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아산시 B건물, C호에 있는 개인건설업자로서 상시근로자 6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대전 서구 D 개인주택 리모델링 현장에서 2020. 5. 02.부터 2020. 5. 14.까지 도장공으로 근무한 E의 2020년 5월 임금 225만 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내역과 같이 임금 합계 300만 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검사가 제출한 증거 가운데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경찰 진술조서, 사실확인서 중 피고인 진술부분은,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다음으로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E의 진정서, 종사원명부대장, 사실확인서 중 E 진술부분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 하였고, 검사가 2023. 3. 22. 이 법원에 제출한 주민조회에 의하면 E이 2022. 12. 12.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각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한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사망으로 인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라 함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고, 이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과 소송경제의 요청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13조는 진술조서 등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사망 등의 사유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도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중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6도1705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위 각 증거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E은 피고인으로부터 하루 25만 원의 일당을 받기로 하고 근무하였는데 합계 30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였다며 피고인을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에 진정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그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후 그 진술조서에 서명․날인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내용은 근무날짜와 근무 장소, 체불 임금의 액수를 간략하게 서술한 것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경위나 내용에 대하여는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임금 체불의 경위에 대하여 E의 근무태만과 하자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이고 검찰에서의 형사조정 과정에서도 체불임금 액수에 대하여 다투는 취지의 진술 내지 E에 대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과 E 사이에 대질조사를 실시하는 등 그 주장을 서로 다투어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E이 작성 또는 진술한 위 각 증거에 대하여 허위 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만한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만큼 확실히 증명되어 법정에서 E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한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각 증거들에 대하여 형사소송규칙 제139조 제4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증거배제결정을 한다.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E의 임금 3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허미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