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양형부당)
법리오해
‘피고인은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회사의 자금 사정 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이를 지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내용으로 책임조각사유를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급여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일시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의 하나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근로자가 상의 없이 퇴직하였거나, 과다 지급된 임금이 있다거나, 퇴직한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피고인을 고소 내지 진정하였다는 것이 주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회생법원에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허가를 요청한 적도 없는 점, ③ 피고인은 원심 판결 당시까지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월 평균 3,000만 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바, 피고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다면 이 사건 근로자들과 협의하여 분할 지급을 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임금 및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살펴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판시한 위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2017. 8. 8. 대전지방법원 2017회합5029호로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7. 9. 7.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아니하고 대표이사인 피고인을 관리인으로 간주하였다.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문에 의하면, 2017. 6. 30. 기준 이 사건 회사의 자산은 6,007,034,875원, 부채는 4,550,452,457원이고, 다만 회수가능성이 없는 매출 채권 약 18억 9,400만 원을 제외하면 자산이 약 41억 1,300만 원 가량이 되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증거기록 제2권 제38면).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는 2018. 2. 19. 회생계획의 수행기간을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으로 하는 회생계획이 인가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는 회생계획 인가 후 주 거래처의 이탈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하여 2020년 봄경부터 매출이 급감함에 따라 변제기에 도래한 회생채권 등을 변제하지 못하였고, 결국 2020. 12. 29. 회생절차폐지결정이 이루어져 2021. 1. 13. 확정되었으며, 같은 날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 제305조 제1항, 제306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파산이 선고되었다.
이와 같은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경위, 2017. 9. 7.자 회생절차개시결정 무렵의 이 사건 회사의 재산 상태, 회생절차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되어 오다가 폐지되어 2021. 1. 13. 파산선고에 이른 구체적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만으로 2017. 11. 30. 퇴직한 근로자 E과 2019. 1. 9. 퇴직한 근로자 D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이 불가능하였다고 할 수는 없고, 피고인이 관리인으로서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위 근로자들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법률상의 제한 등이 있었다는 사정도 찾을 수 없다.
피고인은 D에 대한 퇴직금의 경우, D가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약 1,260만 원 상당을 급여 명목으로 부당하게 지급받아가는 방법으로 횡령하였으므로 퇴직금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D의 횡령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는 제출된 바 없고,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 상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D에 대한 퇴직금지급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거나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에 유리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그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 피해 근로자들이 현재까지도 합계 약 1,100만 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들을 모두 참작하여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양형판단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문보경(재판장) 이민정 장민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