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9. 10. 25. 선고 2018나11513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C생)는 2014. 3.경 피고에 입사하면서 피고가 제공하는 회사 기숙사 D호실(2인실)에서 소외 E(F생)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나.

E는 원고에게 자신이 조직폭력배 생활을 했고, 조직폭력배 친구들이 많다는 취지로 말하여 겁을 준 후 2014. 3. 16.경부터 2016. 6.경까지 주로 회사 기숙사 D호실, 그 밖에 회사 1층 휴게실과 공장, 2층 사무실 등지에서 원고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합계 4,143만 원을 갈취하고, 차용증 작성 등을 강요하며, 원고를 상습 폭행하고 협박하였다.

다.

원고는 2016. 6. 19. E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자살을 시도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1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주장

원고는,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 근로기준법에 따른 부속 기숙사를 설치, 관리하면서 근로자들의 건강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에 따라 근로자, 특히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근로자인 원고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아 원고가 위와 같이 E로부터 피해를 입게 되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합계 2,443만 원(재산상 손해 1,443만 원 + 위자료 1,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원고의 피해는 원고의 업무와 관련성이 없고, 2016. 6. 19. 원고의 자살 시도 때까지 원고의 피해를 전혀 몰랐으며 이를 예견할 수도 없었고, 그 밖에 피고가 회사 기숙사를 관리, 운영하는데 어떠한 과실도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 있다.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가 성년이 되기 직전 피고에 입사하였고, E의 불법행위는 주로 회사의 기숙사, 공장 및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E의 불법행위는, 주로 ① 원고가 운반해 온 피고 소유의 컴퓨터 모니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② 원고가 자다가 발로 E의 이빨을 차서 이빨이 흔들린다거나, ③ 원고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끊어져서 E가 도박을 통해 획득한 돈을 잃게 되었다거나, ④ E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차용증을 작성하며 군 입대를 연기하여야 한다거나, ⑤ 원고가 기숙사의 창문을 열어놓아서 모기가 들어왔다거나, ⑥ 원고가 마르지도 않은 E의 빨래를 개서 냄새가 난다는 등의 사유를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피해는 원고와 E의 기숙사 생활을 포함하여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이고, 일응 원고가 맡은 업무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거나 갑 제3호증의 3(일부),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교대 근무하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하여 무료로 3층 공장 건물의 일부를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었고, 기숙사의 입사는 강제사항이 아니었던 사실, 피고의 기숙사는 방 10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열린 공간의 휴게실이 있으며, 장시간 운영되는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던 사실, 당시 기숙사에는 17명 정도의 입사자가 있었는데, 원고와 E만 집이 대전이며 20대 이하였고,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35세 이상이었던 사실, 피고는 기숙사 입주 직원 중 최고 연장자를 고충처리위원으로 임명하였고, 기숙사 생활과 관련한 안전 수칙을 게시하였으며, 회사 1층 화장실 입구 앞에 직원들이 애로사항을 알릴 수 있는 '마음의 소리함'이라는 박스를 비치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피고 회사 기숙사의 구조 및 이용 현황 등에 의하면 그 자체로 피고가 회사 기숙사를 관리, 운영하는데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회사 내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피해사항을 알리지 않았고(원고는 E에 대한 형사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E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일이 끝나도 기숙사에 잘 들어가지 않는 원고를 보고 회사 사람들이 자주 물었는데, 원고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TV만 본다고 대답했다고 진술하였다), 다른 직원들도 이를 알아채지 못한 사실도 인정된다. 여기에 이 사건 외 기숙사를 포함하여 피고 회사에서 직원들간의 폭력사건 등 불법행위는 달리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 원고와 E의 연령 등을 더하면, 피고는 원고의 피해를 예측하지도 못하였고, 이를 예측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즉 원고가 피고 입사 당시 미성년자였다거나, 원고의 피해가 피고 회사 내 또는 기숙사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 가지고는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원고가 피고에 입사한 후 장기간 입게 된 피해 및 그 정도가 중한 점은 안타까우나, 그렇다고 피고에게 법적 의무 있는 과실까지 인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3)

결국 피고에게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되, 원고가 이 사건 소에 이르게 된 경위(제1심 판결 선고 전후의 산업재해보험급여 신청 및 결과 등 포함) 등을 고려하여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한다.

판사 신영희(재판장) 맹현무 신혜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