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과 E 사이에 작성된 2014. 5. 30.자 지급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는 퇴직금에 한하여 효력이 있을 뿐이므로, 급여 및 병원비 항목에 관하여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송금 받은 3,636,334원은 미지급 임금 중 일부를 지급받은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돈이 아니다.
피고인이 착오 송금된 금원을 인출하여 피고인 명의의 정기예금으로 입금하고, 이후 정기예금을 해약한 다음 정기예금에 입금하였던 금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착오 송금된 금원을 인출하여 소비하지 않았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014년 4월 직원 근태현황, 4월 직원 근태 확인서, 이체 처리결과 리스트 등은 효력을 상실한 문서이고, 이를 증거로 채택한 원심 결정은 위법하다.
판단
원심 판단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2014. 5. 8.경 E에 사직원을 제출하여(위 사직원에 기재된 사직일자는 최초 2014. 5. 8.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이후 피고인과 E과 사이에 협의를 거쳐 사직일을 2014. 4. 30.로 수정하였다) E에서 2014. 4. 30.자로 퇴직한 점, ② 피고인과 E 상무 G은 피고인 퇴직 후 피고인의 퇴직금, 잔여 급여, 근무 중 상해를 입은 부분에 대한 병원비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2014. 5. 30. '본인 A는 퇴직금 및 급여, 병원비 등 총 5,300,000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이후 어떠한 금액도 E에 청구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한 후 피고인 스스로 이 사건 확인서에 무인하였으며(피고인은 이 사건 확인서의 무인 경위에 관하여 E 측에서 강요하여 무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만한 자료는 없다), E은 같은 날 피고인에게 5,300,000원을 지급한 점, ③ 그런데 E은 피고인 계좌에 2014. 7. 30. 1,816,312원을, 2014. 9. 6. 1,820,022원을 각 이체하였고, 피고인은 2014. 9. 16. 위 각 금액이 이체된 통장을 정리한 후 이를 포함한 12,339,000원을 출금하기까지 한 점, ④ E의 상무인 G은 피고인의 계좌에 2회에 걸쳐 이체한 합계 3,636,334원이 타인의 급여를 피고인의 계좌로 착오 이체한 사실을 파악하고, 2014. 10. 10.경부터 피고인에게 위 이체 금액의 반환을 요구하였는데, 피고인은 갑자기 지급받지 못한 급여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환을 거부한 점, ⑤ 그러나 피고인은 2014. 5. 30. E으로부터 5,300,000원을 지급받은 이후 G이 착오 송금된 금원의 반환을 요구할 때까지 E에 미지급 임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관할 고용노동청에 문의한 사실도 없는 점, ⑥ 오히려 E은 피고인이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2012. 4.분, 2014. 3.분, 2014. 4. 분 급여 및 퇴직금은 모두 적법하게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고용노동청 내사보고에 의하면, E이 피고인에게 미사용연차유급휴가수당 합계 1,531,100원을 지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위 수당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가 이루어진 이후에서야 인식한 것으로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횡령 고의의 존재를 인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이 부분은 양형상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할 수 있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E과 사이에 2014. 5. 30. 급여, 퇴직금 및 병원비의 정산을 거쳐 5,300,000원을 지급받음에 따라 더는 추가로 지급받을 급여, 퇴직금 및 병원비가 없다고 인식하였음에도 E에서 합계 3,636,334원을 피고인의 계좌로 착오 송금한 것을 알고 이를 임의 소비하여 횡령할 의사로 이를 인출하여 위 금원을 횡령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당심 판단
원심이 거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착오 송금된 금원에 대한 피해자의 반환 요구를 거부하고, 이를 인출하여 횡령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하여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착오로 피고인 명의 은행 계좌에 입금한 돈은 신의칙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돈에 해당한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서면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피고인과 E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확인서는 '피고인은 퇴직금 및 급여, 병원비 등 총 5,300,000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이후 어떠한 금액도 E에 청구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므로(증거기록 제8쪽), 그 기재 내용에 비추어, 이 사건 확인서가 퇴직금에 한해서만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피고인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확인서에 퇴직금, 임금, 병원비 등에 대한 구체적 산정 내역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확인서의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확인서상 문구 및 송금 이후 E이 보인 태도 등을 고려하면, E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합계 3,636,334원을 송금한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고, E이 피고인에게 미지급 임금 중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이 E으로부터 그 명의 계좌로 금원을 송금 받을 당시 미지급 받은 임금 채권 등이 없었으므로, E이 피고인에게 착오로 송금된 금원을 반환을 구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지급받지 못한 급여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환을 거부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규정된 증거동의 의사표시는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취소 또는 철회 이전에 이미 취득한 증거능력은 상실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906 판결 참고).
우선 이체 처리결과 조회(리스트, 증거기록 제9쪽)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2015. 3. 13.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과 변호인이 함께 출석하였는데, 그 공판조서에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이체 처리결과 조회(리스트)에 대하여 증거로 함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진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에 따라 원심이 제3회 공판기일에 이체 처리결과 조회(리스트)에 대한 증거조사를 완료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이후 피고인이 당심에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서 이체 처리결과 조회(리스트)를 증거로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등으로 증거동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였다 하여, 이체 처리결과 조회(리스트)의 증거능력이 상실되지 않는다[더욱이 피고인도 E으로부터 합계 3,636,334원을 송금 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데, 이체 처리결과 조회(리스트)는 E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금융거래내역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2014년 4월 근태현황(증거기록 제71쪽), 4월 직원 근태확인(증거기록 제72쪽)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 주장과 같이, 원심이 작성자의 서명·날인이 없는 2014년 4월 직원 근태현황, 4월 직원 근태 확인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이 부적법하고, 피고인이 2014. 5. 30. 기준으로 E으로부터 미지급 받은 퇴직금 및 급여, 병원비 등이 530만 원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그 초과 금액 부분을 포기하였다고 인정된다(퇴직금 및 급여를 사전에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피고인은 퇴직금과 급여를 E에서 퇴직한 이후 사후적으로 포기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은 사후 포기는 사적 자치의 원칙상 허용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피고인이 E으로부터 착오로 송금 받은 3,636,334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반환을 거부하고 임의로 처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횡령죄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었을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횡령 범행을 한 자가 위탁자에 대하여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횡령 범행 전에 상계 정산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미 성립한 횡령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5895 판결 취지 참고).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고용노동청 내사보고에 의하면, E이 피고인에게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수당 합계 1,531,100원을 지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위 수당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가 이루어진 이후에서야 인식한 것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E에 대하여 위 미사용연차유급휴가수당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 의사 표시를 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
결론
피고인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순교(재판장) 오선아 전경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