가 동종 업계 등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만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먼저 '미국 배셑사의 바이어 명단'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4호증의 13, 14, 128, 145, 148, 151, 157, 167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배셑사는 바이어를 통하여 국내외 경쟁업체들에게 원하는 제품의 사양과 그림 또는 도면 등을 보낸 다음 납품가격 등을 제시하도록 경쟁을 붙여 적합한 업체를 납품회사로 선정하여 왔으며, 원고는 배셑사에 대하여 손톱깎이 등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회사가 아니라 여러 납품업체들 중의 하나이고, 배셑사의 바이어들은 원고를 통하여 국내 동종업체를 소개받기도 하였고 소개받은 업체들과 명함을 주고받고 품질에 대한 상담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렇다면 배셑사의 바이어 명단은 상당 부분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그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를 퇴직한 후 원고가 배셑사에 납품한 바 있는 제품과 일부 유사한 제품을 원고의 배셑사에 대한 납품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배셑사에 납품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배셑사는 납품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다른 경쟁업체가 제시한 납품가격을 알려주면서 가격을 맞추어 줄 것을 요구하거나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어 경쟁업체 사이에서 타 회사의 납품가격은 많은 부분 알려져 있거나 예측이 가능하였던 사실, 원고는 배셑사에 납품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국내 업체에 도급을 주어 생산하도록 한 반면, 피고는 배셑사에 납품하는 제품 전부를 인건비가 싼 중국 업체에 도급을 주어 생산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원고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배셑사에 납품할 수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바, 피고가 원고처럼 국내 업체를 통해 배셑사에 납품할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원고의 배셑사에 대한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을 알게 되는 경우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피고가 원고와 달리 중국 업체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한 후 원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배셑사에 납품을 한 이상 원고의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에 대한 정보가 피고에게 있어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배셑사에 대한 납품가격의 대략적인 것은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D나 F에 관한 자료'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를 퇴직한 후 재직 중에 알고 있던 F 등을 통해 중국 업체로 하여금 제품을 생산하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D나 F은 국내 업체 중 원고와만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와도 거래를 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렇다면 F 등에 대한 인적사항이나 연락처 등이 원고에게만 알려져 있고 다른 경쟁업체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없으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위 각 정보는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계약상 의무 위반 여부
먼저 피고가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약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쉽게 다른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갖지 못한 피용자는 종전의 직장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그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우선 경업금지의무는 근로자가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범위 내로 한정되어 인정되어야 하며, 그 효력의 유무는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상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 재직 중 알게 된 각 정보가 이미 동종업계에 알려져 있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위와 같은 정보를 이용하여 원고와 동종의 제품을 생산, 납품하는 회사를 설립, 운영한 것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경업금지의무의 목적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피고가 기밀유지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이용하였다는 원고 주장의 각 정보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위 각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각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위 정보를 이용하여 영업을 한 행위가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가 위 정보에 관한 제반자료와 관련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서류나 파일 등을 무단으로 가지고 나왔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업무상 알게 된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위 정보를 이용하여 중국업체를 통해 원고가 생산하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생산하고 납품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였다고 하여 피고의 행위가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갑생(재판장) 나상훈 김상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