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에너지절약,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피고는 정기적으로 대전 유성구 D에 있는 연구원 본원과 대전 유성구 E에 있는 연구원 F캠퍼스의 시설물 유지관리용역에 관한 제한경쟁입찰을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으로 실시하여, 낙찰받은 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이하 매년 낙찰받은 업체들을 통틀어 ‘이 사건 용역업체’<1>라 하고, 이 사건 용역업체와 피고 사이 체결한 계약들을 통틀어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 제한경쟁입찰 결과에 따라 용역업체가 변경될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로 하여금 기존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던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 A은 2009. 4. 22.경부터, 원고 B은 2010. 1. 1.경부터 각 이 사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연구원 본원과 연구원 F캠퍼스의 시설관리 업무 중 기계설비 분야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에 편입된 과업명세서(이하 ‘이 사건 과업명세서’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용역대상 및 범위)
대상분야: 본원, F캠퍼스의 시설물과 그 부대시설 유지관리
용역범위
연구원 건물의 기계 및 전기설비(통신 포함)의 시설관리 및 소규모 보수 업무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5호증(이하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피고 연구원의 시설관리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하에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바, 피고와 이 사건 용역업체 사이의 법률관계의 실질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이 정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 원고들의 업무인 시설관리업무는 파견법 제5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에 의할 때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가 아니므로, 피고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에 의해 원고들에게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 여부
앞서 든 증거, 을 제2, 3, 8, 12, 16 내지 24, 34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이 사건 과업명세서에는 각 관리업무를 수행할 근로자의 수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시설관리용역 인력의 해직 및 신규배치 사항이 있을 경우 피고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 및 휴게시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용역계약의 발주자로서 시설 규모, 종류에 따라 필요한 업무수행인원의 수를 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용역대금의 액수를 산정하기 위하여 명시한 것이고, 피고는 또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용역근로자의 고용규모가 감소되지 않도록 근무인원을 입찰공고 단계에서부터 명시하고, 용역근로자의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 방침에 따라 발주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고용노동부 ‘공공부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이러한 과업명세서의 기재를 두고 피고가 이 사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등의 근로자 파견관계의 징표라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연구원 내 연구시설의 건설계획 및 시행, 시설 운영 및 유지관리, 환경관리, 에너지절약 업무 등 연구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시설운영실을 운영하고 있다. R은 시설운영실 업무를 총괄하는 실장이고, S은 기계, 위생, 소방기계, 위험물 등의 시설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수행하는 기계설비 유지·관리 업무와 관련성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고들은 S이 수시로 업무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휘, 감독하였고, 원고들은 S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후 S 또는 실장인 R에게 보고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관하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갑 제2, 3, 4, 5, 16호증) 은 단수사고(2015. 3. 3.), 누수사고(2015. 11. 30.), 기계실 범람사고(2016. 6. 6.)와 같이 드물게 발생하는 연구원의 긴급상황에서의 조치에 대한 연락과 대응에 관한 것들이어서, 원고들의 일반적·통상적인 업무가 위 S 등의 지시에 따라 수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 시설운영실 업무회의를 통해 피고가 정기적, 상시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원고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갑 제6, 16호증)에 의하더라도 원고들과 피고의 업무회의는 설비 파손이나 수리 등 원고들의 업무범위에 있는 사항의 협의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위 사정만으로 피고가 정기적, 상시적으로 원고들에게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들이 작성한 일일업무일지에 ‘원내 점검 및 검침작업시 무전기 필히 지참‘이라는 S의 지시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S이 수시로 원고들의 순찰 및 검침 업무를 지휘, 감독하기 위하여 무전기를 휴대하도록 원고들에게 지시하였고, 원고들이 이에 따라 S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점검 및 검침 작업을 할 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피고에게 즉시 알려야 하는 것은 원고들의 용역업무 내의 것이고, 피고로서는 시설물 안전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해 즉시 그 알림을 받아야 할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정기적, 상시적으로 원고들에게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연구원 내 설치된 각종 수조의 수위가 일정 수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원고들에게 자동 알림 메시지가 발송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수위 관리는 원고들의 업무에 포함되는 것이고, 자동제어시스템에 따라 알림 메시지가 발송되는 것은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업무수행에 관한 피고의 지휘나 명령으로 볼 수는 없다.
원고들은 소규모 보수 업무 뿐만 아니라 외부 업체에 보수를 의뢰하여야 하는 대규모 보수의 경우에도 피고의 지시에 따라 원고들이 이를 보조, 감독하는 등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피고와 공동으로 업무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용역계약의 범위 외에 있는 대규모 보수 작업의 경우 그 범위나 필요성 등을 검토하기 위하여 원고들도 해당 내용을 파악하여 피고에게 보고,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원고들이 일부 업무에 함께하였다고 하여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시를 받아 상시적으로 용역계약 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용역업체 소속 현장소장을 통하여 일반적인 근무연락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 감독한 사람도 현장소장인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피고는 에너지절약,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으로, 피고의 위와 같은 업무와 원고들이 담당하는 설비유지·관리 업무는 그 내용이 확연히 구별되는 별개의 업무이다.
원고들은 S과 함께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공동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이 담당하는 업무는 ’① 위해취약 연구시설 일제 정비사업 증축공사, T센터 고분자연료전지 신뢰성센터 구축 및 제3연구동 노후시설 개선사업 등 건설사업, ② 냉난방, 환기, 급배수 등 기계설비 유지보수, ③ 연구부서 공사요구 검토 등‘으로, 그 중 냉난방, 환기, 급배수 등 기계설비 유지보수 업무가 원고들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기는 하나, S이 수행하는 것은 위 업무에 관하여 도급용역을 발주하고 관리하는 발주자로서의 역할로, 원고들의 업무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인다.
피고 시설운영실 직원들은 행정업무 등을 담당하는 행정동 내에서 근무하였고, 원고들은 기계동 내 모니터링실을 사용하는 등 업무 장소도 분리되어 있다.
이 사건 용역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 이 사건 과업명세서에 각 관리업무를 수행할 근로자의 수, 근로 및 휴게시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용노동부의 규정에 따른 것이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용역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용역업체는 시설관리 용역에 필요한 안전관리 교육, 대응조치 및 관리요령에 관한 훈련을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이 사건 용역업체의 취업규칙에 따라 휴가를 부여받아 사용하였고, 이 사건 용역업체가 별도의 출근기록부를 두고 원고들의 출근이나 근무태도 등을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용역업체는 피고로부터 받은 대금 중 피고가 정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원고들의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이는 용역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하는 등 근로조건 보장을 위한 ‘공공부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용역업체가 임금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원고들이 맡은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이 사건 과업명세서에는 용역범위와 각 설비분야별 업무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과업명세서 중 용역범위에 관하여 ‘기타 연구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관리 전반에 관한 사항’이라는 내용이 있기는 하나, 이는 이미 구체적으로 한정된 용역범위 및 업무내용에 관한 보충적 조항으로 보일 뿐이다. 이 사건 과업명세서에 ‘시설관리 용역범위를 변경(시설의 확장, 축소 및 대상물의 변경 등)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계약상대자 및 연구원의 협의에 의하여 변경’한다는 규정 또한 피고와 이 사건 용역업체의 ‘협의’가 있을 경우에 용역범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이어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임의로 이 사건 업무의 범위를 추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과업명세서를 통해 시설관리용역 각 분야별로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전문 자격증 및 실무경력을 요구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시설관리에 관한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계설비의 점검, 유지, 보수 등을 위한 기술적 판단이 필요하고, 자체적으로 수리가 가능한 소규모 보수 업무의 경우 원고들이 보수를 이행하여야 하므로, 원고들의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다.
이 사건 용역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이 사건 용역업체는 자체적인 취업규칙과 급여규정을 가지고 있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였다.
피고는 시설관리용역에 따른 보수에 소요되는 부속품, 자재나 공구, 소모품 등을 직접 공급하고 있으나, 이는 안정적인 시설관리용역의 발주를 위한 것으로 보이고, 일반적인 도급에서도 도급인이 재료를 제공할 수 있는바(민법 제669조), 이를 근로자파견관계의 징표로 보기 어렵다.
원고들이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용역업체가 지속적으로 교체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용역계약 체결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는 앞서 본 ‘공공부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이를 두고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신혜영(재판장) 박서우 송현섭
각주1) 2010년도는 주식회사 G(이하 주식회사 명칭은 생략한다), 2011년도는 H, 2012년도는 I, 2013년도는 J, 2014년도는 K, 2015년도는 L, 2016년도는 M, 2017년도는 N, 2019년도는 O, 2020년도 상반기는 P, 2020년도 하반기부터는 Q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