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동의서 징구요원인 H와 G를 F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 소개해 주었을 뿐, 당시 위 H, G와 근로기준법 상의 고용관계에 있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C빌딩 6층에서 주식회사 D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6명을 고용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08. 9. 23.부터 같은 해 11. 25.까지 충남 천안시 동남구 E 소재 F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무실에서 동의서 징구원으로 근무한 근로자 G에 대한 임금 3,000,000원, 2008. 9. 23.부터 같은 해 10. 25.까지 동의서 징구원으로 근무한 근로자 H에 대한 임금 2,500,000원을 각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H와 G가 2006년경부터 2007년경까지 청주에서도 본건과 동일한 업무를 피고인 측에 고용되어 수행하였던 점, 본건 동의서 징구와 관련하여 위 H와 G는 주식회사 D로부터 업무지시와 출퇴근 관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H 및 G와 피고인 운영의 주식회사 D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참조).
1) 주식회사 D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J의 요청으로 H, G가 이 사건 동의서 징구업무를 수행하게 된 사실은 기록상 인정된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H, G가 주식회사 D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연 이들에 대한 사용자가 피고인 또는 주식회사 D인지 여부도 단정하기 어렵다.
H와 G는 F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서 동의서 징구업무를 시작하면서 피고인 또는 주식회사 D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없다(수사기록 제10쪽, 제68쪽).
피고인은 H와 G가 이 사건 F에서 징구요원으로 일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이 사건 재개발 추진위원회에서 피고인 측에 인력소개를 부탁하자 기존에 피고인과 청주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일한바 있어 안면이 있는 H와 G를 추천해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J 및 K의 진술도 피고인이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I의 부탁을 받고 이들을 소개시켜주었다고 하여 피고인의 주장과 대체로 부합한다.
H와 G는 동의서 징구업무를 수행하며 받기로 한 급여는 1일당 18만원, 교통비와 식대는 별도로 50만원으로 정하였다고 주장하고(수사기록 제10쪽, 제13쪽), 이에 비하여 J 측은 청주에서 출퇴근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여 월 250만원을 주기로 하였다고 주장하는 등 급여 액수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정하여진 바가 없다.
H와 G는 오전 9시 반이나 10시까지 출근한 뒤에 각자의 징구업무 일정에 따라 21시인 퇴근시간을 기준으로 자율적으로 퇴근한 것으로 보이고, F 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에 비치되어있던 출근부는 일당 산정을 위해 출근여부만을 자필 사인으로 확인하는 용도에 불과하고 여기에 출퇴근 시간까지 기록하지는 않았다(수사기록 제112~113쪽).
주식회사 D의 K 소장이 H와 G를 상대로 조회시간 등을 이용하여 동의서징구요령 등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내용은 단순한 동의서징구의 노하우 내지 실적향상을 위한 독려에 불과하였고, H와 G는 이 사건 이전에 청주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어 각자의 판단 하에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K의 지시는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교육과 최소한의 지시에 불과하여 이를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보기 어렵다.
비록 H와 G가 업무일지를 작성하였다고는 하나, H와 G는 이를 단지 이 사건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총무위원인 M의 책상에 올려놓기만 하였다는 것이어서, 이를 두고 피고인이나 주식회사 D에 업무상황을 보고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H와 G는 처음 현장에 투입될 때 최소근무기간을 정한 바도 없이 근무를 시작하였고, H는 2008. 9. 23.부터 같은 해 10. 25.까지, G는 2008. 9. 23.부터 같은 해 11. 25.까지 약 1~2달 간 근무하여 근로관계 제공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수사기록 제5~6쪽, 제29쪽), 피고인이 이들에 대한 인력풀을 관리하고 있다고도 보이지 않아 피고인에 대한 전속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H 및 G는 피고인 측이나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제공하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다(공판기록 제65~66쪽).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2.항 기재와 같고,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권희(재판장) 박세황 정현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