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관계
당사자의 관계
피고는 원료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는 2013. 1. 1. 입사한 피고 소속 근로자이다.
2013. 1. 1.자 근로계약서와 서약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3. 1. 1.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 중 취업장소 및 취업직종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원고는 2013. 1. 1. 서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는데, 위 서약서 9.항에는 “재직 중 회사의 전보‧배치전환‧전출 등 인사발령에 절대 복종하겠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전보발령
원고는 입사 후 피고의 서울 분사무소가 있는 서울 C에 있는 D 사옥 4층에서 신용관리팀, 영업관리팀(2018. 7. 1.부터), 영업지원팀(2020. 5. 1.부터)에 각 소속되어 처방관리, 사전 관리, 담보 관리, 사고처 관리, 법무 관리, 신규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무하다가, 2021. 4. 1. 서울 성동구 E빌딩 F호에 위치한 피고의 서울지점에서 영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전보발령’)을 받아, 2021. 5. 24.경부터 위 서울지점으로 출근하고 있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1. 4. 1.자 전보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3, 을 제2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전보발령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전보발령은 근무지와 근로내용에 관한 계약상 근로조건의 변경에 해당하여 원고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피고는 위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위 전보발령 과정에서 성실한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는 업무상 전보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편법 해고 또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건 전보발령을 단행하였는바, 위 전보발령은 위법하여 무효이다.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다만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전보나 전직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752 판결 등 참조),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7130 판결 등 참조),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전보발령에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원고의 근로내용과 근로장소를 원고 주장과 같이 특별히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전보발령에 원고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여 이 사건 전보발령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전보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2호증의 1, 갑 제8호증, 을 제5, 6, 7, 10, 1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그로 인해 알 수 있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보발령이 원고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거나, 업무상 필요 없이 원고에게 생활상의 불이익만을 가하는 위법한 조치라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위 전보발령은 피고의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에 앞서 원고와 사이에 어떠한 공식 협의절차를 거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의 법리에서 본 ‘성실한 협의’란 반드시 인사발령을 의제로 삼은 어떤 공식 회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그 형식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할 것인데,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의 상관인 영업지원팀장 G 이사는 이 사건 전보발령에 앞선 2021. 3. 19. 원고에게 원고의 직무능력 평가, 피고 서울지점의 직원 이탈에 의한 인력 충원의 필요성 등을 알리면서 피고 서울지점에서 영업 관련 일을 할 것을 권유하는 등으로 미리 원고에게 이 사건 전직발령이 있을 것임을 알려 주었고 원고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비록 이러한 고지 및 의견 청취가 공식적인 형식을 갖춘 절차는 아니라 할지라도, 피고는 이를 통하여 미리 원고에게 인사발령에 관한 의견진술 및 그간 지적되어온 직무능력 부족에 관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전직발령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 전 담당한 업무에 관하여 대체불가능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의 업무 수행에 대해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들은 원고의 직무능력이나 자기계발 의지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나아가 이 사건 전보발령 직전 피고는 서울지점 직원들의 퇴사로 인하여 해당 지점의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으로 원고가 위 전보발령으로 맡게 될 업무가 원고로서는 도저히 수행하기 불가능한 내용을 요구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앞서 본 법리(특히 2010다52041 판결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원고로 하여금 서울지점에서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원고의 주거지는 의정부시이므로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변경된 근무장소는 이전보다 주거지로부터 더 가깝게 되어 특별히 생활상 불이익이 가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원고가 주장하는 일부 수당의 삭감은 이 사건 전보발령과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원고가 내세우는 갑 제8, 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전보발령이 저성과자를 편법적으로 해고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한편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음성에 의하면 원고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상관인 H 부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질타를 당하고 더러는 욕설이 포함된 폭언을 들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위와 같은 H의 폭언을 정당한 직무 지시라고 볼 수 없음은 물론이나, 앞서 든 부합증거들에 의하면 위 H는 피고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아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임원 등이 아닌, 그 또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H의 위 폭언 자체를 곧바로 사용자인 피고의 행위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그밖에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1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음성만으로 피고가 H의 위 행위를 지시하였다거나 조장 내지 방조하였다고 보기도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발령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전보발령은 위법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명시적 일부청구로서 피고에게 위자료 100만 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보발령은 적법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당하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윤상도(재판장) 목혜원 권종현
사건정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결
사건
2021가합102426
판결선고
2022. 4. 14.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
제2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