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의 지위와 범죄경력 등
피해자 주식회사 C(이하 'C'이라고 함)은 1961. 9.경 여객자동차운수 및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 바, 피고인 B은 위 C의 대표이사이며, 피고인 A은 위 C의 전무이사로서 위 B의 지시를 받아 영업, 인사, 기획 내지 재무업무 등을 총괄관리 하였고, 2017. 1. 11. 대전지방법원에서 업무상횡령으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2017. 1. 19. 위 판결이 확정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한편, 피해자 C에서는 운전기사들이 다수의 이용객들로부터 물건 배송을 의뢰받아 운송을 해주고, 그 대가로 지급받아 온 탁송료를 운전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해오던 중, 2010년 경에 이르러 탁송료를 전액 피해자 C으로 입금하여 C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대신 이를 직원들의 해외연수와 그 자녀들의 장학금 등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기로 협의하였다.
피고인들의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2010. 1.경 C 사무실에서 위와 같은 협의내용에 따라 C에 귀속시키기로 한 탁송료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매달 약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조성한 후 C 노조위원장인 D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불상의 용도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 A은 피고인 B의 지시를 받아 2010. 3.경 경리차장으로 하여금 대전영업소로부터 C에 현금으로 들어온 탁송료 8,345,000원을 회계처리 함에 있어서, 50%인 4,172,500원만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나머지 50%는 회계처리 없이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게 하였다가 불상의 용도로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 일람표 기재와 같이 2010. 3. 1.부터 2014. 12. 31.까지의 현금으로 지급된 탁송료 합계 217,154,000원을 회계처리 하지 아니한 채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으로 조성한 후 노조위원장인 D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불상의 용도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라는 용도와 목적이 정해져 있던 탁송료 217,154,000원을 그 목적에 반하여 업무상 횡령하였다.
판단
본안전 판단
피고인 B은 'D 조합장에게 탁송료 절반인 217,154,000원을 지급한 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2017. 6. 29. 약식명령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되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확정된 위 판결과 동일한 행위이므로, 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확정된 약식명령은 '피고인 B이 D에게 217,154,000원을 지급한 행위'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와 같이 지급하기 전에 '피고인 B이 A과 함께 회사돈을 횡령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므로, 두 행위 사이에는 단일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안에 대한 판단
법리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업무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고(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439 판결 참조), 업무상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불법영득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가 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3282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7371 판결 참조).
피고인들이 보관, 관리하고 있던 회사의 비자금이 인출, 사용되었음에도 피고인들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사용된 자금이 그 비자금과는 다른 자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비자금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들이 비자금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은 경우 등에는 피고인들이 그 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비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피고인들이 그 보관, 관리하고 있던 비자금을 일단 타 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보관, 관리하고 있던 비자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등 참조).
판단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136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금원은 검사의 주장과 같이 그 용도나 목적이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에 전액 사용하여야 하는 자금으로 보이지 않는다.
검사는 문제가 된 탁송료 일부(대전에서 나가는 화물에 대한 탁송료 중 1/2, 이하 '이 사건 탁송료') 전액이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특정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사실에 부합하는 것은 피고인들과 적대관계에 있는 일부 직원들의 진술 뿐이고, 이러한 사실이 객관적 자료에 의하여 입증되지 않았다.
이 사건 탁송료는 관행적으로 기사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회사에서 묵인하였던 것에 불과하고, 그 돈은 회사의 버스 등을 운행하면서 발생한 이익이므로 회사의 수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회사의 임원진들인 피고인들이 이러한 돈을 회사의 노동조합관리라는 목적으로 지출한 것은 경영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회사가 전액 후생복지비로 지출할 목적이었다면, 회사가 이를 전액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물론, 회사로서는 운전기사들간의 돈의 분배, 노선 배정에 대한 다툼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이러한 이유만으로 이 사건 탁송료의 회사 환입조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탁송료 중 일부를 노동조합장인 D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은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서 피고인들의 개인적 용도에 사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돈은 회사의 운영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고, 그 자금 사용에 관하여 회사 내부규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참조)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문홍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