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14. 1. 2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13부해953/부노172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재심판정의 경위 등)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가 제4호증, 을가 제6호증의 1, 2, 을나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의 지위
⑴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은 1,134명 가량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여 C호텔과 D 호텔을 운영하는 등 관광호텔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⑵ 소외 E는 우경 주식회사와 참가인의 도급계약에 따라 우경 주식회사 소속 파트타임 근로자로 2009. 12.부터 2011. 9. 17.까지 B 연회서비스팀에서 근무하였고, 2011. 9. 19.부터 2013. 7. 31.까지 참가인에 단기 인턴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연회서비스팀에서 근무한 여성 근로자이다.
⑶ 원고는 1994. 7. 16.경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C호텔 식음부분 연회서비스팀에서 근무하던 중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E에 대한 성희롱사건으로 징계절차를 거쳐 2013. 7. 16. 해고된 근로자이다.
이 사건 해고의 경위
⑴ 참가인은 2013. 6. 산학실습생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여 성희롱 재발방지를 위한 자체점검을 실시하였는데, 원고가 속한 연회서비스팀의 경우 팀장 F이 연회서비스팀 전체 부서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실시하였다.
⑵ 그 과정에서 위 E는 2013. 6. 19. F 팀장과 개별 면담을 하면서 "원고가 자신에 대하여 장기간 반복적으로 언어적, 육체적으로 성희롱하였다"고 주장하였다.
⑶ 위 F 팀장은 E로 하여금 회사내 여성고충처리위원장(G)을 만나도록 주선하였고, 위 G는 2013. 6. 19. E를 만나 면담한 후 참가인 인사팀에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였다.
⑷ 한편, 위 F 팀장은 2013. 6. 26. E를 만나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그와 동시에 F 팀장은 E에게 위 진술조서의 내용을 자필로 작성하도록 요청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⑸ 참가인은 2013. 7. 3. 원고에 대하여 E의 진술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면담절차를 거쳐서 2013. 7. 15.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해임징계결의를 하고 2013. 7. 16.자로 원고를 해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⑹ E는 2013. 6. 23.부터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2013. 7. 31.까지 휴직을 신청하였고, 계약이 종료된 후 참가인 회사의 브랜드 'J'에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등
⑴ 원고는 2013. 7. 1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13. 9. 26.자로 '참가인이 이 사건 처분사유로 삼은 징계사유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라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참가인에게 구제명령을 하는 한편,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나머지 구제신청을 기각(이하 '초심판정'이라 한다)하였다.
⑵ 그러자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 1. 23. 2013부해953/부노172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이 과하지 아니하며, 참가인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초심 구제신청(부당해고 부분) 및 재심신청(부당노동행위 부분)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⑴ 징계절차상의 하자(위법성)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시 원고가 신청한 증인 6명을 채택하지 않았고, 참가인이 가지고 있던 증거들을 원고에게 제공하지 않아 원고에게 방어권을 보장하지 아니하였고, 징계사유에 대한 객관적 입증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징계절차에 위법사유가 존재한다.
⑵ 징계사유의 부존재(실체적 하자)
원고는 E에 대하여 성적 의도를 담은 발언이나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E는 참가인 회사에서 4년여를 근무하면서, 참가인 회사 동료, 상사 또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남자친구 H에게도 성희롱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은 점, 원고가 E에 대하여 한 말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진 점, 참가인 회사에서 성희롱으로 인한 징계가 이루어져 피해사례 수집 등 절차가 이루어질 때까지 원고에 대하여 아무런 피해사례가 접수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⑶ 징계 재량권 남용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징계사유로 보기 어렵거나 과장되었고, 가사 일부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원고가 약 19년여간 성실히 근무해온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처분은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하여 부당하다.
⑷ 부당노동행위의 점
이 사건 처분은 원고가 B노동조합의 회계감사로 활동하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서 당선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한 것으로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관계 규정
별지「관계 규정」기재와 같다.
이 법원의 판단
⑴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서면통지의무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취업규칙에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유,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시 및 장소에 관한 통지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이는 징계처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한 징계처분은 원칙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절차상의 흠이 있다 하더라도 징계대상자가 스스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출석통지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충분한 변명을 하였다면 그와 같은 절차상의 흠은 치유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11220 판결 등 참조).
을가 제5호증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에게 징계사유로 '여직원에 대한 사내 성희롱 건'만이 기재되어 있는 출석통지서로써 징계의결을 위한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미 2013. 7. 3. F 팀장으로부터 E에 대한 성희롱 여부에 대하여 면담조사를 받았고, 원고는 위 징계위원회 출석하기 전에 자신이 E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성희롱 사건에 연루되어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본인이 가해자로 지목되자 E에게 해명 및 사과를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한 점 및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사유의 미통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충분한 변명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상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해고사유 서면통지 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참조).
위 법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살피건대, 참가인이 2013. 7. 16. 징계통보서로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는데, 징계통보서에는 '징계사유 : 여사원에 대한 사내성희롱 건'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으며,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통보받은 후, 그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을 하였고, 참가인이 징계위원회 의결에 따라 이 사건 해고를 한 이상 참가인의 징계통보서 작성 및 송달이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증인신문절차 미수용의 점과 관련하여
참가인 단체협약 제24조 제2항 제2호 및 제3호에서 '징계위원회는 해당 조합원에게 서면 또는 구두로 자기변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증인을 신청할 시 이를 승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징계사유에 대한 객관적 입증책임은 회사 측에 있으며 이를 결하고는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징계혐의대상자가 신청한 증인에 대한 채택 여부는 징계위원회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고, 징계혐의자가 신청한 증인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신청한 증인을 채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참가인이 객관적 입증책임을 다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함으로써 절차상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처분이 징계절차의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⑵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 성희롱이라 함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하고(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 '성적인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며, 나아가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등 참조).
㈏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에 대하여 부인하고 있고 위 징계사유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E의 진술만이 있을 뿐이어서, E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따라 이 부분 징계사유가 입증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는바, E가 경황이 없거나 또는 수치스러운 마음에 성희롱 당시의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을가 제4, 12호증, 을나 제18호증의 1, 을나 제19호증의 각 기재,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E의 진술은 그 신빙성에 의문이 들지 않는다 할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를 증명할 별다른 자료가 없다.
문답형식으로 E로부터 원고의 성희롱 사실을 들어서 정리한 문건으로 제출된 증거인 을나 제12호증 피해여성 진술조서라는 문건을 보면 그 첫머리에서 "E는 같은 부서 소속의 원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에 대하여 2013. 6. 19. 해당 부서 팀장 면담에서 최초로 진술하였고, 인사팀장이 2013. 6. 26. E를 면담하고 진술조서를 작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진술 초입에서 E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그동안 반복적으로 장기적인 성희롱으로 인하여 참기 힘들었는데, 마침 팀장님이 팀원들과의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던 때라서 이번 기회에 말씀 드려야겠다고 판단하여 자발적으로 팀장님께 말씀 드린 것입니다.
위와 같은 E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는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당하여 오면서도 원고가 같은 부서의 상급자라서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항의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다가 위와 같이 진술조서를 작성하기 일주일 전에 처음으로 직장에 이를 알리고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위 E가 구체적인 피해사례로 지목한 다음의 부분을 보면, E의 진술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위 진술서의 두 번째 장상단부를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6월 14일(또는 6월 19일) 이른 오후 시간, C 2층 연회사무실 앞 복도, I 지배인과 제가 연회장에서 일을 하다가 함께 사무실 복도를 지나는데, 원고가 "오늘은 H이가 없어서 네 옆에서 일해도 되겠다"라고 하며, 같이 지나던 I 지배인에게 "오늘은 내가 E를 데리고 일하려고 했는데, 왜 I 지배인이 데리고 일해?"라고 했습니다. 원고는 항상 저와 둘이 있으려고만 해서 늘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이 법원이 주목하는 부분은 위 날짜에 관한 진술이 "6월 14일 또는 6월 19일"이라는 식으로 불확정적 또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것처럼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만약, E가 그 주장과 같이 오랜 기간 동안 번민과 주저를 거듭하다가 6월 19일에 피해사실을 회사에 알리는 것이라면 그러한 행동은 특징적인 일대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시점은 다른 사건들(원고의 성희롱 행위 등)의 선후 시점을 특정하기 위한 기준점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 진술은 "제가 팀장님께 원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린 바로 그날" 또는 "그와 같이 회사에 알리기 며칠 전인 6월 14일"이라고 표현(구술)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참가인은 "당시는 제보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고 당시 피해여성은 나이 어린 비정규 근로자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큰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진술하였으므로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조차 침작히 기억하지 못하고 착각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하나(참가인의 2015. 1. 13.자 준비서면 제53면 참조), E는 별다른 디딤돌 역할의 사건(기억) 없이도 '그날 회사의 어느 장소에서, 누구와 함께 있었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데, 원고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여 성희롱을 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특정을 하여 진술을 하면서도, 유독 날짜에 관하여서는 위와 같이 애매하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특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참가인도 지적하는 것처럼 나이 어린 비정규직 근로자가, 오랜 번민과 주저를 끝내고 외부(회사)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특수한 날(日)이라서 쉽게 잊을 수 있는 날(日)에 당한 일을 말하면서 그 날을 혼동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만약 이와 달리 그날이 아니라 그 며칠전에 당한 일이라면 그 신고한 날일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 E는 위와 같은 고발 내지 제보를 하고 나서 약 4~5개월이 지난 2013. 12. 11.자로 진술서(을나 제18호증의 1)를 작성하여 제출하면서 'K' 출장 당시의 성희롱 사건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2013. 5. 6.경이다. 이 시점은 위 진술서가 작성된 날로부터는 6개월 전이지만, 위 제보 내지 고발시점으로부터는 1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그날의 '사건'은, 남자 직원인 원고가 여성 직원 두 사람(E와 동인의 후배 여직원 L) 몫으로 배정된 호텔방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휴대전화 충전기를 연결해 두었다가 위 E가 잠자기 위해 옷을 다 갈아입은 야심한 시간에 방으로 찾아가 전화기를 되찾아 가면서 "방이 넓고 좋네. 같이 자자. 나도 여기서 재워주면 안돼?"라는 등의 말을 한 사건이라고 한다. 언동 자체만 놓고 보자면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한 오해를 받기 좋은 내용이고, 만약 그것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거나 성희롱성의 행동으로 여겼다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위 E는 2013. 6. 19. 최초로 제보를 하고 그로부터 1주일 뒤에 진술조서(을나 제12호증)를 작성할 때까지도 위 사건에 관하여는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가 상당한 시일이 지나서야 갑자기 위 사건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는바, 이러한 태도는 경험칙상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눈여겨 볼 사정은, E가 원고로부터 그 주장과 같이 수년간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그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 특히 남편 H에게도 그런 사실을 말하거나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는 H과 2010년 말부터 사귀기 시작하였다는 것이고(현재 이들은 혼인한 상태이다), H과 원고는 동갑내기의 호텔스쿨 동기로서 서로 비교적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증인 H의 증언과 을나 제13호증의 7 제2면 맨윗줄 등 참조). 그런데 위 E는 원고나 H에 비하여 22살 가량 어린 나이이다. 이렇게 나이 어린 여성이 원고로부터 그 주장과 같이 수년간에 걸쳐 수시로 성희롱을 당하여 불쾌한 심정이면서도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직장 상사이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에게 일정한 충고나 제지를 할 수도 있는 위 H과 상의하여 대책을 찾기는 고사하고, 그에 관한 푸념이나 하소연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경험에 비추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는 원고로부터 복도, 사무실 등에서 성희롱을 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사람이 많은 장소임에도 E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원고 쪽으로 E의 몸을 끌어당기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참가인은 2013. 6. 19. G가 E 작성의 자필진술서를 접수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원고의 성희롱 조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참가인은 위 진술서의 작성 경위에 관하여 2013. 6. 19. F 팀장, G 위원장, E가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였다고 하였다가 F 팀장이 E와 G가 만나도록 주선하였고, E가 진술할 때에는 F 팀장이 빠졌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고, E가 2013. 6. 19. 작성하여 제출한 자필진술서의 경우, 참가인은 G가 커피숍 메모지에 간단히 작성하였고 이를 제출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제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중요한 것은 사실은 원고가 위와 같은 언동을 하였는지 그 자체가 아니다. 기실 원고도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언동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원고는, 그와 같은 말과 행동이 선배로서 어린 후배에게 격의 없이 농담조의 말을 한 것이고, 친밀감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지 결단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며, 위 E 역시나 그 당시에는 원고의 위와 같은 선량한 의도를 잘 알면서 그에 맞추어 응대를 해 주었으니 이제 와서 그 상황을 가리켜 직장내 성희롱으로 비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증거의 존부와 증거가치에 따라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 물론, 참가인이 강력히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증거가치의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언동이 행하여졌을 당시에 E가 어떠한 심리상태였는지 또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이다. 그 판단의 기준이 객관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해서 이러한 판단의 기본구조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위와 같은 주관적인 요소들에 관한 사실 인정을 증거 없이 또는 적절한 수준의 입증책임 이행 없이 할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다시 증거가치에 대한 평가의 문제로 돌아오고, 이것은 이 사건에서 E의 진술을 토대로 원고에 대하여 성희롱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귀결된다.
여기에서 이 법원이 염려하고,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 사실 들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것은 '인간이 가진 사고 내지 기억의 오류 혹은 사후 수정' 가능성때문이다. 즉,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일정한 행동과 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reaction)은 당시의 상황과 그에 대한 관련자의 인식을 떼어 놓고는 정확하게 파악되기 어렵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일정한 특이적 언동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서 오랜 시간 유지되지만 그러한 언동이 나온 당시의 상황요소에 대한 기억은 그와 같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판단자(평가자)의 기본 인식이 변화가 생기면 과거의 동일한 사건에 대한 평가가 일거에 변경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오류의 가능성을 이 사건에 접목시켜서 보자면, E는 문제를 삼고 있는 원고의 자신에 대한 과거 행동들에 대하여 그 당시에는 불쾌하다거나 성희롱적인 모멸감 등을 느끼지 않았음에도 사후에 일정한 기제에 의하여 그와 같은 판단의 기본적인 바탕(원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내지 적대성)이 변화되자 소급적으로 그것들을 성희롱적인 행동으로 인식을 변경하고 이에 맞추어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E가 악의적으로 원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였다거나 거짓말로 원고를 모함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원고가 일부 의심의 싹을 가지고 있듯이, 원고의 노조활동을 탐탁치 않게 여긴 참가인이 E를 부추겨서 별일도 아닌 사건들을 성희롱사건으로 침소봉대하였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간의 기억과 판단 자체가 완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서 지적한 것들과 같이 통상인의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려운 사정들을 드러내는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근로관계를 완전히 종료시켜야 할 최고 단계의 징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성희롱 사실이 실존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점을 여기에서 명확히 하여 두고자 한다.
㈑ 따라서 위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거나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자료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⑶ 부당노동행위 부분에 관한 재심판정의 당부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게 있으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징계나 해고 등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지만 그에 관하여 심리한 결과 그 처분을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사용자의 그와 같은 불이익한 처분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두412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비위사실에 관하여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징계절차에 착수하게 된 점 및 참가인은 나름대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을 거론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달리 이 사건 처분이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당해고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정교형 장서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