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 요지(사실오인)
㈜D(이하 'D'이라 한다)에 근무하던 E는 2013. 8. 22. 자신의 과실로 일으킨 버스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D으로부터 지급받을 임금 액수보다 위 교통사고 수리비 액수가 커서 위 임금만으로는 수리비 전액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2013. 9. 6. D을 스스로 퇴직하면서 '2013. 8. 22.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하여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며 D으로부터 받을 월급 전체를 수리비 일부로 지출하여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 (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피고인은 D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각서가 E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믿어 E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하여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 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임금 전액지급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D 소속 근로자인 E는 2013. 8. 22. 관광버스를 운전하다 과실로 주차되어 있던 케이파이브(K5) 승용차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내었는데, 위 사고로 인하여 케이파이브 승용차 수리비용으로 2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점(공판기록 제36, 45쪽), ② 2013. 9. 6. E는 D회사 J 부장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D 사무실로 가게 되었고, F 전무와 위 교통사고 처리에 관하여 의논한 후, 곧바로 이 사건 각서와 사직서를 작성하고는 당일 D을 퇴직한 점(공판기록 제36, 37, 49쪽), ③ 위와 같이 이 사건 각서 등을 작성하고 갑자기 퇴사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E는 원심 법정에서 '당시 F이 사고에 대하여 책임지라고 하였고, 사고 수리비를 월급으로 처리한다고 하였으며, F이 강압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기에 권고사직을 권유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이 사건 각서와 사직서를 작성하고 퇴사하였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제38, 39쪽), ④ 또한 E는 원심 법정에서 'F 전무가 각서와 사직서를 가지고 와서 그대로 쓰라고 하기에 이 사건 각서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데(공판기록 제40쪽), 여기에 F이 원심 법정에서 '자신이 먼저 E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말하였고, E가 사직서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하기에, 종이에 초안을 잡아 건네주면서 이렇게 쓰면 된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한 사정(공판기록 제48, 49쪽)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각서는 E 스스로 작성하였다기보다 F이 작성한 초안에 따라 작성한 것인 점, ⑤ 이와 관련하여 F은 원심 법정에서 '당시 E를 회사에 계속 근무하게 하면서 월급 일부로 책임을 지게 할 생각이었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하였으나(공판기록 제47쪽), 만약 F이 위와 같은 생각으로 E와 사고 처리 문제에 관하여 논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경제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E가 굳이 장래 지급받을 월급 전부를 포기하고 갑자기 사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공판기록 제40, 41쪽), ⑥ E는 2013. 9. 10. D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낸 점(공판기록 제50쪽)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용자의 근로자 임금에 대한 상계에 동의한다는 취지가 담긴 이 사건 각서가 E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이 이 사건 각서를 근거로 근로자 E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피고인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순교(재판장) 안지연 박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