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주식회사 C에서 2020. 6. 19. 상호가 변경되었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로 최저임금법 적용사업장이고, 원고는 2004. 3. 1.부터 피고에 입사하여 택시기사로 근무하다가 2019. 3. 28. 퇴직한 사람이다.
원고는 피고 소속 기사로 근무하는 동안 매일 총 운송수입금에서 1일 운송수입금기준액(이른바 ’사납금‘, 이하 ’기준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피고로부터 기본급과 각종수당 등을 받되, 기존운송수입금을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원고가 갖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D지역본부(이하 ‘D노조’라 한다)와 피고가 가입된 E조합(이하 ‘E조합’이라 한다)은 2009년 이래 2013년, 2015년, 2016년, 2018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왔는데, 위 각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 및 기준운송수입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변경되었다.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제6조 제5항에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는 조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이 2009. 6. 26. 대통령령 제21572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5조의2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이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따라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임금’을 말하고, ‘소정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및 ‘근로자의 생활 보조와 복리후생을 위하여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게 되었다. 위 개정된 최저임금법과 시행령 규정은 부칙(제8818호, 2007. 12. 27.) 제1호에 따라 피고가 소재한 대전광역시의 경우 2009. 7. 1.부터 시행되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ㆍ고시한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은 다음 표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D노조와 E조합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18년 임금협정을 통하여 원고를 비롯한 정액사납금제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하여 1일 6시간 40분(월 200시간)에서 1일 3시간 40분(월 110시간)으로 단축하여 왔고, 이와 같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9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 미지급액, 증액된 통상임금에 따라 재산정한 주휴수당, 야간근로수당과 기 지급액과의 차액, 증액된 평균임금에 따라 재산정한 퇴직금액과 기 지급액과의 차액인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는 2019. 3. 28. 택시를 운행하다가 피해자를 사지마비에 이르게 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후 차량운행을 중단하였다가 위 사고일자를 기준으로 사직의사를 표시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9. 5. 9.자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임금, 법정제수당, 퇴직금 등 일체의 금품을 모두 정산받았고, 향후 피고에 대하여 민ㆍ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이러한 부제소합의에 위반한 것으로 부적법하다.
관련 법리
장래 발생할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지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므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관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 임금지급청구권의 포기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
판단
앞서 본 증거, 갑 제15호증,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2019. 3. 28. 05:45경 G 택시를 운행하던 중 제한속도 시속 50km를 초과한 시속 78.9km의 속도로 운행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하여 피해자에게 약 2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제4-5흉추 골절 및 탈구 등의 상해를 입히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원고는 위 교통사고 이후 택시를 운행하지 않다가 일자불상경 피고에 대하여 2019. 3. 28.자로 ‘개인사정으로 2019. 3. 28.부로 퇴사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한편, 2019. 5. 9.자로 ‘본인은 2019. 3. 28.부로 회사를 사직함에 있어서, 회사로부터 재직기간 중 임금, 법정제수당, 퇴직금 및 기타 일체의 금품을 모두 정산받아 더 이상 청구할 금액이 없음을 확인하고, 향후 회사에 이에 대하여 민ㆍ형사상 청구를 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하고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로 본 확인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금품지급확인서(부제소확인서, 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원고는 2012. 5. 31. 기준으로 이전의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중간정산받았고, 피고는 원고의 사직과 관련하여 2012. 6. 1.부터 2019. 3. 28.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산정한 후 2019. 5. 9. 원고에게 퇴직금으로 7,184,530원을 지급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 사직서나 금품지급확인서의 실제 작성일자를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는 나타나 있지 않으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피해자에게 중상을 초래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한 달 가량(원고는 위 각 문서의 작성일이 2019. 4. 30.이라고 주장한다)이 지난 시점에 피고에 대하여 사직서 및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바, 원고는 교통사고 이후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가진 다음 피고에 대하여 사직 등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19. 3. 28.을 기준으로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바, 이 사건 확인서는 향후 발생할 임금 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확인서의 문언에 표시된 대로 원고는 2019. 3. 28.까지의 재직기간에 대하여 임금, 법정제수당, 퇴직금 및 기타 일체의 금품을 모두 정산받아 더 이상 청구할 금액이 없음을 확인하고, 향후 회사에 이에 대하여 민ㆍ형사상 청구를 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하였는바, 이는 부제소합의를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해석 방법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유효한 부제소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반하여 임금, 주휴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피고의 협박 내지 강요에 의하여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이 사건 확인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2019. 10. 11. 최저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후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원고가 2019. 3. 28. 발생시킨 교통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대전지방법원 2020가단2523)를 제기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원고를 협박하거나 강요하여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원고는 피고가 위 교통사고를 이유로 원고를 부당해고하려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F 또한 이 법정에서 피고가 위 교통사고 이후 원고에게 사직서를 낼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피고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갑 제14호증)이나, 피고의 취업규칙(을 제3호증)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11개항 사고로 인사사고 8주 이상의 사고를 일으킨 때’를 근로자의 면직(해고)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2019. 3. 28. 제한속도보다 시속 28.9km를 초과하여 사고를 발생시켰으므로 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3호에 해당한다. 또한 피해자가 위 교통사고로 20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원고에게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정한 면직(해고) 사유가 발생되었다고 보인다. 이에 비추어 피고가 위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원고를 면직하는 대신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더라도 그것을 부당해고로 평가한다거나, 피고가 원고를 협박하였다는 근거로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확인서가 피고의 협박 내지 강요로 인하여 작성되어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호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