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1. 10. 19. 선고 2011가합274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10. 3. 2. 원고들에 대하여 한 역무원 근무를 명하는 각 의사표시는 각 무 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철도여객, 화물운송, 열차정비 등 전국의 철도관련 기간산업의 시설물을 관리, 운영하기 위하여 한국철도공사법에 의하여 2005. 1. 1. 설립된 법인이다.

나.

원고들은 철도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98년경 차장 등용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일반열차 차장으로 각 근무하다가 위와 같이 피고가 설립됨에 따라 피고 직원으로 임용되어 G열차승무사업소에서 일반열차 차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다.

그러던 중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역무원으로 각 근무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원고 A, B, C은 각 H관리역 역무원으로, 원고 D, E은 각 G관리역 역무원으로 발령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으로, 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을 발령할 당시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는 않았다.

2.

판단

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1)

원고들

이 사건 인사명령은 인사위원회의 의결도 없이 차장으로 근무하던 원고들을 하위직명인 역무원으로 발령한 것으로서, 하위직명으로 임용할 경우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요하는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48조 제2항에 반하는 것이고, 가사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위직명으로의 전보라고 볼 수 없더라도, 이 사건 인사명령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2)

피고

차장과 역무원직은 그 소속부서와 직명만이 변경되는 것으로, 역무원이 차장의 하위직명이라고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인사명령은 원고들을 하위직명으로 발령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전보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명령 과정에서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인사명령이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48조 제2항에 반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보다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여야 할 피고의 업무상 필요가 더 크고, 그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의 상의는 물론이고 원고들 각자와의 사이에서 적절한 협의절차도 거쳤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신의칙에도 반하지 않는 유효한 인사명령이다.

나.

이 사건 인사명령이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48조 제2항에 반하는지 여부

(1)

이 부분 쟁점의 소재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세칙(갑 제5호증) 제33조는 원고들의 보직이었던 일반열차 차장을 등용자격을 갖추어야 할 직명으로 보고 있고, 그 임용은 시험 또는 다면평가 및 심사에 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 세칙 제48조 제2항은 "등용자격직명에 임용된 자가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담당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용자격을 정지시키고 그 직명보다 책임도가 낮은 하위직명으로 임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의 과거 보직이었던 일반열차 차장은 당시 위 세칙에서 '등용자격직명'으로 정하였는바, 원고들을 일반열차차장에서 역무원으로 전보한 이 사건 인사명령이 위 제48조가 정한 '등용자격직명에서 하위직명으로의 인사명령'에 해당한다면,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이 사건 인사명령은 위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인 것으로 보아야 할 소지가 있다.

이에 이하에서는 우선 역무원이 일반열차차장보다 하위직명인지 여부를 따져 보기로 한다.

(2)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 내지 7호증, 을 제1, 2, 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 역무원과 차장의 직무계통

①

역무원(관리역의 경우) ② 일반열차 차장

㈏ 차장과 역무원의 담당업무

피고의 직제규정 시행세칙 상 역무원과 일반열차 차장의 담당업무는 다음과 같다(직제규정 시행세칙 별표 5).

㈐ 피고의 인사 관련 규정

■ 인사규정(갑 제4호증)

제3조(정의) 이 규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직위" 라 함은 1인의 직원에게 부여할 수 있는 직무와 책임을 말한다.

2.

"직급" 이라 함은 직무의 종류, 곤란성과 책임도가 상당히 유사한 직위의 군을 말한 다(1급부터 7급까지 있다).

3.

"직렬" 이라 함은 직무의 성질이 유사하고 그 책임과 곤란성의 정도가 상이한 직급의 군을 말한다(차장과 역무원은 모두 사무영업 직렬이다).

7.

"승진" 이라 함은 바로 하위직급에서 상위 직급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 인사규정 시행세칙(갑 제5호증)

제3조(정의) 이 세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6.

"등용자격직명"이라 함은 직제세칙 별표5에 의한 직명중 시험 또는 다면평가 및 심 사에 의하여 임용하도록 별표9에서 지정한 직명을 말한다.

9.

"직명"이라 함은 직무의 성질이 유사 하고 그 책임과 곤란성의 정도가 동일한 각 개 인에게 부여된 직위의 명칭으로 직제세칙 별표5에 의한 직명을 말한다.

제33조(등용자격직명의 임용원칙) 지역본부·특별동차운영단·시설장비사무소·서울정보통신사 무소·오송시설관리사무소·오송전기사무소의 현업에 두는 담당과장(여객전무를 포함한다)·사 업소장·각직의 선임장·KTX기장·기관사·차장(일반열차차장 및 전동열차차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부기관사·장비운전원·시설관리원(보선장비운전자에 한한다) 및 차량관리원(사고복구장 비운전자에 한한다)은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한 소정의 자격(이하 "등용자격"이라 한다)을 갖춘 자 중에서 시험 또는 다면평가 및 심사에 의하여 선발된 자(이하 "등용자격직명 임용 예정자"라 한다)로 임용하여야 한다.

제34조(등용자격직명 임용예정자의 선발방법) ①등용자격직명 임용예정자는 별표9에 의한 자격요건을 갖춘 자 중에서 시험 또는 다면평가 및 심사에 의하여 선발한다.

제48조(등용자격의 상실 등) ②등용자격직명에 임용된 자가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 하여 담당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용자격을 정지시키 고 그 직명보다 책임도가 낮은 하위직명으로 임용할 수 있다.

제60조(인사교류 및 순환전보 등) ①임용권자는 인력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본인 의 의견 등을 반영하여 정기적인 소속간 인사교류를 실시할 수 있다.

㈑ 피고의 차장과 역무원 보임 내지 운용 상황

①

열차 차장은 역무원을 포함한 사무영업 직렬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들 가운데 시험 또는 심사 등 일정한 선발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 소정의 교육과정 및 50 ~100시간의 견습시간을 거친 다음 승무에 임할 수 있는 반면(인사규정 시행세칙 제6장, 별표 9), 역무원은 피고의 신입사원이 최초로 부여받을 수 있는 직명 중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차장선발에 지원하는 자들은 역무원 내지 그와 동등한 직명인 열차운용원이다. 피고의 전신이자 원고들을 최초로 고용(임용)하였던 철도청에서는 역무원으로서 일정 기간 근무한 사람 중 시험을 통해 열차차장을 선발하였다.

②

담당업무를 비교하여 볼 때, 역무원이 담당하는 업무는 승차권의 수불, 매표 및 개 · 집표, 여객의 안내 등 철도업무에 대한 특별한 경력을 거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해당하여 신입사원들이 하는 업무인 반면, 차장은 승객의 승하차를 감시하고, 여객전무가 승무하지 아니한 경우 여객전무의 담당 업무를 수행하며, 지시가 있는 경우에는 열차의 운전 취급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열차 운행 및 승객의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③

차장과 역무원은 모두 사무영업 직렬에 속하는데 사무영업 직렬의 담당과장(등용자격직명의 하나이다)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차장 또는 열차운용원으로 2년 이상 또는 수송업무에 1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④

차장과 역무원은 승진후보자명부가 따로 작성되고, 승진을 함에 있어 차장과 역무원 사이에 총평정점이 동일한 경우 등용자격자인 차장을 선순위자로 결정한다(인사규정 시행세칙 제19조).

⑤

차장은 대부분 단독으로 근무하여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아니하는 반면, 역무원은 각 역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고 매표업무를 수행하는 등 업무상 번잡함이 있어 직원들은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회피하고 차장으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며, 차장으로 선발된 다음에는 역무원으로 다시 발령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⑥

2005. 1. 1. 피고가 설립되기 이전에 철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관계를 정하던 구 철도청인사관리규정(갑 제6호증)은 소속직원을 전보함에 있어 단계별 전보경로에 따라 전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제14조), 차장이나 역무원이 속한 운수분야의 경우 단계별 전보경로상 역무원은 초임보직으로 정한 반면, 차장은 그 상 위 보직으로 정하고 있었고(별표 2-4), 당시와 현재 차장과 역무원의 담당업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리고 원고들처럼 열차차장으로 근무하던 자가 역무원으로 전보된다 하더라도 종전의 등용자격직은 그대로 유지되고 그것이 정지되거나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시험이나 소양심사를 거쳐 차장으로 선발된 자가 일정 기간 차장으로 근무하다가 역무원으로 전보되더라도 종전의 과장 승진에 필요한 경력 요건이나 시험 응시의 기회는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3)

이 부분에 대한 이 법원의 판단

위 인정사실에다가 위 거시증거와 경험칙, 조리(條理)를 종합하여 추론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서의 인사발령이 수평적인 순환전보인지하위직명으로의 강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형식적인 직제 분류에만 의존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실질적인 요소를 감안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인바, 일반직을 기술직 ·사무직군으로 나누고 그 사무직군 내에 존재하는 사무영업직렬의 하나로 열차 차장과 역무원을 함께 규정하고 있는 피고의 일반직 직제 편성과는 무관하게 피고는 그 전신인 철도청 시절부터 현재까지 사실상 역무원이 역무과장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직제의 하나로 열차 차장직을 운영하여 왔으며, 그 소속직원들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여 왔고, 이에 따라 그들 직원들 사이에서 차장은 역무원과 동일한 '원직'의 개념이 아니라 여기에서 승진하여 복무하는 직제의 하나로 인식되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점(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소속 직원들이 대민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하여 역무원보다 차장직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였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오히려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보면 일반직 직원들은 이러한 대민업무의 스트레스 감소가 '차장으로의 승진'에 따라 주어지는 특전의 하나로 받아들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는 이 사건 각 이 사건 인사명령이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60조에 따른 통상적인 순환전보이고 그 이전에도 차장에서 역무원으로 인사발령을 한 사례가 다수 있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들고 있는 과거의 이른바 순환전보사례(차장에서 역무원으로 인사발령을 한 경우들)는 피고의 전신인 철도청 시절에 이루어진 것들로서, 당시에 시행되고 있던 인사관리규정(갑 제6호증)은 명시적으로 차장을 순환전보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므로(제15조 제3항) 그것이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순환전보라고 볼 수는 없어서 위와 같은 사례들의 존재를 근거로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이 통상적인 순환전보라고 할 것은 아닌 점, ③ 피고 설립 이후에도 단체협약에서 역 근무 직원에 대하여만 순환전보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단체협약 제33조) 차장에 대하여는 순환전보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며,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60조에서 정기적인 인사교류를 하도록 규정한 것도 동등한 직명 간의 순환전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 상 · 하위 직명 간의 순환전보를 규정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피고가 차장과 역무원 간의 순환전보라고 내세우는 사례들도 통상적인 순환전보라고 보기에 부족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차장에서 역무원으로의 인사발령이 통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이제까지 징계성 인사를 제외하고 열차 차장이 역무원으로 전보된 사례는,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이 '강등'이라고 느껴질 만큼 흔치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여전히 초임보직을 역무원으로 둠으로써 원고들에게는 차장이었다가 역무원으로 발령되는 것이 초임 보직으로 강등된 것으로 여겨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이 사건 각 인사명령에 의하여 원고들의 차장 직명이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차장 자격은 유지한 채 역무원으로서 근무하는 것일 뿐이므로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48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차장을 선발하는 것은 차장 업무를 바로 수행하도록 차장으로 보직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단순히 차장 자격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33조도 "현업에 두는" 차장을 그 선발절차에서 선발된 자로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미 차장에 임용되어 있는 자를 현업에 두지 아니하고 그에게 다른 직명을 부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등용자격을 정지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인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컨대, 역무원 직명은 차장 직명보다 책임도가 낮은 하위직명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신청인들을 차장에서 역무원으로 발령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에게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담당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유가 있어야 하고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제출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보아도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사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피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그러한 사정이 존재함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도 아니하였음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세칙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다.

이 사건 인사명령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전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전직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을 발령하게 된 피고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로 인해 원고들이 입게 된 불이익에 관하여 본다.

(2)

피고는 ① 열차운행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고객서비스 저하의 방지, ② 장기간 같은 소속과 직명에서 근무함에 따른 근무기강의 해이 및 타성적인 업무관행의 탈피, ③ 일반열차 운영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추진된 여객전무와 열차차장 직명 통합 정책 및 그에 따른 역무원과 차장 간 순환전보의 필요성을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의 근거가 된 업무 필요성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이 사건 각 인사명령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 우선 고객서비스 저하 방지와 관련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제출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보아도, 다른 열차와 비교하여 원고들이 운행하는 열차에서 민원이 더 많이 발생하였다거나, 그러한 민원이 원고들(차장)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다음으로, 여객전무와 열차차장 직명 통합 결과 차장, 역무원 간 인사교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본다.

이 부분에 대하여 피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일반열차 운영 환경의 변화, 즉 종전에는 여객전무와 일반차장이 함께 탑승하는 열차(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와 열차차장만이 승무하는 열차(통일호)가 병존하고 있었는데 통일호 열차가 없어지는 등의 변화에 맞추어 여객전무 이외에 일반열차차장을 별도로 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었고 이에 피고는 2006년경부터 시행된 통합승무사업을 거쳐 2010년경에는 여객전무와 차장의 직명을 통합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직명 통합은 변화된 열차 운영 환경에서의 열차 차장에 대한 수요에 비해 종전 열차 차장의 숫자가 과다하다는 피고의 경영상 판단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었고, 피고는 종전 열차 차장들에게 역무과장 시험에 합격하도록 독려하고 여객전무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고들을 비롯하여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사이에 역무과장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열차차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차장으로 열차에 승무할 기회를 줄 필요성이 적은데 비하여 인사교류의 필요성은 크다.

열차 운영 환경의 변화 추세에 맞추어 인사체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피고의 경영상 판단(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차 운영 시스템의 변화로 인하여 열차에 승무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그와 같은 사정이 종전의 승무 인력을 재배치할 근거의 하나로 작용할 수는 있어도, 그러한 사정만 가지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열차차장을, 동일한 사무직렬 내의 보직이긴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근무 형태가 전혀 다른 역무원으로 전보할 필요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하여도 몇 명의 차장을 역무원으로 발령하면 위와 같은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도 세우지 아니한 채, 그리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 혹은 그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사이에서 제대로 된 협의나 합의도 없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인사발령을 한 점을 고려할 때, 결국이 사건 인사발령에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그 외에 피고가 주장하는 근무기강의 해이 및 타성적인 업무관행의 탈피 필요성과 관련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내세우는 민원 발생 자료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장기간 같은 소속과 직명에서 근무한다고 하여 근무기강이 해이해지거나 업무관행이 타성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반면,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근무형태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으나 매월 수십만 원에 달하는 급여가 감소하게 되었고(피고는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열차에 승무하지 않아 열차 승무에 따른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에 불과하여 급여의 감소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근로제공의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그 기회가 봉쇄됨으로 인하여 기존에 지급받던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급여가 감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갑자기 역무원으로 근무하게 되어 업무내용과 근무환경이 변경되는 등 여러 가지 유형 · 무형의 생활상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판단되며, 이러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가벼운 것으로 단정할 것도 아니다.

(4)

나아가 피고가 원고들과 이 사건 각 인사명령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였는지에 관한 문제를 보건대, 앞서 본 피고의 인사구조에 따라 10여 년간 열차차장으로 근속해 온 근로자들에게 순환 전보를 명함으로써 인사적체의 심화라는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을 필두로 한 피고의 순환근무 정책의 취지라면, 피고로서는 위 인사 구조 하에서 장기간 근속해 온 근로자들과 성실하게 협의하였어야 하고, 순환근무 대상을 정함에 있어서는 형평성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이 사건 각 인사명령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을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었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을 제13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 개개인과는 물론이고 원고들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과의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을 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하여 피고는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을 발령하기 이전에 원고들 또는 노동조합 측과 사이에 성실하게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에게 희망 근무지를 조사하는 등의 전화연락을 한 것은 이미 역무원으로서의 전보를 결정하여 통보한 다음 근무지역에 관한 각자의 희망을 반영하여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피고의 위 주장 사실을 뒷받침할 별다른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특히 직명 통합 정책에 관한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인사명령에 관련한 직접적인 협의절차라고 볼 수 없고, 2006년부터 피고가 원고들에게 역무과장시험에 합격하여 여객전무로 근무할 것을 독려하였다는 점 및 그러한 사실을 원고들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이 사건 인사명령을 발함에 있어 피고가 원고들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도 없다).

(5 이상의 점들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컨대, 이 사건 각 인사명령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조동은 황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