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연근해어업에 종사하는 해상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2010. 3. 3.경 설립된 단위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전북, 충남, 경기, 인천 지역의 20톤 이상 근해안강망 어선의 해상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2022. 1. 20.경 설립된 단위 노동조합이다.
피고 조합원 87명 중 27명은 선장으로 공인 등록된 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사용자인 선주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선장들의 적극적인 관여 내지 개입하에 설립되었고,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선장들의 참가를 허용하고 있는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에서 정하는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이다.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에서는 ‘노동조합이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하고(제2조 제4호),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제2조 제3호 각 목)’라고 규정하고,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으로 자주성, 단체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에서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한 사항이 담긴 규약을 첨부하여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제10조 제1항), ‘행정관청은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이 위 제2조 제4호 각 목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제12조 제3항)’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위와 같은 신고주의를 택한 취지는 노동조합의 조직체계에 대한 행정관청의 효율적인 정비·관리를 통하여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조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보호·육성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누982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그 노동조합의 설립은 무효이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제4호 단서 가.목에 의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와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는 노동조합에의 참가가 금지되는데, 그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여기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하고,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과 같이 그 직무상의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되며, 그 업무의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하여 그 업무의 수행과 조합원으로서의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8, 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 등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이고,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인 원고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조직한 단체임을 요하고, 그 목적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에 있어야 한다.
선장은 선원에 포함되므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기는 하나, 선장은 일반선원과 달리 선원법 제6조 내지 제24조에 의하여 선박운항에 대한 책임과 권한, 해원에 대한 지휘명령권, 징계권, 그 밖에 일정한 강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권력을 보유하고 있고, 선장은 검역법, 관세법, 선박안전법, 해사안전법 등에 의해 선박의 최고관리자 내지 선박공동체의 총책임자로서 지위를 가지기도 한다.
피고 조합원이 승선하는 근해안강망 어선의 경우, 선장이 조업지 선택, 조업 방법, 출항 및 입항시기, 조업 개시 및 종료, 휴일 등을 직권으로 결정하는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 지휘감독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사용자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그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크므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
피고의 대표자인 C은 ‘D’의 선박소유자이고, ‘E’<1>를 실질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는 자로 보인다. C은 2019년경에도 충청남도지사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였다가 원고의 이의신청으로 반려된 바 있는데, 이에 친동생인 F(공인 등록된 선장이다)을 대표자로 하여 피고에 대한 설립신고를 하고 약 3개월 후에 대표자를 본인으로 하여 변경신고를 하였다. 즉 피고는 설립 단계부터 사용자가 적극 개입하였고,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인 선장의 참가를 허용함을 넘어 선장이 주도하여 설립·운영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바, 근로자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도형석(재판장) 송현정 박예지
각주1) 선박소유자 명의는 2015. 4. 10.경 C에서 그의 자녀인 G으로 이전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