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0. 12. 17. 선고 2020가단124409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6. 28.부터 2020. 12. 1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가, 나머지 1/3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8. 6.경 전북 임실군 C에 있는 육군 D보병사단에서 간호장교로 복무하던 사람이고, 피고는 같은 시기 위 D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하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8. 6. 28. 23:30경 D보병사단 복지회관 2층 E에서 부대 회식을 마치고 난 뒤 같은 층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술에 취하여 휘청거리며 서 있던 중 함께 부대회식에 참석했던 원고에게 접근하여 원고의 등을 밀치는 한편 원고의 왼쪽 팔을 붙잡아 같은 층 택배실 방향으로 피해자를 끌고 갔고, 이에 상사 F이 피고를 제지함에도 다시 원고에게 접근하여 원고를 1회 껴안은 후 원고의 왼쪽 귀를 깨물려는 행동을 하면서 입으로 "앙" 소리를 내었고, 그 뒤 원고의 왼손 및 왼쪽 팔목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원고를 끌고 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원고의 왼쪽 어깨 뒤에 피고의 고개를 내밀며 "한 번만 안아줘"라고 말하는 등 원고를 강제로 추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강제추행'이라 한다).

다.

피고는 이 사건 강제추행 직후인 2018. 6. 28. 23:41경 원고에게 전화를 하여 "내 생각 했어?"라고 물었고, 이에 원고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피고는 그 후 2~3회 가량 동일한 질문을 원고에게 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에게 "집에 들어가십시오"라고 대답하였고, 피고는 "내 생각 했지? 한 것으로 알게"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이하 '이 사건 통화'라 한다).

라.

피고의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D보병사단 보통검찰부 2018년 형제43호로 수사가 개시되었고, 군검사는 2018. 10. 23. 제2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18고116호로 피고를 군인등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하였다. 피고는 위 형사사건에서 피고의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당시 피고에게 원고가 군인의 신분에 해당한다는 의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피고가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위 군법원에서는 2019. 6. 17.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가 이 사건 강제추행을 통하여 군인인 원고를 1회 껴안아 강제로 추행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마.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와 군검사는 모두 항소하였고 이에 고등군사법원 2019노205호 항소심 절차가 개시되었다. 위 항소심에서 피고는 제1심에서 하였던 주장을 유지하면서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 이 사건 강제추행 당시 범행현장인 엘리베이터 부근 및 엘리베이터 내부를 촬영한 영상에 관한 법영상분석감정서를 제출하였고, 위 법영상분석감정서를 작성한 영상분석가 G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증언하도록 하였다. 위 항소심 법원은 2020. 4. 23. 피고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피고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에 대하여 징역 10월의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바.

피고는 2020. 5. 12. 위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 2020도5488호로 상고하였으나 2020. 6. 30. 상고가 기각되어 그 무렵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사.

한편 이 사건 강제추행 이후 그에 관한 수사 및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의 가족들이나 위 형사재판에서의 변호인은 아래와 같이 원고와 연락을 취하고자 한 바 있다.

①

피고의 배우자는 원고에게, 2018. 10. 2. 16:36경 "안녕하세요. 간호장교님 피고 가족입니다. 직접 만나 뵙고 사과드리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꼭 나오셔서 얼굴 뵙고 직접 마음을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과는 달리 어머님과 함께 말고 저 혼자 왔고 지금 위병소인데 기다리고 있을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같은 날 18:05경 "간호장교님 피고 가족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퇴근하실 시간인지라 오늘은 지금까지 기다리고 먼저 들어갈게요. 정말 힘드시겠지만 혹시나 마음이 바뀌신다면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②

원고는 2018. 11. 21. D보병사단에서 대전 유성구에 있는 H병원으로 소속부대가 변경되었다. 당시 피고에 대한 형사재판의 제1심이 진행 중이었는데, 피고의 변호인은 2018. 11. 26. 원고에게 편지를 발송하였다.

③

피고에 대한 형사재판 항소심이 진행중이던 2019. 9. 17. 피고의 모친이 원고에 대하여 편지를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7, 9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로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피고는 2018. 6. 28. 이 사건 강제추행을 저지름으로써 원고에게 성적 수치심 및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

②

피고는 2018. 6. 28. 이 사건 강제추행 직후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건 통화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재차 수치심과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③

피고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연락하거나 접촉을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원고의 피고의 가족이나 변호인을 통하여 원고의 직장을 찾아오거나 원고의 직장으로 편지를 보내어 원고를 압박하였다.

④

피고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영상분석을 한다는 명목으로 원고의 얼굴이 녹화된 CCTV를 제3자에게 유출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의 초상권 및 인격권이 침해되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이 사건 강제추행 부분

피고가 2018. 6. 2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강제추행을 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군인등강제추행죄에 관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피고의 위와 같은 강제추행은 원고의 신체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인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강제추행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된다.

2)

이 사건 통화 부분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피고가 이 사건 강제추행 직후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내 생각 했어?"라고 물었고, 원고가 이에 대하여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2~3 차례 같은 질문을 반복한 후 전화를 끊으면서 다시 원고에게 "내 생각 했지? 한 것으로 알게"라고 말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이 사건 통화가 이루어질 당시 원고와 피고는 같은 D보병사단 소속으로서 그 계급에 비추어(당시 원고는 중위, 피고는 대위였다) 피고는 원고의 상급자에 해당하였고, 위와 같은 대화 직전에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피고의 위와 같은 언동은 원고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양성평등기본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통화는 양성평등기본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이고, 원고가 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위 행위 또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된다.

3)

원고의 의사에 반한 접촉 시도 부분

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력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위와 같은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한편 2018. 12. 24. 법률 제16085호로 제정되어 2019. 12. 25.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수사·재판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등을 2차 피해로 규정하고(제3조 제3호 가.목), 여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권리로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14조 제3호).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제27조 제1항), 위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하여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제27조 제5항)고 규정하고 있다.

나)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2019. 10. 13.자로 작성한 진술서를 피고에 대한 형사재판의 항소심 법원에 제출하였는데, 위 진술서에는 '사건 이후 원고는 원고의 담당 변호사에게 피고측으로부터 직접적인 연락을 받고 싶지 않다'는 내용을 피고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적인 연락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다만 위 진술서의 기재에 비추어 원고가 H병원으로 전입한 2018. 11. 21. 이전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와 같은 요청을 하였다고 보이고, 추가적인 피해방지를 위한 원고의 위와 같은 의사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다)

다만 현재로서는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가 더 이상 친고죄가 아니게 되었고, 피고에 대하여 적용되었던 군형법의 경우에도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였던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8이 삭제되었는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그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으나, 여전히 성폭력범죄에 관한 수사 또는 재판 절차에서 가해자가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였다거나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하는지 여부가 양형의 주요 인자로서 고려되고 있고, 이를 감안하면 성폭력범죄의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 측에 합의를 위한 연락 또는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 그 연락 또는 접촉의 빈도, 방법, 내용 등을 감안하여 연락 등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가해를 하였다거나, 범행사실을 공개한다는 등으로 피해자의 명예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연락이나 접촉을 시도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와 같은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라)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적인 연락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실, 피고의 배우자, 모친, 변호인이 원고의 직장을 찾아오거나 원고에게 편지를 발송하는 등의 연락 시도를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앞서 본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고 측의 위와 같은 연락 내지 접촉 시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상당한 범위를 넘어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의 배우자가 피고에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18. 10. 2. 16:36경 원고의 당시 근무지인 D보병사단을 찾아가 원고에게 만나줄 것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같은 날 18:05경 퇴근시간이 되어 돌아간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위 각 문자메시지는 정중한 문체로 작성되어 있고, 그 기재 내용 자체로 원고에 대한 합의를 강요한다거나 원고의 의사에 반해서 만날 것을 강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②

피고의 배우자는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당시 원고의 근무지 인근에서 원고에게 만나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부담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 측에서는 그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여 피고 본인이 아닌 피고의 배우자를 통하여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의 배우자는 당시 위 병소에서 원고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 장소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의 배우자가 원고를 만날 수는 없는 장소로 보인다.

③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의 제1심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인 2018. 11. 26. 피고의 변호인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인 2019. 9. 17. 피고의 모친이 각 원고에게 편지를 발송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위와 같이 피고 측에서 원고에게 편지를 보낸 행위는 비교적 원고의 불안감이나 당혹감 등 정신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락 방법으로 보이고, 원고가 피고 측에서 발송하였다는 위 각 편지의 본문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그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다(한편 피고는 변론 종결 후 2020. 12. 3. 참고서면을 제출하면서 2018. 11. 26. 피고의 변호인이 원고에게 발송한 편지 본문을 제출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위 편지 본문에 피고의 범행을 두둔한다거나 피고의 명예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한다거나 합의를 강요하는 등의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④

피고 측에서는 위에서 본 것을 포함하여 피고의 배우자 또는 모친이 2번 가량 원고를 직접 만날 것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고(피고의 배우자가 2018. 10. 2.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의하면, 피고의 배우자 및 모친이 2018. 10. 2. 이전에도 원고와의 만남을 시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피고의 변호인이나 모친이 각 1회씩 원고에 대하여 편지를 발송하였는데, 그 연락 또는 접촉의 빈도가 과다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⑤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이 사건 강제추행과 관련하여 피해자로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대리인을 통하여 피고에게 직접적인 연락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고가 위와 같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시기나 그를 통하여 피고에게 위와 같은 의사를 전달한 시기가 명확하지 않다. 또한 원고가 2019. 10. 13.자로 작성하여 항소심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의 제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다른 변호사를 피해자 대리인으로 선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피고의 배우자나 모친이 원고에게 연락을 취하였을 당시 원고에게 피해자 대리인이 존재하였던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마)

따라서 피고 측에서 원고의 의사에 반한 접촉 시도를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CCTV 유출 부분

가)

피의자나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형사소추를 피하거나 처벌을 감면받기 위하여 방어할 권리가 있고, 위와 같은 방어권의 행사는 헌법과 형사법이 보장하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로서 그와 같은 권리의 행사가 허위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증인에게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위증을 교사하는 등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위법한 방법으로 다투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등 방어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다양한 방법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1다카1030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다2145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가 이 사건 강제추행 당시 범행현장인 엘리베이터 부근 및 엘리베이터 내부를 촬영한 영상에 관한 법영상분석감정서를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위 감정서에 나타난 영상에 원고의 개인정보인 원고의 얼굴이 노출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고, 형사사건의 특성상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고소인이나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이는 방어권 행사의 한 방법에 해당하는 점, ② 피고는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에게 원고를 추행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위 법영상분석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술에 만취하여 이 사건 강제추행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피고로서는 자신의 범행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에 나타난 자신 및 피해자인 원고의 행동을 분석하여 자신에게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와 같이 피고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방어활동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이상, 결과적으로 그와 같은 주장이 항소심 법원에서 배척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방어행위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④ 피고와 위 법영상분석감정서를 작성한 G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에는 '감정인이 감정에 사용된 감정물과 이를 통해 도출된 감정 결과 및 결과에 내포된 모든 정보사항을 외부로 유출 또는 홍보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어 위 영상분석가에게 비밀유지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위 법영상분석감정서를 항소심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달리 피고 또는 위 감정인을 통하여 외부로 원고의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이 유출되었다고 볼 자료는 없는 점 등에 의하면, 피고가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CCTV 영상을 유출한 행위가 방어권의 범위를 넘은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의 CCTV 유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갑 제12, 14, 1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강제추행이 일어난 후 1년 가까이 경과한 2019. 5.경에도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충동 등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 학과 진료를 받아 왔고, 2019. 9. 23.경에는 적응장애, 우울증, 기분장애 의증 등의 임상적 진단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의 이 사건 강제추행 등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위와 같은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된다. 위와 같이 인정되는 원고의 피해와 치료 및 상담 경과, 피고가 저지른 불법행위의 내용과 범행의 태양, 직장의 상·하급자 관계였던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의 나이와 직업 및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참작하여 원고의 위자료를 1,000만 원으로 정한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8. 6.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12.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호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