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6. 8. 31. 선고 2015가합101317 판결

주문

1.

원고 C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 A, B, D, E에게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축전지 및 건전지와 기타 전지 제조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대전에 본사를 두고 대전공장, 전주공장 등에서 배터리 등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2)

피고는 아래 [표1] 다.항 기재 사내협력업체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피고는 2009.까지는 F과, 2010.부터 2015.까지는 주식회사 충원과, 2016.부터는 주식회사 창성(전주공장) 및 주식회사 다산컴퍼니(대전공장)과 각 포장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하 위 사내협력업체들의 구별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 업체들을 통틀어 '사내협력업체'라 하고, 주식회사의 경우 '주식회사'를 제외한 상호만으로 표기한다}. 원고들은 [표1] 다.항 기재 사내협력업체에 소속되어 [표1] 나.항 기재일부터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완주산단2로 40에 있는 피고 전주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이다(다만 원고 C은 2015. 1. 1.부터는 피고 대전공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나.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도급계약

1)

피고는 전주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할 무렵인 2000.경부터 생산공정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터리 포장업무, 지게차 운전업무, 경비·청소업무 등의 업무를 사내협력업체를 통하여 시행하여 왔다.

2)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중 하나인 충원과 사이에 2010.부터 2014.까지 사이에 체결한 포장도급계약(을 제2호증의 1 내지 5)의 주된 내용은 별지1 기재와 같다. 위 각 포장도급계약서는 2012. 1. 1. 체결된 도급계약서가 종전과는 달리 제7조(적정인원의 투입)를 추가한 것 이외에는 대체로 유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한편 피고와 F 사이(2010. 이전), 피고와 충원 사이(2015년), 피고와 다산컴퍼니, 창성 사이(2016년)에 체결된 포장도급계약서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3)

한편 피고는 충원과 포장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포장도급비와 관련한 세부 약정을 체결하였다. 위 포장도급비 약정은 별지2 기재와 같다. 위 각 포장도급비 약정 또한 대체로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피고의 업무수행개관 및 원고들의 업무

1)

피고의 배터리 제조 공정은 '연분→혼합→도포→조립→화성→피니싱→포장→입고'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위 각 공정의 작업 내용은 아래 [표2] 기재와 같다.

2)

[표2]의 각 공정은 컨베이어벨트 및 로봇 등으로 이루어진 자동흐름 생산방식에 따라 이루어진다. 원고들은 피고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표2]의 공정 중 포장공정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라.

사내협력업체들의 인사관리 등

피고의 사내협력업체들은 피고와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갖고 있고, 각 업체 명의로 채용공고를 내어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며, 근로자들은 소속 사내협력업체에 휴가원, 조퇴계, 사직원 등을 제출하였다. 또한 사내협력업체들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고, 임금 등을 직접 지급하였으며, 그에 따른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와 납부, 연말정산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였고, 각 업체의 대표 명의로 국민연금,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하였다. 사내협력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다.

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경위 및 주요 내용

1)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형성된 직접적이고 단면적인 근로관계를 원칙적인 모습으로 예정하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특정 근로자의 취업에 개입하는 행위를 법률이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토록 하고 있다(제9조), 이는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근로자의 대가 중 일부가 취업 알선 등의 명목으로 제3자에게 유출되는 결과를 방지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되었다고 보인다.

2)

종래 직업안정법에서는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는 유형 중 하나인 (국내) '근로자 공급사업'과 관련하여 노동조합만을 사업주체로 인정하는 허가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제33조 제1항, 제3항, 시행령 제33조 제2항 제1호), 고용유연성 제고 등 기업 측의 탄력적인 인력운용 확대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노·사·정 사이의 협상 및 논의를 거친 끝에 1998. 2.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근로자보호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다.

3)

위와 같이 제정된 파견근로자보호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은 업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고용한 근로자를 타인을 위한 근로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력수급의 원활화를 도모하면서도, 파견대상업무를 제한 허용 가능한 일부 업무만을 법제화하는 이른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해서는 명문의 제외규정을 두었다)하는 것은 물론, 그 기간이나 사업허가 요건 등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파견에 대해서는 고용간주나 형사처벌 규정을 두는 등 근로자파견사업의 남용을 방지하는 조치를 두어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억제하고자 하였다.

4)

파견근로자보호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3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 을 제17 내지 22호증, 을 제26호증의 각 기재, 갑 제3호증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1)

원고 C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포장도급계약은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한다.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인 원고 C을 계속 사용하였으므로, 구 파견근로자보호법(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본문의 고용간주규정에 따라 원고 C과 피고 사이에 2년의 사용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인 2004. 1. 11.에 직접 고용관계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원고 C은 사용자인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구한다.

2)

원고 A 등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인 원고 A, B, D, E(이하 원고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을 '원고 A 등'이라 한다)를 사용하였으므로,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1항의 고용의무규정에 따라 위 원고들의 계속근로연수 2년이 경과한 때 위 원고들에 대한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하였다. 피고는 원고 A 등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피고는 배터리 생산공정 중 포장공정 부분 등을 특정하여 사내협력업체에 도급하였고,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로서 사내협력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근로자파견관계의 핵심 징표는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인데, 원고들을 지휘·명령한 것은 사업경영상·노무관리상 독립성을 지닌 사내협력업체들이고, 피고는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도급계약상 당연히 요청되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 즉, 작업매뉴얼 등의 마련을 통해 도급업무의 수행 및 완성기준을 제시한 것 이외에 사용자의 지위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지휘·명령을 한 사실은 없다.

3)

원고들이 수행하는 포장공정은 피고의 배터리 생산공정과 연관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포장업무의 중단 내지 지연이 배터리 생산공정에 특별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등 원고들의 업무와 피고의 배터리 생산공정은 명확히 구분된 독립된 작업이다. 또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원고들이 수행하는 포장업무에 투입되지 않았다.

4)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로자들을 자체 채용함은 물론 원고들의 휴가, 조퇴 및 외출 등에 대한 승인권 또한 사내협력업체에 있는 등 사내협력업체는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 또한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동일하게 하고 있는 것은 도급업무가 피고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도급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지,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시간결정권,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3.

판단

가.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1호증, 갑 제4 내지 16호증, 갑 제28 내지 32호증, 을 제 4 내지 7호증, 을 제14, 1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아래 각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포장도급계약서상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도급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피고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제품에 대한 작업{라인포장, 재검사, 재포장, 보충전(補充電), 단자용접 작업 등}을 수행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그 밖에 사내협력업체들은 제품 외관에 대한 전수검사, 정리, 정돈 작업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

피고의 배터리 생산공정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생산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로서 포장공정 직전 공정인 피니싱 공정과 원고들이 수행하는 포장공정 사이도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되어 있다.

다)

피고 공장에 게시된 포장공정 업무분장표(갑 제1호증)에 의하면, 포장공정은 근로자 6명이 한 조를 이루어 진행되고, 각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는 아래 [표3] 기재와 같다. 작업자 6명 중 5명(아래 [표3] 중 작업자 #1~5)은 원고들과 같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이고, 나머지 1명([표3] 중 작업자 #6)은 피고의 직원이다.

라)

[표3]의 작업자 #6에 해당하는 피고 직원은, 원고들이 근무하는 포장공정 라인 한켠에 있는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포장업무를 수행할 배터리의 종류, 작업 순서, 포장 종류, 부착할 브랜드 종류, 수량 등을 사무실 컴퓨터에 입력하였고, 이와 같이 입력된 내역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포장공정 라인에 있는 모니터를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전달된다. 한편 위 작업자 #6에 해당하는 피고 직원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포장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도 하였으며, 반면에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작업자 #6의 업무인 창고입고 업무를 작업자 #6 대신 수행하기도 하였다.

마)

피고 공장에는, 위 포장공정 업무분장표와 함께 아래 [도면 1]과 같은 포장공정 작업자 레이아웃(Layout)이 게시되어 있는데, 이에 의하면, [표3]에 기재된 작업자 #1~5까지의 근무 위치가 지정되어 있다.

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가 미리 작성하여 교부한 작업지침서, 포장매뉴얼(적재&Packing), 포장작업매뉴얼 등에 의하여 작업을 하였고, 위 각 서면에는 "작업요령", "작업상 유의사항", "품질 이상 처리", "완제품 적재 기준", "적재 FLOW", "포장재에 따른 적재 방법" 등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포장작업과 관련한 작업방법 및 유의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사)

사내협력업체에서 수행하는 포장공정과 관련된 제반 설비는 모두 피고의 소유였고 사내협력업체는 무상으로 위 설비를 사용하였다. 또한 포장공정 관련 설비에 대한 점검 및 설비에 고장이 발생한 경우 그 수선은 피고가 담당하였다.

아)

원고들을 포함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일, 작업시간 및 휴게시간은 피고의 작업시간과 동일하였고, 사내협력업체에서 작업시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생산관리자에게 사전동의를 받아야 했다. 한편 피고의 직원은 포장공정에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클레임이나 품질과 관련된 교육을 직접 실시하기도 하였고, '자재창고 내 금연', '포장작업 시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근무자 정위치' 등 근무태도에 관한 지시를 직접 내리기도 하였다.

자)

피고가 마련한 도급업체 관리요령(을 제5호증)에는, '작업배치/변경 결정권, 업무지시/감독권, 휴가/병가 등의 근태관리권 및 징계권'이 사내협력업체에 있고(제16조), 사내협력업체에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의 시행책임이 있다(제21조)고 규정되어 있는 한편, 사내협력업체의 사용 인원 때문에 피고의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여야 하고, 피고는 사내협력업체에서 사용하는 인원의 명단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제17조), 피고의 퇴사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사내협력업체는 특별히 반증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제18조)는 규정 또한 두고 있다.

차)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과의 회의에서 피고가 사내협력업체들에게 1일 전까지 인원 통보를 하고, 이에 따라 사내협력업체들이 피고가 요구한 인원을 공정에 투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하였고, 포장공정에 관하여 외국인을 투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카)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포장도급계약서 및 포장도급비 약정서에 따르면,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에게 도급단가 및 포장실적에 의한 도급비 이외에도 사내협력업체의 경영이윤,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연차수당 및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3)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은 각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서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와 각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포장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

가)

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

(1)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포장도급계약서에 의하면, 사내협력업체는 원칙적으로 '피고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작업(라인 포장, 재검사, 재포장, 보충전, 단자용접 작업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 계약서의 기재 자체에 따르더라도 사내협력업체는 위 포장업무 외의 업무를 수행할 여지를 두고 있다. 실제로 포장공정에 근무하는 피고 직원([표3] 작업자 #6)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포장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도 하였으며, 반면에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 직원의 업무인 창고 입고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2)

피고는 배터리 등의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므로, 배터리 등의 생산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포장, 재검사 등의 업무는 피고의 영업과 관련한 필수적이고도 상시적인 업무이다.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포장도급계약은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그 목적 또는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3)

위 포장도급계약서에는 사내협력업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수행할 포장업무량에 대하여 개략적으로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포장도급계약서 제2조는 '월 생산량목표량은 피고의 기준에 따라 달성할 의무를 갖는다'고 기재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피고의 기준에 따라 포장도급 물량이 정해지고, 포장도급계약에 따라 도급단가가 미리 정해지므로, 사내협력업체들은 그와 같은 기준에 의해 산정된 도급대금을 수령할 뿐, 도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노력과 판단에 따라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내협력업체들을 통상의 근로자공급업체와 달리 보기 어렵다.

(4)

사내협력업체들이 포장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고유기술이나 자본 등이 투입된 바는 없고, 그와 같은 사내협력업체의 선정 과정에서 전문성 등이 고려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사내협력업체들이 변경되는 경우 기존 근로자들 상당수가 고용승계되었다(원고들은 모두 고용승계되었다). 또한 피고가 사내협력업체에 지급할 도급 단가에 사내협력업체 대표자의 보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연차수당 및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사내협력업체와 포장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사내협력업체 자체의 기술 또는 전문성보다는 그 소속 근로자들의 노무 제공 자체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업무수행의 과정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배터리 생산공정과 그 이후의 포장공정은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생산의 의 경우 작업시간과 속도는 물론, 작업의 양과 방식까지도 전체로서 설계된 컨베이어벨트의 이동속도 등에 좌우되고, 피고는 이와 같이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와 작동 조건 등을 통제하는 것으로 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을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되며, 해당 업무에 투입된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 작업지시나 명령의 필요성이 감소된다.

(2)

한편 중단 없이 작동하는 컨베이어벨트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공정에서의 작업 중단은 곧바로 전체 배터리 생산업무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개별 업무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이 증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직원들의 작업일, 작업시간 및 휴게시간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그것이 동일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3)

피고는 작업지침서, 포장매뉴얼(적재&Packing), 포장작업매뉴얼 등을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방식을 지시하였고, 사내협력업체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독자적인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는 [표3]의 작업자 #6을 통하여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포장업무를 수행할 배터리의 종류, 작업 순서, 포장 종류, 부착할 브랜드 종류, 수량 등을 지정하였다.

(4)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포장도급계약에 따르면, 사내협력업체는 피고가 의뢰한 1일 도급물량을 차질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을 투입하여야 하고, 만일 인원 부족으로 피고가 의뢰한 물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궁할 수 있는 규정(제7조)을 두고 있다. 또한 포장도급비 약정서에 따르면, 비록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피고의 인원계획에 따라 포장도급과 관련한 인원수가 결정된다(제3조 제4항). 또한 피고는 앞서 본 [표3] 및 [도면1]과 같이 포장공정과 관련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수행 업무 및 근무 위치까지 지정해 놓고 있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 품질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근무태도에 관한 지시를 직접 하기도 하였으며, 사내협력업체들과의 회의를 통해 사내협력업체들에게 피고가 통보한 인원을 공정에 투입시킬 것을 요구하는 한편, 사내협력업체들에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5)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는 실질적으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 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위 근로자들이 수행할 작업량, 작업방법 및 작업 순서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도급인의 검수권 또는 지시권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6)

또한 피고는 사내협력업체가 피고와 독립적인 사업주체로서 활동하면서 법인세 등 제반 세금을 납부하고 그 명의로 국민건강보험 등 4대 보험가입 및 회계, 결산 등을 하고, 취업규칙을 따로 제정하여 두고 그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며,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상여금도 직접 지급하고,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와 납부, 연말정산업무를 담당하였다는 점을 들어 피고가 아닌 이 사건 협력업체들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나, 근로자의 채용, 임금지급, 4대 보험료 납부 등은 근로자파견관계와는 무관하게 해당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로서 당연히 실시·부담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이를 곧 피고의 파견사업주로서의 실체를 부정하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

다)

계약당사자의 적격성

(1)

사내협력업체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용하는 생산 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은 지게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피고의 소유인 반면, 사내협력업체들은 고유기술이나 자본 등을 업무에 투입하지 않았다. 또한 사내협력업체들이 피고 이외에 다른 업체를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또한 원고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동일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고, 피고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사내협력업체에서 포장공정의 수행과 관련한 투자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또한 사내협력업체는 피고가 지정한 인원수만큼의 근무자를 업무에 투입하여 포장 작업을 수행하면 포장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정한 이윤을 보장받으므로, 사내협력업체들이 포장도급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사업경영상의 위험을 부담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나.

근로자지위 및 피고의 고용의무 발생 여부

1)

원고 C

원고 C이 2002. 1. 10. 사내협력업체인 F에 입사하여 피고 전주공장에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 C은 구 파견근로자보호법(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3항 본문의 규정에 따라 파견근로를 개시한 날로부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인 2004. 1. 11. 직접 고용이 간주됨으로써 피고의 근로자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 C으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2)

원고 A 등

원고 A 등이 F, 충원, 창성 등에 입사하여 [표1] 나.항 기재 각 해당일로부터 피고 전주공장에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는 구 파견근로자보호법(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의2 제1항 제3호(원고 A, B, D), 또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제1항 제3호(원고 E)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 등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행남(재판장) 계훈영 차호성

별지1

각주1) <1> <2>

별지2

별지3

각주2) 이 계약서에서 "갑"은 피고를, "을"은 충원을 각 지칭한다

각주3) 2012. 1. 1. 체결된 계약부터 신설된 조항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