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와 항소취지
이유
인정사실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는 2015. 6.경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에 E 빌딩 리모델링공사(이하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라 한다)를 도급 주었고, D은 2015. 7.경 피고, F과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중 조경식재와 타일공사 부분에 관하여 구두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D이 수일 내로 자재대금 등 공사대금을 지급하면 공사를 시작하되 이를 미지급하면 위 도급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F을 운영하는 G로부터 원고를 소개받아 2015. 7.경 원고에게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중 타일공사를 하도급 주면서 공사금액을 평당 4만 원, 코너비드 개당 1만 원으로 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공사계약의 내용은 원고와 피고로부터 위임을 받은 G와 당시 현장소장이었던 H이 협의하여 정하고, H이 피고의 직인을 날인하여 건축공사계약서(갑 제25호증, 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서’라 한다, 계약서 내용 중 ‘(노임) 일당은 : 별도’ 부분과 ‘※ 일당계산시 참고 사항임: 일당은 별도’ 부분 기재는 원고가 나중에 가필하였다)를 작성하였다.
또한 원고가 피고에게 노임 직불동의서를 요구하자 피고는 2015. 7. 27. ‘D에서 하도급받아 시공한 위 타일공사 분 중 노임 부분에 대하여 원청사업자인 D에서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는데 동의하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노임 직불동의서(갑 제7호증, 이하 ‘이 사건 직불동의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피고의 직인을 날인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이 사건 직불동의서에는 ‘하도급 공사명 : 타일 공사 중 노임’, ‘타일시공 노임 총액 : 일금 이천만 원정(20,000,000원)’, ‘근로자 대표 : 원고’라고 기재되어 있고 말미에 ‘자재대금이 완납치 않을시 이 서류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 수기로 추가되어 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직불동의서를 받았으나 원수급자인 D에게는 별도로 직인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후 D이 자재대금을 미납하면서 피고는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하였고, C은 2015. 8. 초경 I 주식회사(이하 ‘I’이라 한다)에게 조경식재와 타일공사 부분을 하도급 주었고, I은 F을 운영하는 G에게 타일공사 부분을 공사대금 29,700,000원(부가세 포함)으로 정하여 재하도급하였다.
C, I 및 F은 2015. 8. 18. ‘타일공사 부분의 공사대금은 I 계약 공사 잔액에서 공제하며 F로 직불할 것과 타일시공에 대한 인건비는 대금 지급시 F과 협의 후 인부들에게 직불할 것을 원칙으로 확인하고, 공사대금은 사용승인 후 2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공사대금 확인서(갑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공사대금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공사대금 확인서가 원고에게 교부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현장에서 타일공사를 마쳤다.
C은 G에게 2015. 9. 18. 1,500만 원, 2016. 11. 2. 1,470만 원 합계 2,970만 원을 지급하였고, G는 원고에게 2015. 9. 19. 500만 원, 2015. 11. 16. 400만 원 합계 9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7, 25호증, 을 제1, 2,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당심 증인 J의 증언, 당심 증인 K, H, G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청구원인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현장의 타일공사를 마쳤는데, 피고가 공사대금 중 1,835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대금 1,835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가 D과 체결한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중 조경식재와 타일부분에 대한 도급계약은 D이 자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해제되었고, C이 직접 피고에게 도급을 주겠다고 하였으나 이를 맡지 않으면서 피고는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 참여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G와 다시 공사계약을 체결한 다음 타일공사를 시공하였고, 원고의 타일공사에 대한 공사대금 내지 노임 등은 계약당사자인 G에 의하여 모두 지급되었다.
판단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계약 후 당사자 쌍방의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가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은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6357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증거와 을 제12, 17,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당초 이 사건 공사계약의 체결 경위는 원고가 과거 G로부터 타일시공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서는 명시적으로 G가 아닌 다른 주체와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하는 의사표시를 하여 체결하게 된 것이고(원고의 2019. 10. 23.자 준비서면 2면 내지 3면), 이 사건 공사계약서는 원고의 적극적인 요구로 피고의 위임을 받은 G 등과 협의하여 작성한 것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도 원고의 공사금액에 관한 것만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공사계약서는 원고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중 타일시공에 관한 공사대금 내지 노임 등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고에게 요청하여 작성․교부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계약이 체결된 이후 피고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 참여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C의 대표이사인 J은 당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사 진행이 전혀 시작도 안 됐어요. B 회사가 피고인데 여기에 왜 제가 증인으로 나오나 했거든요.’는 취지로 진술하였고(당심 증인 J의 증인신문절차 녹취록 3면), H도 당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 명의로 공사를 하루 이틀도 하지 않고, 시작도 안하고 그냥 튕겨져 나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당심 증인 H의 증인신문절차 녹취록 14면),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의 원도급인인 C이나 전체 공사를 하도급받은 I로부터 타일공사 부분을 다시 하도급받은 F측 모두 D이 자재대금을 미납하면서 피고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이 맡은 하도급공사를 포기하고 빠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밖에 제출된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위 리모델링공사에 참여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원고 주장대로 이 사건 공사계약에 따라 타일공사를 시공하였다면, 원고가 그 공사 과정이나 공사 완료 직후 피고에게 대금의 지급을 협상하거나 독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사계약서 및 직불동의서가 작성된 이후부터 이 사건 소제기에 이르기까지 피고에게 대금의 지급을 독촉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원고는 타일공사 진행 과정에서 G에게 공사대금 내지 노임 등의 지급을 독촉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후로도 타일공사에 대한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G를 근로기준법 위반의 혐의로 형사고소 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공사 진행 무렵 또는 공사 완료 직후 원고는 G로부터 합계 900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C이 G에게 2015. 9. 18. 1,500만 원, 2016. 11. 2. 1,470만 원 합계 2,970만 원을 송금하였고, G는 원고에게 위 돈을 지급받을 무렵인 2015. 9. 19. 500만 원, 2015. 11. 16. 400만 원을 각 송금한 점, J은 당심 증인신문절차에서 ‘원고에게 연락이 오면 G에게 수시로 점검을 했어요. 당신 돈 빨리 지급해줬냐고 했는데, 10월 말인가 11월 넘기기 전인 것 같은데 G에게 전화가 와서 ”지금 사무실에 원고랑 같이 있는데 지금 잔금 정리 다 했습니다. 바꿔드릴까요?“ 정리했으면 됐다고 통화한 기억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증인 J의 증인신문절차 녹취록 5면)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G로부터 지급받은 위 돈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중 타일공사에 대한 공사대금 내지 노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공사대금확인서(갑 제2호증)가 원고에게 교부된 경위와 관련하여, 원고는 타일공사가 마무리 되어갈 시점에 C 대표이사 J으로부터 교부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나, J은 당심 증인신문절차에서 ‘공사대금확인서를 당사자가 아닌 원고에게 직접 준 적이 없고, F에 교부해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인 J의 증인신문절차 녹취록 4면), G는 당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사대금확인서 작성 경위는, 원고와 8. 16.경 통화를 하고 원고의 요청으로 원고에게 교부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여기에 J의 사실 확인서(을 제12호증)의 기재 및 원고와 G 사이의 2018. 8. 17.자 녹취록(을 제17, 18호증)의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요구로 2015. 8. 18.경 C, I, F 명의로 이 사건 공사대금확인서가 작성되었고 그 무렵 G가 이를 원고에게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대금확인서에는 ‘1. 공사명 : E빌딩 리모델링공사’, ‘2. 공종 : 타일공사’로 기재가 되어있는데, 이는 이 사건 공사계약의 내용과 중복된다. 만약 원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타일공사를 하였다고 한다면 별도로 G에게 위와 같은 공사대금확인서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G에게 위 공사대금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면서도 이 사건 공사계약이 유지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G로부터 다시 타일공사를 하도급 받으면서 피고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공사대금 내지 노임 등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서 G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확인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당시에는 피고, G, C을 상대로 원고를 포함한 6인의 2015. 10. 1.부터 2015. 10. 18.까지 미지급 임금 명목으로 1,750만 원을 청구하다가, 2018. 7. 25.에는 피고만을 상대로 2015. 10. 1.부터 2015. 10. 18.까지 미지급 임금 명목으로 합계 2,035만 원으로 청구금액을 확장하여 청구하였고, 2018. 11. 14.에 이르러서는 피고를 상대로 2015. 7. 7.부터 2015. 10. 18.까지 공사대금 명목으로 1,835만 원으로 청구금액을 감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청구금원의 성격, 금액, 공사일자, 당사자 등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러한 제반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사계약서는 타일공사에 따른 대금지급 확보를 위하여 원고의 적극적인 요구로 피고가 작성해 준 것이나,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 참여하지 아니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정을 원고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C이 직접 I과 F에 타일공사 등에 관하여 하도급을 주자, 원고는 G에게 요청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확인서를 작성․교부받았으므로, 원고는 자신이 시공하는 타일공사 부분에 관하여 C, I 및 F을 운영하는 G로부터 순차로 하도급을 받은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공사계약은 적어도 원고가 이 사건 공사대금 확인서를 작성․교부받은 시점에는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공사계약이 해제된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기초하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윤현정(재판장) 이태영 김윤종
각주1) F은 G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이다.
각주2) 코너비드(corner bead)는 타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모서리에 설치하는 마감재를 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