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직업교육훈련에 관한 정책의 연구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정부출연기관)이고, 원고는 피고의 B 연구본부 소속 선임연구위원이자 2019. 6. 16.까지 위 연구본부의 본부장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9. 4. 25. 전북 부안군 C에서 ‘직능원 2019년 상반기 워크숍’(이하 ‘이 사건 워크숍’이라 한다)을 진행하였는데, 위 워크숍 과정에서 원고는 D[경영지원본부 인사팀 소속 책임 업무원(지원직)]에게 다음과 같은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을 하였다.
D은 2019. 4. 29. 피고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창구(이하 ‘고충상담창구’라 한다)에 이 사건 발언에 관한 고충상담을 신청하여 상담을 받았고, 2019. 4. 30., 2019. 5. 2. 및 2019. 5. 3. 재차 상담을 받았다.
D은 2019. 5. 3. 고충상담창구에 이 사건 발언을 성희롱으로 신고하였으며, 피고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2019. 8. 5. 원고에게 경징계(견책)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내렸다.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의 인사규정과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이하 ‘예방지침’이라 한다), 포상지침의 주요 내용은 별지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호증, 을 제1, 2, 5~16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본안전 항변의 요지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처분은 2019. 8. 5. 발령되었는데, 위 처분이 발령된 때로부터 이미 1년 이상 지났으므로, 인사규정 및 포상지침에서 정한 이 사건 처분에 따른 제재적 효력(승진 제한, 근무 평정에서의 불이익, 표창 및 포상 대상에서의 제외)은 모두 실효되었다.
원고는 피고의 직급상 최고위직으로 승진 대상자가 아니며,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따라 근무 평정 및 대·내외 표창·포상과 관련한 불이익을 받은 사실도 없다.
이 사건 처분이 이미 실효된 상태에서 원고에게 별도로 시말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원고에게 ‘반성문’의 의미를 가진 시말서의 제출은 강요할 수 없으며, 피고가 원고에게 시말서 제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도 않았다. 시말서 제출의무와 관련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볼 수도 없다.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처분이 발령된 2019. 8. 5.로부터 현재까지 1년 이상 경과함에 따라 인사규정 및 포상지침에서 정한 이 사건 견책처분에 따른 제재적 효력(인사규정 제22조 제1항 제2호, 제49조 제2항 제3호, 포상지침 제13조 제2호 가목)이 모두 실효되었음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견책 처분을 받은 피고의 직원은 시말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는데(인사규정 제49조 제1항 제1호), 원고가 아직 피고에게 견책처분에 따른 시말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 사건 처분이 무효로 확인되면 원고는 시말서 제출 의무를 면하게 되므로, 원고는 여전히 이 사건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피고는 위 가. 3)항과 같은 이유를 들어 시말서 제출 의무를 다투기 위한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가 현재까지 시말서를 징구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시말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며, 피고가 공식적으로 원고의 시말서 제출 의무를 면제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취업규칙 등에 징계처분을 당한 근로자로 하여금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 징계처분에 따른 시말서의 불제출은 그 자체가 사용자의 업무상 정당한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991 판결 참조), 이 사건 견책처분이 기간 만료로 실효되었더라도 원고는 시말서 제출 의무를 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있다(피고가 원용한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은 「사용자가 제출을 명한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이며, 위 대법원 2009두6605 판결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처분에 따른 원고의 시말서 제출의무에 강제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발언 내용의 확정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2019. 4. 25. 저녁 콘도 내 G에서 D에게 ‘10년 안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기’는 취지의 발언(이하 ‘떡두꺼비 발언’이라 한다)을 한 사실은 인정하나, 같은 날 16:30경 워크숍 조별 활동미션을 마친 후 콘도로 돌아오는 길에 한 발언(‘가임기 기간이니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 이하 ‘가임기 발언’이라 한다)은 D이 아닌 E에 대한 것이므로, 가임기 발언은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에 해당될 수 없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7, 18, 20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떡두꺼비 발언뿐만 아니라 가임기 발언도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가임기 발언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D은 가임기 발언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D이 원고를 음해하기 위하여 당시 상황을 왜곡·과장하여 진술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으며, 원고도 2019. 5. 29. 진행된 조사에서는 가임기 발언이 D에 대한 것임을 인정하였다(을 제20호증 참조).
E은 위 발언 당시 26세의 젊은 여성으로 임신 가능성이 문제될 연령이 아니라는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E이 아닌 D에게 가임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원고가 가임기 발언을 한 직접적인 상대방이 E이라 하더라도, 위 발언 현장에 D이 있었으며, 원고는 D이 미혼임을 알면서도 위 발언을 하였음을 고려하면, 원고는 D이 듣는 것을 전제로 위 발언을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의 존부는 인사위원회(징계조사소위원회) 단계에서 확정되었으며, 징계소위원회에서는 존재함을 전제로 징계양정만 결정하였다.
원고는 징계사유의 존부를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견책처분과 관련한 원고의 소명 기회는 2019. 7. 1. 개최된 제14차 인사위원회 이전에 부여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원고는 위 2019. 7. 1.자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사유의 존부가 확정된 후인 2019. 7. 22.에 이르러서야 징계요구사유 설명서를 교부받고 소명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원고에게 실질적인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
구체적 판단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2019. 7. 29. 개최된 징계소위원회가 아닌 2019. 7. 1. 개최된 제14차 인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발언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종국적인 결정을 내렸음’을 전제로 하나,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사규정 또는 예방지침에서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종국적인 결정을 징계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징계조사위원회)에서 내리도록 한 규정이 발견되지 않으며, 2019. 7. 29. 열린 징계소위원회에서도 참석위원들은 이 사건 발언이 징계사유인 ‘성희롱’에 해당함을 인정하면서 원고에 대한 ‘견책’ 처분을 의결하였다[위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참석위원이 있었다면, 위 징계소위원회 심의의결서(을 제16호증의 4)의 ‘의결사항’ 란에 ‘견책’이 아닌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함’ 등으로 기재하였을 것이다].
2019. 7. 1. 개최된 제14차 인사위원회에서는 ‘징계사유의 존부’가 아닌 ‘징계소위원회의 개최 여부’를 의결하였으며(을 제14호증의 3 참조), 징계사유의 존부는 2019. 7. 29. 개최된 징계소위원회에서 논의되었다(을 제16호증의 6 3쪽 위원장 발언 중 “제생각은 징계가 필요한지 아닌지 먼저 결정을 했으면 함” 부분 참조).
징계소위원회 참석위원들 중 일부가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은, 「위 발언의 비위 정도가 비교적 무겁지 않은 점에 비추어 ‘징계처분’이 아닌 ‘경고·주의 처분’(인사규정 제58조의2 참조)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그러나 이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참석위원들도 최종적으로는 원고에 대한 ‘견책’ 처분을 의결하였다).
원고는 2019. 5. 29. 이루어진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있었고, 인사규정 제54조 제1항에 따라 징계소위원회가 개최되기 7일 전인 2019. 7. 22. 피고로부터 징계요구사유 설명서를 교부받았으며, 2019. 7. 26. 징계소위원회에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소명서(을 제16호증의 7)를 제출하였다.
원고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원고에게 실질적인 소명의 기회가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원고의 방어권 준비 및 행사에 지장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발언이 징계사유인 ‘성희롱’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발언이 도덕적으로 부적절한지와 징계사유인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는 별개로 판단되어야 한다.
원고는 D의 업무상 상급자가 아니고, 원고의 지위를 이용하지도 않았으며, 이 사건 발언이 남녀 사이의 육체적 관계를 표현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발언 당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D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할 의도도 없었으며, 객관적인 일반인 관점에서도 보더라도 위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 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3, 19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한 이 사건 발언은 징계사유인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워크숍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으며, 위 발언 당시 45세의 미혼 여성이었던 D은 위 발언으로 인해 상당한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꼈으며, D과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미혼 여성들도 위 발언을 들었다면 상당한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다(위 발언 당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였다는 것은 원고의 주관적 판단에 불과하며, 위 발언이 워크숍 도중 이루어졌음을 고려하면 D이 그 자리에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가임기’와 ‘아들 낳기’ 모두 남녀 사이의 육체적 관계가 전제된 발언이다.
원고와 D이 평소 결혼 또는 임신에 관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음을 엿볼 수 있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음을 고려하면, 원고가 위 발언을 하면서 D이 이를 장난이나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기대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가 D의 직속상관은 아니나 직급상 상급자이며, D의 소속부서가 피고의 업무를 전반적으로 지원·관리하는 경영지원본부 인사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D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하여 이 사건 발언의 업무관련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이전에도 다른 사람도 있는 자리에서 D에게 결혼에 관한 언급을 여러 차례 하였으며, D은 이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표현하였음(“이젠 그런 말 안하셔도 돼요” 등, 을 제1호증의 5 참조)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D에 대하여 일회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소결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발언은 징계사유인 ‘성희롱’에 해당하며, 위 발언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이상 인사규정에서 정한 가장 가벼운 징계인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종록(재판장) 문지연 이원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